주요 거점 14일 격리에 비자도 발급 안돼 사실상 ‘출장길 막혀’
中 발주하려던 여름·하반기 기획 상품도 골머리

중국 비즈니스가 ‘꽉’ 막혀가고 있다. 중국 정부와 지자체가 코로나19를 이유로 한국인 입국을 사실상 차단하면서다.

이미 시스템을 갖춘 대기업은 어렵사리 돌아가지만 중소중견기업은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 이미 공급단가를 2~3배 높게 부르는 경우가 나타났다. 한창 협의해야 할 여름 기획상품은 출장이 막히자 중단을 검토하는 상황이다.

./자료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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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정부 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중국 주요 지자체는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한국발 비행기편 입국자를 2주간 격리중이다. 이 와중에 중국 대사관에서는 한국인 비자발급을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출장길이 막혀가는 것이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A사 임원은 "여느때처럼 출장차 비자 신청을 했으나 2주간 기다리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아직 2주가 안돼 추가 연장될지 여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A사 임원은 지난달 말 비자를 신청했다.

中 주요 시·성 한국 입국자, 14일간 격리

한국 입국자 14일 격리는 중국 주요 지자체가 시행중이다. 베이징·상하이시는 물론 광둥성·장쑤성 등 19개 주요 시와 성에서 14일을 기본 격리를 시행중이다.

대기업들은 아직 타격이 없다는 반응이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주재원이 들어가야 하는데 못 들어가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아무리 시스템으로 돌아간다고 하지만 사람이 계속 모니터링을 하고 주문을 해야하는 만큼 지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 기간이 길어지면 라인이 멈춰서는 등 사고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모 대기업 관계자는 "생산도 문제지만 중국 영업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 관리에 공백이 생긴다는 우려다.

중국 주요 지역 조치 현황 및 국내기업 생산시설 현황./자료 업계 및 외교부
중국 주요 지역 조치 현황 및 국내기업 생산시설 현황./자료 업계 및 외교부
더 큰 문제는 중소중견기업이다. 중국을 유일한 공급망으로 활용해왔기 때문이다. 기존 상품 조달은 물론 올 여름이나 하반기 주력 상품 조달이 막막하다. 일부 중국 협력사는 한국기업의 출장길이 막히자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스마트폰 주변기기 수입 유통 중소기업 B사 대표는 "중국 협력사가 직원이 30~50%밖에 복귀하지 않아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고 물류도 원활하지 않다"며 "제품을 빨리 받고 싶으면 ‘가격을 2~3배 더 내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B사 대표는 "한국이 코로나19 관리에 실패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갔다는 얘기를 들은 후 이런 사태가 심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사태가 곧 해결된다고 해도 올 여름 시장을 통째로 날릴 수 있다는 우려도 들린다. 대개 여름상품은 3월에 가격 및 스펙(사양)을 협상해 결정하고 4월에 발주하면 6~7월에 상품을 받는다.

중국서 생산하려던 여름 기획 상품 ‘막막’

중국 OEM 가전 생산 중소기업 C사 관계자는 "지금 중국 협력사를 방문해 상품 기획 취지와 디자인 등을 설명해야 하는데 그게 막혔다"며 "올 여름 시장을 통째로 날릴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생산 가능 여부에 대해 "국내에는 생산시설도 없거니와 시간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유통업체 관계자는 "중국은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며 "생산라인이 멈춰 있다고 하면서도 다른 곳에서 돌아가는 경우가 있다. 물건이 없다고 해도 직접 가서 확인해야 하는 곳이 중국"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의 원활한 거래를 위해서는 코로나19 확산 차단이 급선무라고 주문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외교적으로 풀려고 해도 여전히 확진자가 많은 현재의 상태에서는 힘들 것"이라며 "우리 상황이 우선 개선되는게 가장 급선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