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재택근무백서] 직원 관리없는 스타일쉐어의 코로나19 위기 관리법

  • 정새롬 스타일쉐어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입력 2020.03.10 06:00

    ‘누우면 끝이다!’

    지난 10일 간 재택근무를 한마디로 회고하면 이렇다. 마음을 다잡고 모니터 앞에 앉으면, 어김없이 고양이가 무릎 위에 올라와 벌러덩 누웠다. 나는 그렇게 살아있는 의자가 되었고, 고양이 배를 쓰다듬으며 행복하고도 괴로운 마음으로 ‘나와의 싸움’을 이어갔다.

    나 하나 관리하는 게 이렇게 어렵다. 그런데 과연 회사가 코로나19로 흩어져 일하는 팀원들 생산성을 일일이 관리할 수 있을까.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들었던 의문이다.

    재택근무 중인 정새롬 스타일쉐어 커뮤니케이션 매니저와 고양이 모모.
    스타일쉐어는 관리보다 신뢰를 선택했다. 관리는 어차피 불가능하다. 심지어 필요없다. 일하는 데 관리는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관리보다 신뢰에 드는 비용이 훨씬 더 적다는 걸 경험으로 배웠다.

    스타일쉐어는 지난 10년 간 자율 재택, 무제한 식대 지원 정책을 시행해 왔다. 경영 관점에서 쉽게 도입할 수 없는 제도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회사는 구성원이 각자 알아서 일을 잘하게끔 도와줘야 한다'는 관점으로 보면 충분히 효율적인 시도가 될 수 있다. 용감하게 조금 다른 기준을 선택했던 스타일쉐어는 다행히 잘 살아남았고, 지금도 매년 성장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진행한 전사 재택 논의는 2월 25일 오후부터 시작했다. 이미 재택근무를 시작한 회사가 적지 않은 시점이긴 했지만, 우리의 논의 진행은 매우 빨랐다.

    25일 오후부터 당일 퇴근 시간에 맞춰 최종 공지가 나가기까지 진행된 논의 과정에는 불가피하게 출근하는 팀원을 위한 택시비, 재택 식대 등 사소하지만 섬세한 지원책이 나왔다. 경영진은 손익을 따지지 않고 빠르게 결정했다.

    전 사원이 재택근무에 돌입한 기간 중에도 스타일쉐어는 ‘관리’보단 ‘문제 해결’에 방점을 찍었다. 재택근무 3일 차에 전 팀원에게 원격근무 효율이 떨어지는 이유와 불편한 점은 무엇인지를 물었던 이유다. 재택 식대, 화상회의 가이드 보완 등 의견이 쏟아졌다.

    서로에게 출퇴근 시간과 그날 업무 내용을 공유하자는 가이드가 이 때 만들어졌다. 서로를 감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동료가 말 걸어도 될지를 고민하게 만들지 말자'는 목적에서였다. 이외에도 추가 지원책이 구성원 설문 내용을 기반으로 빠르게 마련됐다.

    고양이 모모가 정새롬 매니저와 함께 업무를 보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확인하는 진심

    전 사원 재택근무에도 회사는 잘 운영되고 있다. 발빠른 대응이 필요한 위기관리 건이 발생했지만 큰 문제 없이 지나갔다. 슬랙(협업 도구)과 화상 회의로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 차원 매출과 스타일쉐어 커뮤니티 활동 지표는 전사원 재택근무 돌입 후 오히려 늘었다.

    많은 구성원이 빠른 재택근무 결정을 내려준 회사에 고마움을 표한다. 재택 설문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마지막 문항은 재택근무 총평을 묻는 질문이었다. 90% 이상이 회사의 빠른 결정에 고마웠다는 답을 남겼다. (‘재택을 이미 경험해봐서 적응이 잘 돼있는 것 같다'는 코멘트도 있었다.) 이외에 아침에 입을 옷을 고르지 않아도 돼 좋다는 의견도 있었다. 점심 메뉴를 혼자 골라야 해서 쓸쓸했다는 답변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재택근무는 장점이 많다. 대화 분위기 같은 회의 현장 속 보이지 않는 많은 요소에 휩쓸려 일 방향이 결정되는 경우가 줄어든다. 텍스트로 대화하기 때문이다. 아쉬움이 있다면, 나와 내 고양이가 조금 통통해졌다는 것 정도다.

    위기상황은 서로의 진심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내린 결정은 회사가 구성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메시지가 된다.

    나는 이번을 계기로 회사가 나를 중요한 존재로 여기고 있으며, 내가 일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 도울 의향이 있다는 걸 믿게 됐다. 그 어떤 복지제도나 멋진 구호보다도 좋았다.

    그래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회사는 직원을 관리해야 할까. 그 관리에 드는 리소스로 더 나은 일들을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코로나19가 우리 일터의 풍경을 바꾸어 놓을 것이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어떤 첨단 기술이 보급된다고 해도, 회사와 팀원 그리고 팀원과 팀원이 서로를 좋아하고 믿어야만 안될 일도 되게 만들 수 있다는 본질은 변치 않을 것이다.

    어서 사태가 진정되어 모든 사업장이 본래의 모습을 회복했으면 좋겠다. 나도 10일쯤 혼자 일하니 팀원들이 아주 많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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