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는 세계 통신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바로 ‘세계 최초 5G시대’ 구현이다. 한국 통신 기술 경쟁력 수준을 한단계 높였다. 우리에게는 기회다. 높아진 통신 강국 위상을 활용해야 한다. 5G 인프라뿐 아니란 관련 장비부품 글로벌화의 기회다. 잠재력은 충분하다. 수많은 통신부품장비 기업이 글로벌 시장 개척을 준비해왔다. IT조선은 통신 강국 코리아 명성을 높일 통신장비부품 강소기업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편집자주]

5G 대표 통신장비기업 케이엠더블유(KMW)는 올해 매출 1조원에 도전한다. 지난해 6848억원 매출을 달성한 회사는 올해 업계 5G 투자 확대를 기회로 매출 확대에 나선다. 5G 시장 개화에 맞춰 꾸준히 실력을 쌓은 결과다.

"원천 기술만 갖고 있으면, 아메바처럼 환경 변화에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습니다."

최근 핀란드 통신장비 업체 노키아 경영난에 대한 김덕용 KMW 회장 반응이다. KMW는 노키아 협력사다. 노키아 위기는 KMW에도 부담이다. 김 회장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또 하나의 기회’라며 자신감을 내비친다.

김덕용 KMW 회장./ KMW 제공
김덕용 KMW 회장./ KMW 제공
김 회장은 "우리가 원래 거래하던 곳은 ‘노키아'가 아닌 ‘루슨트’라는 미국 기업이었다"며 "하지만 루슨트가 알카텔에 인수되고, 알카텔-루슨트가 노키아에 인수되는 변화 속에서 KMW는 계속해서 파트너십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오히려 인수될 때마다 회사의 매출은 2~3배 성장했으며, 이는 KMW의 기술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물론 어떤 기업에 노키아가 인수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오히려 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청바지 입고 연구소로 출근하는 회장님

김 회장의 자신감에는 KMW가 수십년간 축적한 기술이 자리한다. 환갑을 넘긴 나이지만 그는 여전히 연구소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최고경영자(CEO)지만 최고기술책임자(CTO)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대영전자공업과 대우통신에서 일한 김 회장은 삼성휴렛패커드를 나와 1991년에 코리아마이크로웨이브를 창립했다. 김 회장은 공격적 R&D를 통해 얻은 기술을 KMW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꼽았다.

김 회장은 "한국 본사 600명 중 절반인 약 300명은 R&D 인력이다"며 "처음 벤처로 시작했을 때나 30년이 지난 지금이나 한결같이 연구소를 지키고 기술로 승부하겠다는 자세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도 청바지 차림으로 출근하면 하루 일과 중 80%는 연구소에서 보낸다"며 "남들이 하는 수준이 아닌, 불가능한 기술에 도전할 것을 직원들에게도 늘 얘기한다"고 말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장 플랜C까지 필요

2020년 계획을 묻자, "큰 의미가 없다"고 답변했다. 시장이 계속 변하고 있고, 많은 변수가 상존하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 때문에 닥쳐온 위기도 예상치 못한 변수 중 하나다. 코로나19 여파로 중국 공장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김 회장은 "중국의 작업자들이 춘절이 끝나도 복귀를 못 해 공장이 돌아가지 않았다"며 "우리가 자재 공급을 못 하니 ZTE에서 작업자들이 공장으로 일하러 올 수 있게끔 도움을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몇 주전 만에도 이동을 통제하다가 지금은 조금씩 통제 상태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들었다"며 "최근에는 플랜B가 아닌 공장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플랜C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방진복을 구해놓을 것을 지시했다. 플랜C 중 하나다.

KMW 본사 전경./ KMW 제공
KMW 본사 전경./ KMW 제공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사례는 또 있다. 김 회장은 "2020년 중국 측에서 당초 요구한 물량들이 있었지만, 연초 코로나19 때문에 예상보다 (납품이) 늦어지리라 생각했다"며 "하지만 거꾸로 최근 ZTE에서는 기존 요구보다 2배 이상의 물량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서 "캐파(생산능력)를 따라잡기 위해 중국과 베트남 공장 설비 증설을 서두르고 있다"며 "증설을 위한 자금이 필요하다 보니 오늘도 급하게 투자 관련 회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자, 5G 이동통신망 구축 등을 필두로 한 '신(新) 인프라' 투자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 방향을 공식화했다. 최근 우리 정부도 코로나19로 침체한 경기 활성화를 위해 하반기에 집행할 5G 투자를 상반기로 앞당겼다.

김 회장은 "배송만 최소 8~12주가 걸리는 장납기 자재들이 있다"며 "이러한 변수들에 대응할 수 있도록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미리 주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변수 없다면 매출 1조 클럽 가입

2019년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한 KMW는 2020년 1조클럽 가입이라는 새로운 기록에 도전한다. 글로벌 통신사들의 5G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하는 해이기 때문이다.

김덕용 회장은 "유럽도 물론 좋은 시장이지만, 당장은 공급 여력이 빠듯한 상황이라 2020년은 일본·중국·미주 지역에 집중할 것이다"며 "미국도 삼성전자와 노키아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공급을 한다"고 말했다.

KMW 국내외 사업장 현황./ KMW 홈페이지 갈무리
KMW 국내외 사업장 현황./ KMW 홈페이지 갈무리
2020년 실적 전망에 대해 김 회장은 "워낙 변수가 많아 2019년(매출성장)보다 더 할 수도 있고 못 할 수도 있다"며 "일본 만해도 커버리지 확대를 서두르지 않는 편인 데다 올림픽 등의 변수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시장 상황이 좋다면 올해 2019년보다 더 큰 성장을 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KMW는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꾸준히 퀀텀 점프를 해왔다. IMF 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은 비결은 해외 매출이다. KMW 전체 매출 중 해외 매출이 80%쯤을 차지한다.

김 회장은 "김영삼 정부 때 100만달러, 김대중 정부 때 3000만달러, 노무현 정부 때 5000만달러, 이명박 정부 때 1억달러, 박근혜 정부 때 2억달러 수출탑을 받았다"며 "문재인 정부 때는 2021년쯤 신청하려 하는데 최소 5~6억달러는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0년에는 가시적인 기술 성과도 내놓을 예정이다. 김 회장은 "글로벌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보다 뛰어난 성능의 제품을 조만간 선보일 것이다"며 "MWC 2020에서 시제품을 선보이려 했으나 무산됐고, 상반기 내 공식적으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며 "KMW는 화웨이도 에릭슨도 해내지 못한 속도와 커버리지를 가질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2020년이 그 시작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