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는 공감…전면 시행은 ‘막막’
금융권, ‘개인 금융정보’ 어찌하라고?
업계 경각심 제고 효과는 있어

박원순 서울시장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11일 제안한 ‘콜센터 재택근무’가 논란이다. 국가적 재앙 확산을 막기 위해 ‘적절한 조치’란 의견이 나오는 반면, 업계 현실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들린다.

./자료 조선DB,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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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은 11일 아침 C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콜센터는 집단감염에 취약한 사무환경이므로 사회적 거리두기 등 권고를 따르지 않으면 시설 폐쇄 명령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곧 ‘민간 콜센터 폐쇄’로 해석돼 업계에 급속히 퍼져나갔다. 마침 정부도 이날 콜센터 재택근무를 권고했다.

박 시장은 당장 서울시부터 콜센터 인력 재택근무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12일 테스트에 들어가, 내주 전체 인력의 절반인 200여명의 재택근무를 시행할 계획이다.

인터넷망·전화기·PC에 시스템도 깔아야
업계는 박 시장 발언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성에 의구심을 표했다. 모 IT업체 임원은 "고려할 게 워낙 많아 쉽게 시행을 언급하기 힘들다"며 "당장 수백명 직원 집의 인터넷과 PC 상황을 확인해야 하고 콜센터 업무시스템 설치와 이것이 제대로 가동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단기간에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비용에 업무효율도 언급했다. 모든 직원에 해당하지는 않겠지만 인터넷망 설치부터 전화기와 PC 등 비용이 만만치 않다. 아기가 있는 가정부터 TV홈쇼핑처럼 24시간 운영하는 업종별 특성까지 고려할 사안이 많다는 의견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물리적인 시간과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네트워크 관리 인원이 많아야 십여명인데 이들이 수백명 상담원 집을 찾아다니며 세팅해야 해 비용이 얼마나 들어갈지 추산조차 어렵다"고 밝혔다.

금융권은 고객정보 유출 우려도

가장 큰 우려는 ‘보안 이슈’다. 금융권 콜센터 상담원은 고객 정보 비밀유지계약에 서명한다. 하지만 개개인 집에서 이뤄지는 행위를 관리감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정에서 시스템 접속을 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기업 또는 금융기관이 보유한 개인정보를 통째로 유출할 수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콜센터는 개인정보는 물론 고객 금융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유출을 막기 위한 별도의 시스템을 마련해 운영한다"며 "당장 집에서 접속해 고객 응대를 하려면 시스템은 물론 관련 법도 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택근무 권장에는 공감하지만 강제성을 두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한편으로는 이번 박시장 발언이 업계로 하여금 다시 한번 코로나19의 경각심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는 의견도 나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며 "서울시가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한 만큼 업계가 다시 한번 현장을 돌아보게 했다는 측면에서 의미는 있다"고 평가했다. 콜센터 근무 환경이 다른 사무직 업무와 비교해 집단 감염에 취약할 요인을 정밀 분석해 이를 최소화할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