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난으로 재택근무를 시작했지만, 이번 사태가 일상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할 때 직원들이 ‘반드시 한 장소에 모일 필요가 없다’는 인식을 갖게 됐으며, ‘일정 수준의 공동체 생활 또한 직장 생활의 꼭 필요한 부분 중 하나’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직장인들이 자신의 직장 생활을 한층 유연하게 대하는 계기가 되기 바랍니다."

SK스토아에서 커뮤니케이션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유지원씨가 재택근무를 경험한 후 느낀 솔직한 심정을 정리한 말이다. 그는 2007년부터 직장 생활을 시작해 올해로 14년차를 맞은 베테랑 회사원이지만, 이제 재택근무 3주차를 맞이한 새내기이기도 하다. SK스토아는 2월 22일부터 재택근무를 진행 중이다.

14년차 베테랑 직장인 유지원씨 모습. / 편집=오시영 기자
14년차 베테랑 직장인 유지원씨 모습. / 편집=오시영 기자
유 씨는 처음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갑작스럽게 재택근무를 결정했다는 소식을 들었던 당시 당황했다. 홍보, 마케팅, 대외협력 등 업무를 처리하는 ‘커뮤니케이션 팀’에 근무 중인데, 재택근무 시행에 따라 대면 접촉 없이 유선이나 메신저로만 일을 해야 하는 등 업무 환경이 갑자기 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재택근무에 돌입한 후에는 생각보다 상황이 나쁘지 않았다.

SK스토아는 대면 회의 대신 ‘T그룹통화’를 활용하고, SK그룹 기업용 메신저 플랫폼 ‘네이트온 비즈’를 활용해 부서나 사내, 계열사 간 소통을 진행한다. 대면 커뮤니케이션과 형식은 다르지만 IT 기반 업무 툴을 대체제로 활용했다.

유 씨는 "재택근무를 하면서 ‘일이 있으면 미루지 말고 즉시 전체에 공유해 문제를 빠르게 해결한다’는 원칙을 실감할 수 있었다"며 "회의 시간을 정하듯 그룹콜 시간을 지키는 등 최소한의 규칙을 숙지해 업무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등 기본 원칙을 지키면 집에서도 충분히 회사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SK스토아는 여성 비율이 높은 회사인데, 어찌보면 현재의 재택근무 경험이 좋은 연습 기간이 될 수 있다"며 "의견 대립이 발생할 때 조금 불편한 경우도 있지만, 코로나19 사태 종료 후 아이를 돌봐야 하는 상황 등 여러 변수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재택근무 도입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 유지원 제공
. / 유지원 제공
재택근무라고 해서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직장인 대부분은 ‘근무 공간’인 회사와 ‘휴식 공간’인 집을 나누며, 하루 당 근무 시간은 9시간을 유지한다. 근무하는 곳과 쉬는 곳을 분리되지 않을 경우 업무 시작과 끝을 어떻게 정할지 애매해진다. 집에서 충분히 쉴 수 있는 시간에도 마음 놓고 쉬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셈이다.

유지원 씨는 "재택근무 기간이 길어질수록 회사 동료들이 자신의 가정 내 근무 공간을 회사처럼 꾸며가는 것을 보며 흥미를 갖게 됐다"며 "급기야 가정 내 모니터를 듀얼 모니터로 꾸민 직원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 씨는 동료 직원과 만나지 못하는 것을 많이 답답해 했다. 그는 "재택근무를 통해 주어진 업무를 모두 처리할 수 있다고 하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에 대한 애정이나 조직에 대한 소속감 역시 직장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코로나19 탓에 만남을 꺼리고 있지만, 재택근무 중에도 동료와 스킨십을 하는 부분도 꼭 신경써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정 내 업무 공간을 회사처럼 듀얼모니터 시스템으로 꾸민 모습. / 유지원 제공
가정 내 업무 공간을 회사처럼 듀얼모니터 시스템으로 꾸민 모습. / 유지원 제공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