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만 빼고 이미 팬데믹 예상…주저하는 사이 12만명 감염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규정하고 이를 공식 선언하자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다. 그간 WHO가 통제 가능하다며 주저하는 사이 12만명이 넘게 감염되는 등 피해 사례가 넘치기 때문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11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브리핑을 갖고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하게 우려스럽다"며 "WHO는 코로나19가 팬데믹이라고 결론냈다"고 밝혔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이 코로나19와 관련해 팬데믹을 선언했다./유튜브 캡처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이 코로나19와 관련해 팬데믹을 선언했다./유튜브 캡처
그러면서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여전히 통제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늑장 대처라는 지적을 애써 부인하는 모습이다.

그는 "팬데믹은 가볍게 혹은 무심하게 쓰는 단어가 아니다"라며 "잘못 사용하면 비이성적인 공포를 불러일으키거나 전쟁이 끝났다는 정당하지 못한 인정을 통해 불필요한 고통과 죽음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WHO의 늑장 대처에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WHO가 주저하는 사이 12만명 인구가 감염됐고 110여개국이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낸시 메소니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국립면역호흡기질환센터 국장은 지난달 말 이미 팬데믹을 예상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질병과 사망을 유발하고 지속적인 사람 간 전파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우려스럽다"며 "이들 요소는 팬데믹의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한다"고 말했다.

WHO 팬데믹 선언을 기다리던 미국 CNN 방송은 이틀 전인 9일 자체적으로 현 상황을 팬데믹이라고 부르겠다고 선언했다. CNN은 "세계 코로나19 환자는 10만명을 넘어섰고 3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며 그 근거를 설명했다.

국가 간 차별대우도 논란이다. 국제기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들끓는다. 앞서 일본 닛케이 신문은 "WHO는 2일 코로나19 우려 국가로 한국과 일본을 나란히 언급했다"며 "하지만 ‘한국과 같은 취급을 하지말라’는 일본 측 항의에 일본을 우려국가에서 뺐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차별은 앞서 벌어졌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감염자 수치에서도 드러난다. 업계는 막대한 자본 앞에 WHO가 굴복했다고 지적한다.

WHO는 696명에 이르는 크루즈선 감염자를 일본 감염자 수치에 포함하지 않았다. 이 역시 일본 정부가 ‘상륙전에 감염됐다’며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후생노동상은 2월 8일 "문제 제기 결과, WHO는 유람선 감염자를 일본 국내 수치로 합산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실제 집계를 바꾼 다음 날 WHO는 일본에서 지원금 1000만달러(약119억원)를 냈다며 감사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