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 없었나?’

2월 유럽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전년 동월 대비 내수시장 판매량이 77% 급락하며 장기 침체에 빠진 중국과 대조를 보인다.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강화로 대대적인 전기차 생산과 마케팅에 나선 유럽 시장의 성장세는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인 가운데 급증하는 코로나19 감염자는 변수로 떠올랐다.

 충전 중인 전기차 / IT조선 DB
충전 중인 전기차 / IT조선 DB
폭발적인 성장세 이어가는 유럽 전기차 시장
유진투자증권이 최근 발간한 유럽 전기차 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월 유럽에선 약 7만~8만대의 전기차 판매됐다. 123% 급증한 1월에 이어 급격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유럽 주요국의 판매량을 살펴보면, 최대 판매국인 독일에선 1만6000대의 전기차가 팔렸다. 전년 동월 대비 149% 급증했다. 2위인 프랑스에서도 1만3000대의 전기차가 팔려 3배 가량 늘었다. 스웨덴과 영국, 스페인도 각각 95%, 117%, 128% 판매량이 늘었다.

 2월 유럽 주요국 전기차 판매량 / 유진투자증권 제공
2월 유럽 주요국 전기차 판매량 / 유진투자증권 제공
유럽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는 탄소배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업체에 대규모 벌금을 부과하기로 한 EU의 결정이 배경으로 꼽힌다. 규제를 피하고자 전기차 생산으로 전환했거나 전환하는 완성차 업체들이 늘었다. 이 기업들이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서 전기차 판매량 확대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3만유로(약 4000만원) 수준으로 내려온 전기차 가격도 하반기 성장세를 지속할 요인이다.

이 가운데 급증하는 유럽 내 코로나19 감염자는 변수로 떠올랐다. 확진자 1만명을 넘어선 이탈리아는 지난 10일, 전국에 이동제한령을 내린 바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에 확산하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전기차 인도 지연 등 단기적 영향은 발생할 수 있지만, 그야말로 단기 이슈에 불과할 것"이라며 "2020년 유럽에서 83만대의 전기차가 팔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유럽시장의 성장세는 현지에 생산능력을 확보한 한국 배터리3사의 점유율 확대로 이어졌다. 지난 1월 한국 배터리3사 합산 점유율은 사상 처음 30%를 돌파했다. LG화학은 중국 CATL을 제치고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에서 2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 이같은 실적을 장담하지는 못한다. 북미와 유럽 자동차 제조사는 배터리 생산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전기차 생산·판매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배터리 자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수 시장 침체에 빠진 중국 기업도 유럽에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생산능력 확보에 나섰다.

한국 배터리3사를 잡기 위해 경쟁사들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침체에 빠진 내수시장을 살리기 위해 중국이 보조금 폐지를 번복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침체 장기화 중국…보조금 폐지 번복하나

지난 1월 내수시장의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이 전년 대비 반토막이 난 중국은 2월, 또다시 큰 폭의 내림세를 보였다. 포스코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2월 전기차 판매량은 1만1000대로 전년 동월 대비 77% 급락했다.

중국 내수시장은 보조금 축소에 코로나19로 인한 생산차질이라는 악재까지 겹쳐 깊은 수렁에 빠졌다.

내수시장을 살리기 위해 보조금 폐지를 선언한 중국이 다시 보조금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은 "코로나19가 중국 자동차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2003년 사스 때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라며 "전기차 소비시장 침체에 더해 공급망 훼손으로 내수시장이 걷잡을 수 없이 위축되면서 산업 생태계 전반에 어려움이 닥쳐 보조금 폐지를 번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