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게이머의 축제"로 불리며 매해 미국에서 열리던 E3게임쇼가 코로나19 확산으로 개최가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게임업계는 혼란스런 상태다. 글로벌 게임 이용자를 대상으로 자사 신작을 홍보할 장소가 사라진 것이다. 업계는 E3 취소로 인터넷 중심의 홍보 전략이 빛을 발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3 2019. / 버라이어티 갈무리
E3 2019. / 버라이어티 갈무리
E3 게임쇼가 개최 취소 사태를 맞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임쇼는 1995년부터 2019년까지 24년간 단 한번도 쉬지 않고 매해 개최됐다.

주최측인 미국 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협회(ESA)는 "파트너사와 세계 게임 팬 등 수 많은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개최 취소를 결정했다. 티켓 대금과 참가사 비용 환불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글로벌 대표 게임쇼 취소로 세계 주요 게임사는 인터넷을 통해 자사 신작을 알리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ESA도 E3 페이지를 통해 신작 게임 정보를 공유한다는 계획이다.

게임 업계에서 발빠르게 마케팅 주축을 인터넷으로 옮긴 기업은 닌텐도다. 닌텐도는 유튜브를 통해 정기적으로 내보내는 게임 방송 ‘닌텐도 다이렉트'를 통해 자사 새 게임기와 신작 게임 콘텐츠를 홍보해 왔다.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플랫폼 사업을 펼치는 소니(SIE)도 마케팅 주축을 인터넷으로 서서히 옮기고 있는 상황이다. 소니는 2019년 E3 게임쇼에서 불참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자사 게임을 홍보하는데 E3 게임쇼가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소니 게임 부문 경쟁사 수장 필 스펜서 마이크로소프트 게임 부문 대표는 "소니가 없는 E3 게임쇼는 재미가 없다"며 소니의 E3 게임쇼 참가를 독촉한 바 있다.

참고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된 세계게임개발자컨퍼런스 발표 내용을 인터넷을 통해 공개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게임 업계는 소니가 E3에 참가하지 않는 이유로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을 꼽았다.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파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오프라인 이벤트를 열 필요가 없다는 분석에서다.

게임 콘텐츠에 있어 유튜브는 이미 주력 마케팅 홍보장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게임 생방송으로 5000만달러(603억원) 이상의 돈을 끌어모으고 1억명 이상의 구독자를 모은 ‘퓨디파이' 사례를 보면 이해가 쉽다. 밀레니얼과 Z세대는 유튜브를 통해 게임 방송을 즐겨본다. 게임 제작사 입장에서는 거금을 들여 게임쇼에 참가하는 것 보다 소위 잘 나가는 게임 유튜버에 돈을 쥐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영화·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업계도 마찬가지다. 이벤트 현장에 모든 팬들이 모일 수 없다는 점에서 유튜브를 통한 현장 중계는 핵심 마케팅 도구로 자리잡고 있다.

◇ 코로나19가 마케팅 주축 온라인으로 옮기나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케팅 주축을 인터넷으로 옮기는 것은 게임 업계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에서 알뜰폰 이동통신 사업을 진행하는 라쿠텐의 경우 3월초 인터넷을 통해 신규 서비스 발표회를 진행했다. 이동통신 사업자 소프트뱅크도 5일 자사 5G 서비스 발표회를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했다. 이들 발표회는 각 기업 관련자 만 참석하는 무관중 발표회로 진행됐다. 소프트뱅크의 경우 2010년부터 유스트림 등 스트리밍 서비스를 적극 활용해 왔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여파로 넷플릭스가 킹덤2 발표회를 인터넷 중계 방식으로 진행했다.

코로나19는 콘서트 공연도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옮기고 있다. 라인과 드왕고는 실시간 방송 경험이 없는 기업과 아티스트가 인터넷 실시간 방송을 쉽게 진행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는 등 바뀌고 있는 마케팅 환경에 발을 맞추고 있다. 도쿄교향악단은 이 서비스를 이용해 8일 ‘관객없는 음악회'를 진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