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1월 대선 전까지 백신 개발 완료해라"
美 과학계 "백신은 안전이 최우선…안되는 걸 요구하지 마"

재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 과학계 간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통상 18개월이 걸리는 백신 개발을 무작정 서두르라고 지시하면서 이들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진다.

13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월 11일(현지시각) 미국 제약기업 CEO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선 전인 11월까지 백신을 개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 자리는 코로나19 대응 방안 논의를 위해 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픽사베이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픽사베이 갈무리
미국 과학계는 크게 반발했다. 이날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은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하려면 백신 개발에 최소 18개월이 걸린다고 조언했는데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다"라고 지적했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 편집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홀덴 소프 사이언스 편집장은 "삶과 죽음의 문제다"라며 "백신은 근본적인 과학적 근거가 있어야 하며 안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과학이 할 수 없는 것을 요구한다"며 "과학계를 존중하는 방법부터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3년 전 백신 회의론자였던 트럼프가 이제는 백신 신봉자 같다"며 "과학자들이 전염병에 관한 사실을 공유하려고 노력하는 동안 행정부는 그 사실을 차단하거나 모순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학계와 트럼프간 불협화음은 계속 이어져 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이민 정책으로 해외 우수 과학 인재 미국 유입을 막았다. 또 4년여간 질병통제예방센터와 국립보건원 등 과학 관련 예산을 지속적으로 삭감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