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4일 출시한 서브컬처게임 ‘카운터사이드’가 ‘페미니즘 논란’을 포함해 최근 거듭되는 악재로 고전하는 모양새다. 넥슨과 개발사 스튜디오 비사이드는 게임 출시 전부터 예고한 대로 즉시 이용자와 소통 채널을 마련해 위기를 타개하려 노력한다.

카운터사이드는 넥슨의 2020년 첫 작품이자 야심작이지만 최근에는 기대에 다소 못미치는 성적을 보인다. 출시 직후 순항하며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기준으로 9위까지 달성했으나, 출시 한 달쯤 지난 13일 기준으로는 39위에 머무르는 데 그쳤다.

류금태 스튜디오비사이드 대표의 모습. / 오시영 기자
류금태 스튜디오비사이드 대표의 모습. / 오시영 기자
카운터사이드는 출시 직후 운영자 사칭 논란, 사내 쿠폰 외부 판매 논란 등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해당 사건이 잠잠해지자 최근 이용자 커뮤니티 사이에서는 이른바 ‘페미니즘 논란’이 불거졌다. 개발팀이 특정 사상 이용자의 눈치를 봐서 선정적이라고 볼 수 있는 게임 내 요소를 자체 검열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적지 않은 수의 이용자가 커뮤니티 등에서 ▲스킨 소개 영상에서 속옷 등을 삭제해 노출도를 낮춤 ▲캐릭터 터치 시 상호작용 대사와 홍조 등 반응 삭제 ▲‘아내와 아이’를 위해 싸우는 아저씨 캐릭터 ‘김철수’의 설정 변경 등이 특정 사상의 입맛에 맞춘 것이 아니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서브컬처게임 이용자는 페미니즘 등 사상을 지닌 사람이 게임 제작에 참여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넥슨이 서비스하고, 류금태 스튜디오비사이드 대표(당시 나딕게임즈 총괄 PD)가 개발을 이끌었던 서브컬처게임 ‘클로저스’는 성우,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수 인물을 둘러싼 사상 논란이 터져 게임 인기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기도 했다.

넥슨은 의혹이 터져 나온 직후인 11일 공지를 통해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두 차례 해명했으나, 이용자 사이에서는 ‘믿지 못하겠다’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었다.

류금태 대표가 올린 사과문의 일부, 이용자에게 거듭 사과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 카운터사이드 홈페이지 갈무리
류금태 대표가 올린 사과문의 일부, 이용자에게 거듭 사과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 카운터사이드 홈페이지 갈무리
이에 류금태 대표가 12일 직접 사과문을 올리며 해명에 나섰다. 모든 의혹 사항에 대해 오해를 풀고, 각각 사안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사과’, ‘죄송’, ‘사죄’ 등 미안하다는 표현만 10번 넘게 등장했다.

류 대표는 특정 사상과의 연관성을 강하게 부정했다. 그는 "개발팀과 저는 이용자가 우려하는 특정 사상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혐오, 반사회적 사상에 반대하고, 그러한 사상에 공감하는 사람은 개발팀 내에 없다"며 "특정 사상이 게임 내에 영향을 끼칠 수 없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넥슨에 따르면 스킨 소개 영상에 나온 컷신 이미지는 개발 중인 버전으로, 일부러 특정 부위를 삭제하고 내보낸 것이 아니라 미처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게임 내에서는 정상적인 이미지를 만나볼 수 있다.

류금태 대표는 특정 신체 부위 표현을 고의로 삭제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물론 한국에서 서비스하는 게임으로서 법령에 맞는 심의 기준을 준수한다"며 "하지만 인게임 캐릭터의 구현에 있어서 게임의 표현에 필요하다면 특정 신체 부위나 속옷 등을 표현하는데 제한을 걸지 않는다"고 말했다.

류 대표에 따르면 캐릭터 터치 반응이 크게 달라진 이유는 비용 문제로 라이브 2D 엔진을 갑자기 바꾸는 과정에서 일부 캐릭터 모션이 축소된 결과다. 캐릭터 힐데의 특정 대사나 김철수 캐릭터의 설정 또한 변경하게 된 자세한 경위를 설명했다. 이에 더해 어떠한 공지나 설명 없이 업데이트를 진행한 점을 사과했다.

류금태 대표는 "힐데의 대사, 캐릭터 터치 반응, 김철수 캐릭터의 설정을 모두 롤백하거나 수정할 예정"이라며 "앞서 말한 사례에서 공지를 누락한 점을 사과한다. 향후 변경점 추적 프로세스를 강화하고, 이를 빠뜨리지 않도록 부서간 교차검증하겠다"고 밝혔다.

넥슨 한 관계자는 카운터사이드의 최근 부진에 대해 "서브컬처게임 특성상 매출 순위에 연연하기보다는 꾸준히 사랑받는 것이 목표로, 콘텐츠가 추가되는 시기에 매출 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게임 출시 직후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각종 오프라인 행사를 열어 이용자와 소통하겠다는 약속을 당장은 지키기 어려워 굉장히 아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