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율주행차 시대' 와도 택시업자 말만 따르려나

입력 2020.03.14 06:00

택시가 또 이겼다.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는 자사 핵심 서비스인 ‘타다 베이직’을 4월 11일 중단한다. 이재웅 쏘카 대표도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맨몸으로 모빌리티 혁신을 꿈꿨던 ‘벤처 1세대’의 쓸쓸한 퇴장이다.

승승장구하던 타다는 택시업계 반발로 불법 딱지가 붙었다. 택시업계의 호소에 귀기울인 박홍근 의원은 2019년 10월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운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11~15인승 승합차를 통한 영업을 6시간 이상 사용으로 한정하고, 대여·반납 장소는 공항 혹은 항만인 경우로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차량 대수·운행 횟수에 따른 기여금도 추가로 내야한다. 사업을 접으란 얘기다.

국토부도 제도권 내 혁신만 강요한다. 택시와 같이 돈을 내고 그 플랫폼 안에서 시도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택시 기반 서비스를 운영할 자금력이 충분한 카카오 외에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은 꿈꿀 수 없는 조건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제도권에 꽁꽁 묶인 모빌리티 혁신도 결국 시대의 요구에 제도권 밖으로 삐져나오기 마련이다.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에 따라 제도권이 규정하지 못한 무인자동차의 합법화 여부가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사 없이 자율주행으로 움직이는 무인택시 시대가 이미 우리 가까이 와있다. 11년전 무인차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한 구글 웨이모의 로보택시는 지난해 말 기준 미국에서 10만회 이상의 자율주행 택시를 운행했다. 매달 1500명이 로보택시를 이용한다. 지난 여름 이후 보조 운전자가 없는 완전 무인차 운행도 늘고 있다.

한국도 먼 미래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미래차 산업비전을 발표하며 완전자율주행 상용화 일정을 2030년에서 2027년으로 앞당기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2030년께 미래차 일등이 목표다. 현행법상으론 이 구상을 실현할 수 없다. 자율주행 기술의 고도화에 걸맞은 새로운 법 체계와 기준을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은 거꾸로 가기 때문이다. 타다금지법이 단적인 사례다.

자율주행 기반 무인택시 상용화 시점이 오면 택시업계는 시대의 요구에 발맞춰 순순히 자리를 내줄까. 타다 사태를 보면 ‘아니다’라고 단언할 수 있다. AI의 판단을 믿기 어렵고, 대형사고 우려가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낼 것이 뻔하다. 무인택시가 택시 기사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호소도 곁들일 것이다.

무인택시엔 투표권이 없다. 고용창출 효과도 없다. 25만명의 택시기사, 100만명의 택시가족 표를 의식한 국회는 또다시 신산업이 뿌리내릴 기회를 차단하는 법안을 ‘상생법’이라며 통과시킬 수도 있다.

국토부가 무인택시를 허가하는 대신 대당 기여금을 억대로 부를지도 모를 일이다. 이재웅 쏘카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한국에서 앞으로 웨이모 같은 서비스를 6시간 이상 대여한 사람만 이용해야 할 판이다.

국민이 뽑은 국회는 국민 편익 향상에 뒷전이다. 택시 혁신을 위한 규제 완화보다 기존 택시사업을 위협하는 요소를 제거하는 데 혈안이 돼있다.

택시는 택시대로, 신산업은 신산업대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 요금 자율화와 제한적 합승 허용, 지역제한 완화 등 규제를 푸는 것이 먼저다. 법 개정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인데 지금은 없던 규제 법이 새로 나온다.

혁신산업은 기득권의 눈치를 보고 제도권에 끼워맞춰야 하는 불편이 없어야 한다. 규제를 푼 택시와 경쟁하는 것이 맞다. 택시업계가 반대하면 불법이고 혁신이 아닌 것이 되는 모빌리티 업계의 잔혹한 현실을 자율주행차 시대에도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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