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재택근무백서] 재택근무 3개월 차 CMO의 하루

  • 민보경 메디블록 CMO
    입력 2020.03.16 06:00

    [기고] 민보경 메디블록 CMO(최고 마케팅 책임자)

    출근 시간이 1시간 반에서 30초로 줄어든 요즘, 아침은 급하지 않다. 준비하는 시간 대신 핸드폰을 켜고 밤새 확진자가 얼마나 늘었는지 확인하고 코로나 관련 뉴스 브리핑을 읽는다. 침대에서 어기적어기적 소식을 확인하고 천천히 일어나면 출근 완료!

    슬랙 채널에 매일 아침 8시와 저녁 5시에 설정해놓은 출퇴근 ‘쓰레드(Thread·일종의 댓글 기능)’가 올라오면 오늘 할 업무를 작성한다. 퇴근할 때는 그날 완료한 업무를 체크하고 쓰레드를 작성한다. 각 팀의 팀원들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이 출퇴근 쓰레드를 보며, 동료들의 업무와 출퇴근 시간을 파악한다.

    메디블록에서 사용 중인 출퇴근 쓰레드.
    이렇게 매일 업무 현황을 공유하다 보니, 회사에서 근무할 때보다 불필요한 소통이 줄었다. 개개인이 하루하루 업무의 성과를 내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한다는 순작용도 있다. 팀장의 입장에서도 슬랙 자동 쓰레드 생성 기능을 설정하고 사용하다 보니 별도의 업무가 필요 없어 매우 편리하다.

    출근 도장을 찍고선 가장 좋아하는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리고 인공지능(AI) 스피커를 통해 원하는 음악을 튼다. 일하다가 조금 집중이 떨어지면, 어제 늦은 저녁에 주문한 새벽배송 신선식품과 밀키트를 냉장고에 넣으며 잠을 깬다. 내가 원하는 음악과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내려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에서 업무를 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재택근무의 가장 큰 묘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여유로운 시간도 그리 오래가진 않는다. 음악과 커피 내리는 소리에 5살 난 아이가 깨어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투잡이 시작된다. 재택근무 첫날에는 여유롭게 거실에서 업무를 시작했다가 집안 한 켠에 ’노키즈존(No kids zone)’을 설치하고 업무 공간과 육아공간을 분리한 이유다.

    민보경 메디블록 CMO가 집 안 한 쪽을 노키즈존으로 만들었다.
    엄마가 오랜만에 집에 있어 신나는 아이는 수시로 노키즈존을 들락날락하지만, 항상 육아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워킹맘에게는 이런 환경이 감사하다. 들락날락 횟수를 줄이려 각종 가정용 놀이교구를 주문해 아이에게 제공한다. 한 시간 정도은 아이가 집중해서 놀기 때문에 방해받지 않고 온전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

    오후에는 관계 업체들과 유선으로 연락을 하고 안부를 물으며, 외부 미팅 업무를 대체한다. 외부 미팅에 드는 이동 시간을 줄일 수 있어 그 시간에 더 많은 업무를 할 수 있다. 다행히 관계 업체들에서도 대면 미팅은 거의 지양하고 있다. 텍스트로 대화하다 보니 명확하게 의사소통이 돼 업무의 효율이 상승했다.

    마케팅팀 정기미팅도 화상으로 시작한다. 우리는 슬랙으로 회의를 진행하는데, 별도의 툴을 설치하지 않아도 슬랙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 화상회의 툴을 여럿 검토해 본 결과 우리 팀에는 슬랙이 가장 편리하고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모바일에서는 영상 접속이 되지 않아 아쉽긴 하다.

    평소에는 말이 길어져 1시간으로 정한 회의가 무한으로 길어지기도 하는데, 화상으로 진행하다 보니 불필요한 대화가 줄어들어드는 이점도 있다. 또, 화상회의에서는 모든 화면을 자신의 앞에 두고 함께 표시하며 논의할 수 있어 더 편리하다. 오프라인 회의에서는 회의실 모니터가 다소 멀리 있어 스크린에서 자리가 먼 사람은 모니터 내용을 자세히 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가끔 오프라인에서도 회의실이 부족하거나 꼭 공유해야 하는 화면이 있다면 화상회의로 진행해야겠다는 말을 우스갯소리로 할 정도다.

    메디블록 마케팅 팀원들이 화상으로 회식을 진행하고 있다.
    회의를 무사히 마치고 각자 준비한 음식으로 3월 회식을 대신한다. 마케팅팀은 한달에 한 번 점심 회식을 하는데 이번 달에는 코로나19 때문에 화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멀리 있지만, 각자 먹고 싶은 음식으로 함께 하니 오히려 만족도도 높아진다. 각자 피자와 치킨으로 원거리 ‘짠’을 하며 화상회식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렇게 남은 업무를 마무리하고, 슬랙 퇴근 쓰레드에 오늘 마무리한 업무와 시간을 업로드하면 퇴근 완료!

    하루 동안 30명이 넘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대화했는데, 집 밖으로 한 번도 나가지 않았다. 심지어, 화장도 안 했다. 출퇴근, 준비시간, 이동시간을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으로 쓸 수 있어 매우 효율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하루였다.

    우리 회사는 코로나 사태 이전 연초부터 월 1회 재택근무를 복지로 도입했다. 아무래도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다 보니 회사에서만큼의 집중도를 갖기 어려울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성과를 내는 데는 훨씬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신뢰하는 회사에 대한 만족도와 출퇴근을 위해 쏟는 에너지를 생각하며 업무에 집중하려고 한다. 재택근무는 회사의 입장에서는 분명 여러 단점이 존재하고 파격적인 선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료를 신뢰하고 직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여 어려운 결정을 내려준 회사에 참 감사하다.

    빨리,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어 건강하게 업무를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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