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PC방이 신음한다. 고객 발길이 ‘뚝’ 끊겼고, 이용 고객 일부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도 나왔다. PC방 사용시간이나 평균 가동률 등 각종 지표를 보면 전년 대비 악화한 모습이 확연히 드러난다.

좁은 공간에 다수의 사람이 모이고, 같은 기기를 여러 사람이 쓰는 PC방 특성상 코로나19 전염병의 타격을 볼 수밖에 없다.

PC방 업주들은 생존을 위한 자구책으로 매장 내 손소독제 비치, 마우스나 키보드 등 주변 기기 소독 등, 마스크 착용 등으로 통해 코로나19 감염 예방에 힘쓴다. 그렇지 않아도 사회적으로 공격을 많이 받는 장소인 만큼,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지켜보며 민감하게 대응했다.

하지만 중앙과 지방 정부는 PC방 업계의 이런 노력을 전혀 인정하기 않는다. 오로지 바이러스의 온상인양 취급한다. 주무부처마저 이러니 업계는 속상하기 그지 없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PC방을 통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던 2월 23일 PC방을 콕 집어 이용 자제를 주문했다. PC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바탕에 깔렸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PC방에 대한 위생 점검 결과 미흡할 경우 폐쇄조치도 불사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PC방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마저 PC방 사업자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보인다. 박양우 장관이 직접 PC방 업주 격려차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뚜렷한 지원책을 제시하는 대신 PC방들이 자체적으로 진행 중인 코로나19 예방과 관련한 계도 활동만 펼쳤다. 이건 문체부가 아니라 복지부나 지자체가 할 일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콜센터에서 대량 확진자가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PC방 위생점검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PC방 업주들은 힘든 처지에도 눈물을 꾹 참고 있는데, 주무부처마저 채찍만 드는 것을 보며 한숨만 늘어난다. 대형 게임사가 매달 받는 로열티를 줄여주는 등 도움을 주는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9일, 세종시 나성동의 한 PC방을 찾은 박양우 문체부 장관의 모습. / 게임물관리위원회 제공
9일, 세종시 나성동의 한 PC방을 찾은 박양우 문체부 장관의 모습. / 게임물관리위원회 제공
PC방 업계 한 관계자는 문체부에 손 소독제 같은 위생용품 관련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예산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PC방 업계가 겪을 어려움이 눈에 선했는데, 주무부처 눈에는 심각하게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PC방 산업은 종사자 수가 전체 게임 산업 종사자 수의 반 이상에 이를 정도로 중요한 산업이다. 그런데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고통은 오롯이 업주만 짊어진다.

한국 연간 PC방 시장 규모는 1조8283억원으로, 전체 게임 시장 규모의 12.8%쯤을 차지한다. PC방은 게임 산업 발전을 돕는 진원지다. PC방이 없으면 한국의 게임 산업의 성장도 장담할 수 없다. 문체부는 지금이라도 실효성 있는 PC방 손실 최소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예산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는 식의 태도는 곤란하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온통 예민한 지금 이런 지원 요청은 ‘언감생심’이다. 지원은커녕 ‘마녀사냥’만이라도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업계의 솔직한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