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헬스케어·온라인쇼핑은 맑음, 여행업은 울상
올해 2월까지 투자액 6449억원으로 2배 성장…투자유치 기업 수는 50여 곳 줄어

코로나19 이후 스타트업 업계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발생한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금융과 바이오·헬스케어 , 쇼핑 등 업종 스타트업은 투자 유치와 인재 채용 등 활발한 경영활동을 이어가는 반면 여행업과 제조업 등의 스타트업은 투자가 끊겼다. 업계는 일부 스타트업에 투자금이 쏠리면서 소비재 중심 스타트업은 혹독한 겨울이 당분간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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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액 늘었지만 투자 유치 기업은 줄어들어

17일 국내 스타트업 투자 데이터베이스 더브이씨 자료 분석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가 국내에서 확산했던 올해 1월~2월 국내 스타트업이 유치한 총 투자액은 6449억원이다. 월평균 3224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총 투자액과 월 평균 투자액이 각각 4669억원, 2334억원과 비교하면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증가한 모습이다.

투자금액은 늘었지만 지난해보다 올해 투자 유치에 성공한 스타트업 수는 줄었다. 일부 스타트업에 투자액이 쏠렸다는 의미다. 지난해 1월~2월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은 총 170개사다. 올해는 같은 기간 118개사가 투자를 유치했다.

올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에는 헬스케어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많다. 이들 기업에 투자액이 쏠리면서 전체 투자유치액이 함께 증가한 셈이다. 실제 2월 28일부터 3월까지 100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은 새벽배송 전문 온라인 쇼핑 플랫폼 오아시스마켓,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사 이엔셀, 전립선암진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딥바이오 등이다.

인력채용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이어진다. 데이터 금융 플랫폼 뱅크샐러드는 200여명 규모 공채에 나섰다. 온라인 강의플랫폼 클래스101도 최근 40여개 포지션 채용에 나섰다. 꾸준히 이 부문은 성장세를 보이는데다가 투자도 이어지니 인력 채용도 활발한 셈이다.

반면 여행 관련 스타트업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데다가 투자 유치도 끊겨 더욱 상황이 안좋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외국인 여행객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한 여행 스타트업은 이미 논의 중이던 투자유치도 중단됐다"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일부 스타트업 울고 웃고

이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비슷한 모습이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VC)들은 코로나19로 수요가 늘어난 분야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한다. 사이버 보안, 헬스케어, 게임 등 플랫폼 기반 사업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는 2월 27일 1억5000만달러(1800억원) 규모 시리즈G 라운드 투자유치를 마무리했다. 이번 투자는 알토스벤처스와 메리테크 캐피탈 등 미국 실리콘밸리 VC가 참여했다. 인도 최대 음식배달 스타트업 스위기도 2월 19일 프로서스 벤처스로부터 1억1300만달러(1382억원)를 유치했다.

해당 분야 스타트업은 코로나19로 이용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중국 공유자전거 서비스는 혼잡한 버스와 지하철 대신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끈다. 중국은 최근 재택근무가 종료되고 출퇴근하는 이들이 늘면서 아직 종식되지 않은 코로나19를 피하기 위해 자전거가 대안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중국 공유자전거 메이투안에 따르면 3월 첫 주 이용률은 2주 전보다 86%가 증가했다. 2월 설 연휴 기간에 비해서는 94%가 증가한 수치다.

해외에서도 대출과 여행, 소비재 분야 스타트업은 당분간 코로나19로 자금조달도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다. 이용자가 급격히 감소하면서다. 특히 코로나19가 최근 유럽으로 번지면서 유럽 지역 소비재 분야 스타트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독일 여행 스타트업 겟유어가이드(GetYourGuide)의 올해 3월 중 예약 건수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 또 다른 독일 여행 스타트업 오미오(Omio)도 지난 2주 간 예약건수가 최대 40%쯤 감소했다.

케스린 우테크 코어 이노베이션 캐피탈(Core Innovation Capital) 이사는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현재 현금흐름이 좋은 일부 회사는 인재를 확보하거나 다른 서비스를 인수하기에 현재 최적의 시기다"라며 "이는 모든 스타트업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