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가장 ‘핫’했던 게임 장르는 단연 ‘오토 배틀러’다. 오토 배틀러는 자동 전투와 전략 싸움을 결합한 새로운 게임 장르다. 오토 배틀러의 시작은 2019년 1월 4일 ‘도타2’ 이용자 제작 게임모드(유즈맵)로 처음 공개된 ‘오토체스’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부터다. 이후 다수 게임사가 ‘오토체스’와 유사한 게임 개발에 착수했다. 라이엇게임즈가 출시한 ‘리그 오브 레전드 전략적 팀 전투(TFT) 모드’도 그 중 하나다.

TFT는 같은 장르 중 특히 눈길을 끈 게임이다. 2019년 6월 출시 직후 트위치 시청자 수 13만명을 기록하며 ‘포트나이트’를 제치고 시청자 수 1위를 여러 번 차지했다.

하지만 오토 배틀러 장르는 게임 판을 바꿔버릴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게이머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라이엇게임즈는 PC기반 게임을 ‘모바일’로 다시 만들며 분위기 전환에 나선다. ‘오토 배틀러’ 장르에 다시 한 번 불을 붙일 수 있을지 기대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라이엇게임즈는 17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사 첫 모바일게임 ‘전략적 팀 전투(TFT)’를 공개했다. TFT는 PC에서 즐길 수 있던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게임 모드로, 모바일·PC버전 간 크로스플레이를 지원한다. 20일부터 플레이할 수 있다.

TFT 모바일 버전 출시 온라인 기자간담회의 한 장면. / 오시영 기자
TFT 모바일 버전 출시 온라인 기자간담회의 한 장면. / 오시영 기자
이용자 편의성(UX) 부문을 주로 담당하는 알리샤 로링 TFT 시니어 익스피리언스 디자이너는 "TFT 모바일은 PC·모바일 간 크로스 플레이는 물론 모바일에 최적화한 경험을 제공한다"며 "단순히 PC버전을 모바일로 그대로 이식한 것이 아니라, 라이엇게임즈 게임을 새로 접하는 사람도 즐길 수 있도록 처음부터 새로 개발했다"고 말했다.

전략적 팀 전투는 이용자 8명이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과 아이템을 조합해 진영을 꾸리고 마지막 한 사람만 남을 때까지 난투를 벌이는 게임이다. PC 버전은 2019년 6월에 출시됐다.

게임 방식은 간단하다. 이용자는 준비 단계에 매 라운드 획득하는 골드로 '챔피언'을 사서 모아 조합하고 배치해 전투 단계에 무작위의 다른 사람이나 몬스터와 겨룬다. 같은 종류·등급 체스 말 3기를 모으면 상급 체스말 하나로 조합된다. 챔피언, 아이템 배치까지만 전투 자체는 자동으로 벌이기 때문에 라이엇게임즈는 이 게임에 ‘오토 배틀러(Auto Battler)’라는 장르 이름을 붙였다.

로링 디자이너는 "TFT 모드를 출시한 이후 많은 이용자가 원해 모바일 버전을 출시하게 됐다"며 "모바일 환경으로 게임을 할 때는 화면이 작고, 터치스크린을 활용하다 보니 어렵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나, TFT는 조작보다는 전략성에 치중해 이런 우려가 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게이머가 모바일, PC 어떤 플랫폼에서 게임을 하든 유불리 요소가 없이 동일 선상에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아이템이다. 개발팀은 아이템을 그룹화해서 모바일 화면 좌측 상단에 손가락으로 쉽게 클릭할 수 있도록 배치했다.

TFT 모바일 버전 시연 화면, PC와 가장 다른 점은 ‘아이템 인터페이스’다. 개발팀은 아이템 관련 정보를 왼쪽 위에 그룹화해서 배치했다. / 오시영 기자
TFT 모바일 버전 시연 화면, PC와 가장 다른 점은 ‘아이템 인터페이스’다. 개발팀은 아이템 관련 정보를 왼쪽 위에 그룹화해서 배치했다. / 오시영 기자
라이엇 게임즈는 TFT 모바일 버전과 함께 게임의 3번째 세트 ‘갤럭시’도 공개했다.

매튜 위트락 게임 리드 디자이너는 "갤럭시 세트는 챔피언 계열이나 특성 등 면에서 이전 세트와는 차별화하려 노력했다"며 "다만 이용자 사이에서 세트 진행 중에 새 콘텐츠 도입 속도가 너무 빨라 부담이 된다는 피드백이 나와 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갤럭시 세트에서는 ‘갤럭시’라는 이름에 맞게 ▲우주, 은하, 별을 주제로 하는 챔피언, 꼬마 전설이(마스코트 캐릭터) ▲피해 효과 ‘갤럭시 테마 펑펑!’ ▲게임 플레이 정도에 따라 보상을 획득할 수 있는 ‘갤럭시 패스(무료)’와 ‘갤럭시 패스+(유료) ▲갤럭시 테마를 적용한 결투장 스킨 등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다.

위트락 디자이너는 "TFT는 모든 이용자가 무료로 동일 선상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며 "오직 승부에 영향을 주지 않는 꼬마 전설이 스킨 같은 개인화 콘텐츠를 통해서만 수익을 창출한다. 이번에는 자체 브랜드 상품 ‘갤럭시 패스’를 선보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라이엇게임즈 측은 "2020년 PC, 모바일, 콘솔 등 다양한 플랫폼에 걸쳐 여러 신작을 출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하는 기자단과 알리샤 로링 디자이너(이하 로링), 매튜 위트락 디자이너(이하 위트락) 등 TFT 개발팀이 주고 받은 질문과 답변 중 일부다.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앨리샤 로링, 매튜 위트락, 한나 우. / 오시영 기자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앨리샤 로링, 매튜 위트락, 한나 우. / 오시영 기자
- 게임 플레이시 매번 같은 영웅만 나온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위트락 변하지 않는 개발 목표 중 하나는 게이머가 다양한 조합을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합, 챔피언의 파워 레벨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도 파워 레벨을 적절히 조절해서 게이머의 ‘적응력’이 승부를 가르는 요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 이전 세트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챔피언도 다시 만나볼 수 있나

위트락 이용자가 한 차례 적응한 콘셉트를 다시 소개하는 일도 중요하다. 물론 새 챔피언도 꾸준히 추가하겠지만, 이에 더해 이미 경험해본 콘텐츠를 병행해 소개하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도 이런 기조를 유지할 예정이다.

- ‘갤럭시’ 세트에서는 타일 같은 환경 요소보다 챔피언 구성에 초점 맞춘 것 같다

위트락 2번째 세트에서는 색다른 요소를 많이 보여줬었다. 하지만 TFT는 궁극적으로 챔피언을 조합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게임판을 조작한다든지 하는 상황은 만들지 않을 것이지만, 이번 세트에서는 테마에 맞는 새 요소를 많이 보여드릴 예정이다.

갤럭시 테마에 맞는 니코 스킨의 모습. / 오시영 기자
갤럭시 테마에 맞는 니코 스킨의 모습. / 오시영 기자
- 모바일게임 특성상 게임에서 튕기거나 핑이 높아지는 등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지

로링 TFT를 모바일 버전으로 만들면서 최적화를 위해 많이 노력했다. 아이폰6s, 안드로이드 7.0 정도 요구 성능을 갖춘다면 주사율(fps), 네트워크 측면에서 안정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게임 진행 중 튕겨도 재접속할 수 있다.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우면 튕기지만, 잠깐 문자를 보고 오는 등 동작은 할 수 있다.

- TFT모드 같은 오토배틀러 장르 게임이 처음 등장했을 때와 비교하면 관심이 다소 식은 것 같다. TFT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위트락 개발팀은 현 상황에 많은 기대를 한다. 앞으로 게임이 꾸준히 확장하기를 바란다. TFT는 캐주얼하게 잠깐 했다가 또 쉬었다가 할 수 있는 게임으로 자리잡기를 바란다. 잠깐 쉬다가도 새 콘텐츠가 나왔을 때 돌아와서 언제든지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오토 배틀러 장르의 미래가 기대된다.

- 갤럭시 세트는 챔피언, 아이템 시너지가 특히 중요한 것 같다. 운적 요소가 상당 부분 배제된 느낌이다. 이는 전략게임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하기 위함인가

위트락 TFT는 ‘숙련도’가 승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게임이 되기를 원했다. 5만 시간, 10만 시간을 투자한 이용자에게 보상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자주는 아니지만 행운 요소는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다만 탁월한, 뛰어난 실력을 보유한 이용자가 앞서나가는 부분도 계속 확보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다양성을 제공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

TFT 모바일 이미지. / 오시영 기자
TFT 모바일 이미지. / 오시영 기자
- TFT를 왜 라이엇게임즈 첫 모바일게임으로 정했나

로링 라이엇게임즈에서는 모바일게임 다수를 이미 개발하고 있다. TFT를 이중 ‘첫 모바일게임’으로 정한 것이 아니라, 가장 빨리 준비가 된 작품이 TFT였던 것이다. 근시일 내에 여러 라이엇 모바일게임을 만나보실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블리츠크랭크’가 등장하는 30분짜리 모바일게임을 한 차례 출시한 적이 있으나, 이는 상품이 아니라 1회성으로 재미를 선사하기 위해 선보인 것이다. 전략적 팀 전투는 1회성 게임이 아니라 계속해서 깊이를 늘려가는 게임이 될 것이다.

- TFT 모바일 제작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로링 모바일에 적합한 게임 엔진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기존 게임을 그대로 모바일에 넣을 수가 없었다. 또 PC와 비교하면 화면이 작고 성능이 훨씬 떨어지는 모바일 환경에 알맞는 게임을 개발하기가 어려웠다. 앞서 말한 사항을 모두 고려하면서도 PC에서 모바일 플랫폼으로 이동한 이용자가 완전히 같은 게임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어려웠다.

-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해보지 않은 이용자를 TFT에 끌어들일 전략은?

로링 개발팀은 새 이용자를 유입하는 것에도 관심이 많다. 라이엇의 기존 게임은 좋아하지 않아도, 전략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번 모바일 버전 출시로 쉽게 입문할 수 있도록 튜토리얼을 상당히 공들여 만들었다. 튜토리얼은 일단은 모바일에 먼저 도입했지만, 향후 PC에서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e스포츠 대회를 열 생각이 있나

위트락 구체적인 발표는 4월쯤 따로 진행할 예정이다. TFT에서 발생하는 경쟁 구도도 게임의 핵심 중 하나다. 세계 대회 관련 내용을 준비하는 중이다. 확실히 약속할 수 있는 것은 e스포츠 경쟁 구도를 장려하고 싶고, 숙련된 이용자에게 보상하고 싶다는 것이다.

- 지금은 리그 오브 레전드에 속한 PC TFT를 개별 실행 버전으로도 만나볼 수 있을까

위트락 지금은 롤 세계관 안에 속해 얻는 장점이 있다. 다만 먼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