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대출사기 여파로 파산위기에 처했던 계열사 KT이엔지코어(전 KT ENS)에 470억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하고 그룹사와 시너지를 모색한다.

17일 KT에 따르면 KT이엔지코어는 3월 내로 회생절차를 종결하고 정상 기업활동을 재개한다. 이를 위해 KT 280억원, KT에스테이트 188억원씩 총 468억원을 출자했다. KT이엔지코어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를 취득하기 위한 자금으로 쓰였다.

./ IT조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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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KT이엔지코어가 회생채권 출자전환으로 발행한 신주 전부를 무상 소각함에 따라 KT로 최대주주(59.83%) 지위를 되찾았다. KT에스테이트는 2대 주주(40.17%)로 올라섰다.

9부능선 넘은 회생절차

KT이엔지코어는 2014년 협력업체 대출사기에 연루된 이후 자본잠식이 이어지는 등 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렸다. 6년째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밟고 있다.

회생절차가 길어지는 사이 100여명의 직원들이 이곳을 떠났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채무와 줄어드는 일감으로 KT이엔지코어는 파산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신용도가 추락한 KT이엔지코어가 자체적으로 채무를 변환할 능력이 없으니, 결국 KT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회생계획 논의 중에서 나온 의견이다.

2월 18일 열린 관계인 집회에서 KT의 출자 지원과 KT이엔지코어의 유상증자와 감자 등의 내용이 담긴 변경회생 계획안이 가결됐다.

앞서 KT는 2015년에도 계열사 나스미디어가 KT이엔지코어가 소유하고 있던 91억 규모 부동산을 매수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지원을 단행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KT이엔지코어의 재무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실적도 하향세다. 2018년 적자로 전환했다. KT이엔지코어에 따르면 외부일감이 계속 줄어드는 탓에 2019년 실적 역시 2018년보다 좋지 않다. 2014년 협력업체 비리 대출사기 연루된 이후 외부일감 떨어진 탓에 대부분 내부거래로 매출을 쥐어짜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T이엔지코어 내부거래율은 2016년 87.4%, 2017년 93.3%, 2018년 93.5%로 점점 더 높아지고 있지만, 매출(영업수익)은 2016년 4780억원, 2017년 3095억원, 2018년 3062억원으로 줄었다. 굵직한 해외사업을 맡았던 2014년 572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이후 내리막길을 걷는 셈이다.

KT이엔지코어 실적 추이./ KT이엔지코어 제공
KT이엔지코어 실적 추이./ KT이엔지코어 제공
KT이엔지코어를 묵묵히 자리를 지킨 직원들은 이번 결정을 반긴다. 하지만 실적하락과 재정악화에 빠진 계열사를 지원하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 아니냐는 우려가 KT 주주들의 사이에서 나올 수 있다. 이미 2018년 말 기준 KT를 비롯한 계열사들 가진 KT이엔지코어 매출채권만 978억원에 달한다.

KT측은 더 이상의 자금 투입을 하지 않을 방침이다. 다만 그룹사에 편입된만큼 그룹 차원에서 정상 궤도에 올려 놓는 작업을 한다. 동시에 KT에스테이트와의 시너지를 통해 KT이엔지코어를 망 구축을 포함한 엔지니어링 전문회사로 육성한다.

KT 관계자는 "KT에스테이트가 재정적 여력이 되는 것도 있지만, 부동산 개발 및 운영에 활용해 사업적 시너지 모색하기 위함이다"며 "KT이엔지코어의 ICT 엔지니어링시공 전문성을 KT AI 호텔 등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