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천연두 완전박멸에 성공하면서 세계 전염병 퇴치 중심 기구로 불렸던 세계보건기구(WHO)가 그 위상을 잃어간다. 이미 온라인에는 세계 보건 정부라는 말이 무색하게 중화보건기구, 최악보건기구, 우한보건기구와 같은 오명만 남았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을 바라보는 시선도 따갑기만 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아시아에 이어 북미와 유럽까지 번졌음에도 여전히 늑장 대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이 언론 브리핑을 진행 중이다./WHO 유튜브 갈무리
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이 언론 브리핑을 진행 중이다./WHO 유튜브 갈무리
18일 미국 최대 청원사이트 체인지닷오르그에 따르면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사퇴 청원에 이날 오후 기준 48만 4000여명이 서명했다.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최종 목표인 50만명의 서명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 청원은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하는 등 보건기구 사무총장으로서의 자질이 없다는 이유로 등장했다. 첫 개시 후 한 달만인 2월 7일 32만명이 동의했다. 현재도 청원 동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논란 달고 다닌 WHO 사무총장…어떤 인물?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되는 인물은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이다.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에티오피아 보건부 장관을 지낸 그는 에티오피아 외교부 장관을 거쳐 2017년 WHO 사무총장 자리에 앉았다. WHO 최초의 의사 면허없는 관료 출신이다.

그는 사무총장으로 임명되며 ‘불가능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자’는 구호를 내걸었다. 하지만 그는 곧 다양한 논란을 달고 다녔다. 상식적으로 불가능해야 할 것들을 가능하게 하려고 추진했기 때문이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2017년 WHO 취임 직후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을 WHO 친선대사로 임명했다. 이에 국제 사회는 강하게 비판했다. 무가베 대통령은 짐바브웨를 37년간 통치한 독재자이기 때문이다. 당시 인권단체들은 짐바브웨 공공보건제도와 보건시스템, 공립병원을 무너지게 한 인물을 친선대사로 임명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결국 무가베 대통령 임명은 철회됐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또 보건기구 수장으로는 이례적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겠다고 공언해 WHO의 정치 논란을 자초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은 중국 대륙과 홍콩, 마카오, 대만을 나눌 수 없기 때문에 합법적인 중국 정부는 오직 하나라는 원칙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에티오피아가 ‘아프리카의 중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중국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실제 에티오피아는 2000년대에 접어들며 각종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지원된 차이나머니는 121억달러(약 14조7000억원)에 달한다. 에티오피아 현지 진출 중국 기업은 1000여개 이상이다. 에티오피아 내 도로, 철도, 통신, 전력 등 망산업도 중국이 독점했다. 특히 중국은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에게 10년간 10조 3000억원 지원을 약속한 최대 스폰서다.

논란에 논란 더…WHO 위상 ‘와르르’

인류 최초로 천연두를 박멸하고 말라리아와 홍역, 소아마비 등 질병에 주도적으로 기여한 WHO 공로는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의 코로나19 대처로 와르르 무너진다. 뒤늦은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선언과 친중, 친일 발언으로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을 향한 입방아는 끊이지 않는다.

앞서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중국의 발빠른 조치는 코로나19의 심각한 해외 확산을 막았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식과 대응에 감동했다"는 등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 옹호 발언을 해 비난받았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WHO 사무총장의 이 같은 만행에 "WHO가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못하면서 회원국으로부터 무시당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WHO가 각국 정부로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 관련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는 등 대처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NYT는 "WHO는 코로나19와 관련 국제 협력을 중재하는 기관으로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며 "WHO가 회원국에 휘둘리고 있다"고 했다.

이 시국에 이벤트성 트윗만…"뭣이 중헌디"

WHO 위상이 흔들리자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소셜미디어로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 하지만 반응은 더 악화되는 모양새다.

그가 최근 본인의 SNS에 게시한 손 씻기 챌린지 등 이벤트성 트윗에 세계인 분노는 들끓는다. 팬데믹을 선언을 뒤늦게 한 후 한가롭게 손씻기 동영상을 제작한 것도 모잘라 방탄소년단(BTS)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가수 케이티 페리 등 유명인들을 향해 챌린지 동참을 요청하는 이벤트성 영상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그는 또 17일(현지시간)에는 중국계 첼리스트 요요마가 세계 의료진을 위해 연주한 첼로곡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이 영상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해 최전방에서 싸우는 의료 업계 관계자들에 대한 존중과 감사가 깃든 연주다"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의 이 같은 모습에 일각에서는 유명인을 끌어들여 본인과 WHO를 둘러싼 비난 잠재우기에 나섰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유명인의 챌린지 동참으로 WHO 역할과 가치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중국 편향적 태도 등 부정적 이미지도 함께 씻어내려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라는 것이다.

공개 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손씻기 동영상이 공개된 시점은 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15만6000명이 넘어서고 5500여명의 사망자가 나온 3월 15일(현지시간)이다. 부실 대응을 했던 WHO가 이제서야 한가롭게 이벤트성 동영상을 시작하는게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한 네티즌은 트위터에 "손 씻는 행위를 ‘챌린지’와 엮는 아이디어가 어디서 나왔는 지 알 수 없다"며 "이런 시국에 유명인을 활용해 올바른 손 씻기를 선보일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