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명이 넘게 일하는 구글 사무실은 세계 50개국, 150개 도시에 흩어져 있다. 시간과 공간이 모두 제각각이다. 다양한 구성원들이 협업을 하다보니 온라인을 활용하거나 재택 근무 등의 문화가 자연스레 녹아들 수밖에 없다.

실제 구글에서 진행되는 전체 미팅 중 48%는 2개 이상 장소에서 진행된다. 또 이런 미팅 중 39%는 2개 이상의 도시에서 접속한다. 30%는 아예 시간대가 다른 지역 간 미팅이었다.

구글코리아는 19일 오후 구글의 재택근무 원칙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토크 행사를 진행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한 기업들이 늘고 있지만, 처음 겪는 재택근무에 혼란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구글 원격 화상회의 툴인 행아웃으로 진행했다. 구글코리아가 간담회 등 행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는 처음이다. 행아웃 화상미팅에는 한상협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총괄과 민혜경 구글코리아 피플파트너 총괄을 포함해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입주 스타트업 관계자 등 총 30여명이 참석했다. 가이드라인 공유 이후에는 행아웃 미팅에 참여한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재택근무 체제로 겪는 고민을 공유하는 시간도 진행됐다.

19일 오후 구글 행아웃으로 재택근무 노하우를 주제로 구글코리아의 버추얼토크가 진행되는 모습. (위에서부터) 조윤민 구글 스타트업캠퍼스 시니어 프로그램 매니저와 민혜경 구글코리아 피플 파트너 총괄이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행아웃 화면 갈무리
19일 오후 구글 행아웃으로 재택근무 노하우를 주제로 구글코리아의 버추얼토크가 진행되는 모습. (위에서부터) 조윤민 구글 스타트업캠퍼스 시니어 프로그램 매니저와 민혜경 구글코리아 피플 파트너 총괄이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행아웃 화면 갈무리
화상회의는 언제나 가벼운 ‘수다’로 시작

구글러(구글 직원)는 모든 화상회의를 항상 가벼운 수다로 시작한다. 시간과 공간은 다르지만 함께 일한다는 소속감과 친밀감을 주고 받기 위해서다. 서로 주말에 무엇을 했는지, 점심은 뭘 먹었는지, 새 커피잔을 샀다는 자랑 같은 소소한 대화를 주고 받는다. 30분 회의 중 10분을 일상 대화만 주고받는 경우도 있다.

모든 팀이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됐을 때는 수다만을 위한 미팅을 따로 정해놓기도 한다. 오전 10시마다 모든 팀원이 행아웃에 접속해 티타임을 갖거나, 행아웃을 켜놓고 함께 점심식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채팅창으로는 현재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사진을 공유하거나 일상 대화를 이어간다.

민 총괄은 "만나서 대화하듯 웃고 떠들며 친밀감을 형성해야 온라인 환경에서도 업무 대화로 넘어갔을 때 그만큼 심리적 안정감을 갖고 임할 수 있다"며 "시간과 공간이 분리된 상태로 근무할 때는 특히 관계를 유지하고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문화를 만드는게 생산성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 한 공간에 있는 것처럼 꾸며 친밀감·공감대 형성

구글러들은 또한 소규모로 진행하는 미팅에 참석할 땐 모든 팀원이 마이크와 영상을 켜놓는다. 자연스럽게 대화에 참여하거나 리액션을 하기 위해서다. 웃고 박수치는 모든 소리를 서로 공유할 수도 있다. 회의 진행자는 모든 팀원 영상 얼굴을 보면서 대화에서 배제된 사람이 없는지도 살피고 말을 건다.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말할 기회를 주는 것도 진행자의 역할이다.

마이크와 영상을 틀어놓는 이유는 또 있다. 주변 환경과 분위기를 적당히 노출해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다. 이날 민 총괄도 자택에서 행아웃으로 행사에 참여했다. 마침 민 총괄 집에서 누군가 문을 열고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화상회의 중 발생하는 약간의 사생활 노출은 서로 친밀감을 형성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며 "마치 의도한 것처럼 어머니가 방금 현관을 나가셨다"고 말했다.

구글러들이 공유한 재택근무 사진. 민 총괄에 따르면 구글러들은 현재 서로 어디서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자주 공유한다.
구글러들이 공유한 재택근무 사진. 민 총괄에 따르면 구글러들은 현재 서로 어디서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자주 공유한다.
매니저·팀장 역할이 가장 중요

재택근무 체제에선 특히 매니저나 팀장 등 관리자 역할이 중요하다. 의견을 수렴하고 결정하는 일을 온라인에서 효과적으로 주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관리자는 이메일과 채팅, 화상회의 등 어떤 방식으로 언제 대화를 주고받을지까지 세밀하게 결정하고 결정사항을 모든 팀원에게 인지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구글에선 회의를 주도한 사람이 회의 후 녹화영상과 미팅노트, 프레젠테이션 노트를 전 팀원에게 메일로 공유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또한 대규모 인원이 참석하는 미팅은 두 번 진행한다. 시차때문에 모든 팀원이 한번에 참석하기 힘들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다. 특히 관리자는 팀원에게 함께 같은 목적을 향해 일하고 있다는 자극을 주는 리더기도 하다.

민 총괄은 "혼자 일하면 각자 자기 생각대로 업무를 하게 될 수 있다"며 "팀 리더는 기회가 될 때마다 팀 비전과 목표를 항상 공유하고 미팅 때마다 상기시켜주면서 팀 에너지를 한 방향으로 모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결만큼 분리도 중요…유연성은 인정해야

재택근무는 연결만큼 분리도 중요하다. 근무를 시작하는 시간과 마치는 시간을 정확히 구분하고, 일하는 공간과 일상 공간을 분리하라는 조언이다. 온라인 미팅이 가능한 시간과 일에만 집중하는 시간, 쉬는 시간을 팀원끼리 공유해 업무 방해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을 서로 지키도록 장려하는 것도 관리자 몫이다.

또 회의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인터넷 연결 상태가 좋지 않을 수도 있다. 누군가는 비디오 연결이 안되는 상황도 발생한다. 구글 행아웃으로 진행한 이날 행사 중에도 중간중간 음성이 끊기거나 프레젠테이션 화면이 잠시 깨지는 돌발상황도 생겼다.

또 다른 재택근무 팁으로 유연성을 강조하는 이유기도 하다. 모든 사람이 집안 풍경이나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모습을 공유하고 싶지 않을 수 있다. 직군에 따라 회사에 출근해 일하는 걸 선호할 수도 있다. 민 총괄은 "팀원에게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하고 각자 상황에 맞게 재택근무에 적응할 시간을 주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 총괄은 "각자 최고의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업무환경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재택근무 원칙은 어떻게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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