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스토리 작가, 그래픽·원화 아티스트, 사용자 경험 디자인(UX) 등…게임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누구보다도 열심히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입니다. ‘플레이어’는 게임 업계 관계자를 만나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4년 전 씽크펀을 세우고, 3년 전부터 ‘블레스 모바일’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창업 당시에는 아무도 이름조차 모르던 회사였기 때문에 프로그래머가 없었고, 입사 지원하는 인재도 없었습니다. 네오위즈에서 함께 나온 5명이 저녁을 먹으면 그 것이 전사 회식이 될 정도로 적은 인력으로 시작했습니다."

오용환 씽크펀 대표는 ‘블레스 모바일’ 개발 초기의 기억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회상했다. 그는 "개발 초기에는 인재를 뽑기 위해 면접을 요청하면 20%쯤만 응하고, 실제로 오는 사람은 그중에서도 소수였다"며 "신생회사가 게임을 만들기는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게임을 완성해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김태석 씽크펀 프로그램실장, 오용환 씽크펀 대표, 이성진 조이시티 모바일사업부장의 모습. / 조이시티 제공
(왼쪽부터) 김태석 씽크펀 프로그램실장, 오용환 씽크펀 대표, 이성진 조이시티 모바일사업부장의 모습. / 조이시티 제공
오 대표는 회사 운영과 신작 ‘블레스 모바일’ 개발 PD를 겸한다. 무협게임 ‘디오’, 퓨전 판타지게임 ‘세븐소울즈’ 등을 개발했으며, 네오위즈에서는 ‘애스커(ASKER)’도 개발한 베테랑이다.

김태석 씽크펀 프로그램실장은 서버, 클라이언트, 엔진, 웹 프로그래밍 인력과 함께 개발에 참여한다. 김 실장은 ‘고스트X’, ‘프리스타일 풋볼’, ‘던전트래커스’ 등 다수 게임을 개발한 경력이 있다. 이성진 조이시티 모바일사업부장은 씽크펀에서 서비스 총괄을 겸직한다.

‘블레스 모바일’은 조이시티(자회사 포함)가 직접 개발해 서비스하는 최초의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게임 운영은 게임 개발사이자 조이시티의 자회사인 씽크펀이 직접 맡는다. 조이시티는 퍼블리셔로서 마케팅 등 운영·개발을 제외한 영역을 맡는다. 퍼블리셔가 있는데도 개발사가 운영까지 맡는 것은 이례적이기도하고 또 쉽지 않은 일이다.

오용환 대표는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출시 이후에도 게이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이를 게임에 빠르게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용자와 소통하는 과정 중간에 퍼블리셔로 인해 절차가 하나 더 생기면 아무래도 속도가 느려지거나, 정보가 정확하지 않은 부분이 생기기 때문에 조이시티와 협의해 운영을 직접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맛있는 식당이라도 찾아가기 어려운 곳에 있으면 사람들이 찾지 않듯이, 아무리 의도가 좋은 콘텐츠나 시스템이라도 게이머 입장에서 불편하다면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에 이용자가 불편해하는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블레스 모바일 공격대 콘텐츠 소개 영상. / 조이시티 유튜브 채널

원작 블레스는 네오위즈가 2016년 출시한 PC 온라인게임이다. 블레스 모바일은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이다가 서비스를 종료한 원작에서 ‘그래픽’, ‘음향 효과’, ‘시나리오’ 등 좋은 부분만을 뽑아 활용해 만든 게임이다. 게임성 면에서는 전혀 다르다.

블레스는 고성능 하드웨어가 필요한 게임이었는데, 이를 바탕으로 만든 블레스 모바일은 성능이 꼭 고사양일 필요는 없다.

김태석 실장은 "최적화 부분의 성과는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다수 인력이 끊임없이 노력해 얻어낸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다수가 협업하면서 품질을 보장하면서도 성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적용해보는 일을 끊임없이 반복했다"고 말했다.

예술 부문에서는 라이트맵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이를 뛰어 넘는 영상 구현 방식(렌더링 프로세스)을 고안했다. 프로그래머는 수많은 정리 과정(프로파일링)을 거쳐 병목점을 다수 찾아내 해결했다. 그 결과 라이트맵 계산 시간과 로딩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메모리, 프로세스 등 장치 부하를 막고 리소스 사용량도 줄일 수 있었다.

2월 20일 개최한 블레스 모바일 기자간담회 당시 조이시티, 씽크펀 관계자가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 오시영 기자
2월 20일 개최한 블레스 모바일 기자간담회 당시 조이시티, 씽크펀 관계자가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 오시영 기자
최근 한국 게임 시장에서 MMORPG 장르는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이시티와 씽크펀이 MMORPG 경쟁에 뛰어든 이유가 궁금했다.

오용환 대표는 ‘블레스 모바일’을 통해 MMORPG 장르 본연의 재미를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쏟아지는 모바일 MMORPG를 보면 게이머가 경험했던 게임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것을 느낀다"며 "나를 포함한 씽크펀의 핵심 개발진은 대부분 오래 전 PC시절부터 MMORPG를 만들고 즐겼으므로 장르 특유의 재미를 잘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물론 장르 특성상 어마어마하게 획기적이고 창조적인 부분이라고 느끼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하지만 분명 정통 MMORPG의 경험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와 함께 게임 외적으로도 ‘살아있는, 길드 중심 운영’을 한다는 점이 블레스 모바일의 차별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성진 부장은 "MMORPG는 ‘게임의 꽃’이라고 불릴 정도로 핵심 장르 중 하나"라며 "개발 초기부터 서비스를 준비하는 과정이 절대 쉽지는 않았으나, MMORPG 경험이 풍부한 주요 인력이 참여하며 자신감이 한층 올랐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장시간 즐겨야 하는 MMORPG의 특성상 모든 콘텐츠에 적용할 수는 없었으나 기본적으로 공격을 맞히고, 피하는 ‘논타겟팅 전투’의 묘미를 느끼도록 제작했다"며 "파티 던전, 공격대 던전, 필드 PK, 길드 전쟁 등 유저가 조작을 해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콘텐츠를 다수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용환 대표는 "작은 회사가 MMORPG를 만드는 것은 엄청난 도전과 역경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며 "정말 열심히 게임을 만들었고, 운영 면에서도 진정성 있게 귀를 기울일 자세를 갖췄으므로, 출시 이후에도 부족한 부분이 있겠지만 이용자와 함께 블레스 모바일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성진 부장은 "수많은 게임 중에 우리 게임을 선택하시고 즐겨 주실 게이머의 시간이 모이면 정말 많은 시간이 된다"며 "게임을 플레이하는 시간이 아깝지 않은 ‘웰메이드’, 그리고 ‘웰오퍼레이션’ 게임으로 자리잡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