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원의 오덕이야기] (115)건담 대신 어린이 포섭 나선 '무적로보 트라이더G7'

입력 2020.03.21 12:04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1980년작 애니메이션 ‘무적로보 트라이더G7(無敵ロボ トライダーG7)’은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를 만든 선라이즈의 슈퍼로봇 작품이다. 1980년 2월초부터 1981년 1월말까지 1년간 50화 분량이 현지 방영됐다.

무적로보 트라이더G7 일러스트. / 선라이즈 제공
트라이더G7은 가바르행성에 본거지를 둔 로봇제국에서 지구침략을 반대하는 과학자 나발론의 지구망명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발론은 주인공 아버지 타케오 미치타로에게 구출된 뒤 7단 변신로봇 ‘트라이더G7’의 설계도를 건넨다. 미치타로는 자신이 운영하는 ‘타케오제너널컴퍼니'를 통해 트라이더G7을 운영하지만 사고로 인해 죽고 만다. 어린나이로 회사를 물려받은 주인공 왓타는 아슬아슬한 경영상태 속에서 굳건한 의리로 뭉친 사원들과 함께 지구방위 업무를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무적로보 트라이더G7은 바로 앞서 등장한 ‘기동전사 건담' 탓에 등장했다. 건담이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 최초로 어린이가 아닌 청소년과 성인을 타겟으로 기획된 탓에 어린이 시청자를 사로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린이 시청자를 잡지 못했다는 것은 장난감과 프라모델 매출이 부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애니메이션은 주로 장난감 전문 기업과 제과업계를 통해 제작비를 투자받아 만들어지기 때문에 상품 판매 부진은 조기종영으로 이어지게 된다.
무적로보 트라이더G7 오프닝 영상. / 선라이즈 제공
참고로, 기동전사 건담은 방영 초기 인기가 낮았다. 1979년 방영 당시 평균 시청률은 일본의 서쪽인 나고야 지역이 9.1%, 동쪽인 관동 지역이 5.3%였다. 건담이 인기를 끌지 못하자 제작비를 지원한 스폰서가 ‘샤아처럼 어두운 캐릭터가 원인’이라며 중요 캐릭터인 샤아를 좌천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중·고등학생들로부터 ‘왜 샤아가 안 나오냐’는 등 항의 편지가 빗발치자 제작사인 선라이즈는 스폰서를 설득해 본래 시나리오대로 방영을 한다.

건담이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은 애니메이션 이야기 후반부터다. 애니메이션 전문 잡지에서 건담 특집 기사가 다뤄지는 등 중·고등학생을 중심으로 건담 팬층이 형성된 것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건담의 인기 상승으로 마지막화에서 죽을 예정이던 주인공 ‘아무로 레이’가 목숨을 건졌다.

트라이더G7 애니메이션 포스터. / 선라이즈 제공
무적로보 트라이더G7은 처음부터 어린이 시청자 확보와 장난감 매출 상승을 목적으로 기획된 비현실적인 슈퍼로봇 애니메이션이지만, 리얼로봇 대표주자 건담의 영향 탓에 사실적인 면도 다수 녹아든 것이 특징이다.

트라이더G7 애니메이션에는 로봇 출동시 인근 주민에게 스피커로 대피 명령을 내리고, 적과의 교전에서도 로봇 수리 등 전체적인 경비를 생각해 가며 싸워야 한다. 마징가Z처럼 영웅같은 모습의 슈퍼로봇에 군용병기인 건담의 사실성을 대입한 셈이다.

트라이더G7의 무기 ‘발칸 미사일'. / 선라이즈 제공
슈퍼로봇 트라이더G7은 지구에서 설계한 것이 아닌 적 외계인인 로봇제국에서 망명한 과학자가 만든 로봇이라는 설정이다. 이 설정 탓에 트라이더G7은 슈퍼로봇 답게 다른 지구제 로봇 대비 한 차원 더 높은 성능을 갖춘다.

애니메이션은 지구침략을 노리는 로봇제국과 트라이더G7의 맞대결을 중심으로 그려졌다. 작품 속에서는 주인공 타케오 왓타와 주변 마을 사람들의 일상도 담겼다.

애니메이션에서 로봇제국의 정체는 지구인들이 잘 모른다는 설정이다. 지구인들은 로봇제국 군단을 ‘지구를 노리는 의문의 괴로봇 집단'이란 인식이다. 로봇제국 역시 빈번한 침공에도 불구하고 트라이더G7의 정체를 밝히는데는 빈번히 실패하는 모습을 보인다. 애니메이션에서 로봇제국은 지구침략을 포기하는 마지막화에 이르기까지 트라이더G7 운영팀과 스토리 접점을 가지지 못한다.

트라이더G7 운영팀과 로봇제국의 유일한 시나리오 연결고리는 트라이더G7을 설계한 로봇제국 과학자 나발론 뿐이다. 나발론이 로봇제국에서 망명한 사람이란 사실은 사망한 주인공의 아버지와 로봇제국 기술자 크라드 뿐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 따르면 트라이더G7은 당시 판권사이자 광고회사였던 소쯔(創通)에이전시가 트라이더G7 캐릭터 소재 식품 상품 매출을 올리기 위해 스키합숙, 학교행사 스토리에서 등장인물의 식사장면이 다수 포함됐다.

무적로보 트라이더G7 주제가는 가수 ‘타이라 이사오'의 애니송 데뷔곡이기도 하다. 음반 ‘선라이즈 로봇 애니메대감'에 따르면 음반회사 킹레코드는 당시 현지 애니메이션, 특수촬영 드라마 사운드트랙 시장을 점령했던 일본콜롬비아를 상대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트라이더G7을 비롯해 기동전사 건담 등 선라이즈 애니메이션 주제가 판권 획득에 힘을 쏟았던 시기다.

◇ 외계 합금으로 완성된 7단 변신 슈퍼로봇 ‘트라이더G7’

트라이더G7 로봇 디자인은 ‘건담', ‘자붕글', ‘보톰즈', ‘레이즈너, ‘가리안', ‘드라고나' 등 인기 로봇을 탄생시킨 ‘오오카와라 쿠니오(大河原邦男)’와 ‘투장 다이모스', ‘미래로보 달타니아스', ‘갓시그마' 등을 디자인한 메카닉 디자이너 ‘이즈부치 유타카(出渕裕)’가 함께 만들어냈다.

트라이더G7 초합금 액션 피규어. / 반다이스피리츠 갈무리
7단 변신로봇 트라이더G7은 가바르행성에서 지구로 망명한 로봇기술주임 나발론이 설계하고 지구의 미쯔바공업이 건조한 지구에서 유일한 슈퍼로봇이란 설정이다. 로봇 크기는 높이 기준 57미터, 중량은 777톤에 달한다. 로봇은 5700만마력의 힘으로 움직이며, 대기권 내에서 마하7.7의 경이로운 속도로 날아다닌다.

트라이더G7 제작에 사용된 금속은 지구침략자 로봇제국의 기술로 완성된 ‘가바르니움 합금'이다. 지구에서는 해당 금속을 얻을 수 없어 로봇 수리와 부품 교환 등 작업에는 지구에서 만든 강철이 사용됐다. 가바르니움 합금의 위력은 애니메이션 43화에서 보여진다. 지구제 거대로봇이 격파되는 공격을 직격으로 받아내도 멀쩡한 모습을 자랑한다.

트라이더G7은 어린이 공원 놀이터에서 출격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공원을 찾은 어린이와 어른들에게 안내방송을 해 대피시킨 뒤 공원 중앙부가 열리면서 트라이더가 발진한다. 트라이더G7 출격 장면은 이후 등장한 애니메이션 ‘프로젝트 A코' 등에서 패러디로 등장하는 등 많은 작품에 영향을 줬다.

트라이더G7은 어린이 놀이터가 열리면서 출격한다. / 선라이즈 제공
트라이더 로봇은 기본형태인 ‘G7’부터 비행체 형태인 ‘트라이더 코스믹', 육상작업용 ‘트라이더 비글', 초고속비행체 형태인 ‘트라이더 이글', 수상·수중전용 형태인 ‘트라이더 마린’, 로봇의 머리부분만 변형돼 탐사기로 사용되는 ‘호크', 지상주행용 ‘모빌' 등으로 나뉜다.

마하 30 속도로 비행하는 ‘트라이더 코스믹'. / 반다이스피리츠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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