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 (22) 그리스인 조르바 ②…이런 게 '자유'

입력 2020.03.24 05:00

이번 주 ‘#하루천자’ 글감은 해외 작가의 장편소설입니다. 현대 그리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20세기 문학의 구도자’라 불리는 니코스 카잔차키스(Nikos Kazantzakis)의 《그리스인 조르바》(Vios ke politia tu Aleski Zorba) 중에서 다섯 대목을 추천받아 게재합니다. 고(故) 이윤기 선생이 번역한 열린책들 출판본을 참고했습니다.

카잔차키스가 자기 삶에 깊은 골을 남긴 사람으로 호메로스, 베르그송, 니체 다음으로 꼽은 사람이 조르바입니다. ‘위대한 자유인’ 조르바를 즐거이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자유’에 대한 조르바의 생각이 ‘산적(山賊)의 언어’로 나타나 있다고 역자 이윤기 선생이 꼽은 부분이 오늘 #하루천자 텍스트입니다. A4 크기의 종이에 천천히 필사를 하고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하루천자 태그를 붙여 올려주세요. /편집자 주

1964년 제작된 영화 <그리스인 조르바> 포스터(왼쪽), 앤소니 퀸(Anthony Quinn)이 조르바 역을 맡았다. 오른쪽 사진은 영화 속 카잔차키스와 조르바가 함께 한 장면.
그리스인 조르바 ②
(글자수 950, 공백 제외 716)

그는 귀찮게 구는 파리를 쫓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그런 건 다 집어치웁시다! 내가 하려던 말은 이겁니다. 왕실의 배가 무수한 깃발을 달고 당도하여 축포를 발사하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게오르기오스 왕자가 크레타의 땅을 밟았을 때 이야긴데…… 온 백성이 자유를 찾았다고 미쳐 날뛰는 꼴 본 적 있어요? 없어요? 아, 저런, 그럼 두목은 눈뜬장님으로 살다 죽을 팔자시군. 내가 천년을 산다 해도, 내 육신이 썩어 한 줌 재로 남을 때까지 난 그날 본 건 잊지 못할 겁니다요. 우리가 입맛대로 하늘나라 낙원을 선택할 수 있다면 ─ 낙원이라면 마땅히 그런 것이어야 하겠지만 ─ 하느님께 말씀드릴 겁니다. ‘오, 하느님, 내 낙원은 아프로디테의 신목(神木)과 깃발이 나부끼는 크레타 섬이게 하시고, 게오르기오스 왕자가 크레타의 흙을 밟던 순간이 세세연년 계속되게 하소서. 그러면 족하겠나이다.’"

조르바는 다시 한 번 입을 다물었다. 그는 콧수염을 쓸어 올린 다음 찬물을 한 컵 가득 부어 벌컥벌컥 들이켰다.

"조르바, 크레타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겁니까? 이야기 좀 들읍시다."

"그 길고 긴 이야기를 꼭 해야 하는 거요?" 조르바의 말투가 퉁명스러워졌다.

"보세요, 내 말씀드립지요만, 이 세상은 수수께끼, 인간이란 야만스러운 짐승에 지나지 않아요. 야수이면서도 신이기도 하지요. 마케도니아에서 나와 함께 온 반란군 상놈 중에 요르가란 놈이 있었습니다. 극형에 처해야 마땅한 진짜 돼지 같은 놈이었답니다. 아, 글쎄 이런 놈까지 울지 않겠어요. ‘왜 우느냐, 요르가, 이 개새끼야. 너 같은 돼지 새끼가 뭣하러 다 우니?’ 내가 물었지요. 나도 눈물을 마구 흘리고 있었답니다. 그랬더니 이자는 내 목을 안고 애새끼처럼 꺼이꺼이 우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 개자식은 지갑을 꺼내어 터키 놈들에게서 빼앗은 금화를 주르륵 쏟아 내더니 한 주먹씩 공중으로 던지는 겁니다. 알겠어요, 두목? 이런 게 자유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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