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vs 소니, 차세대 콘솔 게임 시장 패권 놓고 '진검승부'

입력 2020.03.24 06:00

콘솔 게임기는 1972년 1세대 게임기 ‘오딧세이’를 시작으로 48년이란 긴 역사를 가진 하드웨어 제품이다. 게임 기업들은 다른 게임기에서 즐길 수 없는 독점 콘텐츠를 무기로 게이머에 어필했다. 최신 콘솔 게임 시장은 여기에 ‘특화 서비스’라는 새로운 무기를 누가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확 바뀐다. 재미있는 게임을 내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신 IT 기술과 결합한 신개념 게임 서비스를 누가 내놓느냐가 인기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 셈이다.

24일 국내외 게임업계와 전문 매체들에 따르면, 최근 콘솔 시장에 공개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소니의 차세대 게임기 성능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드웨어 설계 방식은 다르지만 큰 틀에서는 성능 자체만으로 우열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MS와 소니가 어떤 콘텐츠와 서비스를 갖추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서비스 부문에서 한 발 앞선 것은 MS다. MS는 게임 구독 서비스 ‘게임패스'로 세계 게임 이용자를 사로잡고 있으며, 5세대 이동통신(5G)와 결합된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 ‘엑스클라우드'를 발빠르게 준비 중이다. 소니는 독점 콘텐츠 발표에 중점을 둔다. 글로벌 시장서 900만개 이상 판매된 ‘마블 스파이더맨'의 제작사를 2900억원에 인수하는 등 게임기 전쟁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 핵심은 ‘게임 구독 서비스’

플랫폼과 서비스 면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곳은 MS의 엑스박스다. MS는 이미 ‘게임패스'란 이름의 게임 구독 서비스로 전 세계 게임 팬을 확보했고, 게임 분야에서 구독경제가 돈을 벌어다 준다는 것을 입증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19년 10월 공개한 실적 자료에 따르면 게임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10% 증가한 113억8600만달러(13조3182억원)를 기록했다. 게임기 엑스박스원 하드웨어 매출은 13% 감소했지만, 게임패스 등 서비스 부문 매출이 19% 성장하면서 전체 실적 향상을 이뤄냈다.

엑스박스 게임패스. / 미디어포스트 갈무리
MS의 게임패스는 2020년 연말 등장할 차세대 게임기 ‘엑스박스 시리즈X(엑스박스SX)’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2001년부터 지금까지 엑스박스 게임 플랫폼을 통해 20년 가까이 축적한 게임 콘텐츠 자산을 십분 활용할 전망이다.

플랫폼 측면에서 볼때 차세대 게임기 엑스박스SX는 MS 게임 서비스의 핵심이 아닌, 게임기가 등장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가장 좋은 하드웨어에 불과하다. 실제로 MS는 게임기·PC·스마트폰 등 기기에 얽매이지 않고 엑스박스란 게임 플랫폼에 콘텐츠를 차곡차곡 채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차세대 게임기 이름도 후속 기종을 의미하는 숫자가 아닌 ‘시리즈X’를 사용한 것도 MS의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MS의 게임 플랫폼 전략은 ‘엑스클라우드’ 등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시장에 안착될 때 빛을 낼 것으로 보인다.

소니(SIE)도 1994년부터 지금까지 26년간 선보인 게임 자산을 구독 서비스 형태로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소니는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4세대에 걸친 플레이스테이션 플랫폼을 통해 과거 게임 자산을 다양한 방식으로 선보여왔으나 큰 수익을 거두지 못했다. 현 세대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4에서는 온라인을 통해 개별 판매되던 서비스마저 막았다.

소니는 2016년 에뮬레이션 방식으로 과거 게임 콘텐츠를 고해상도로 즐길 수 있는 특허를 이미 마련한 바 있다. 이브 기예모(Yves Guillemot) 유비소프트 CEO는 2월 씨넷 인터뷰를 통해 "플레이스테이션5(PS5)와 엑스박스SX 등 차세대 게임기는 과거 존재했던 거의 모든 세대 게임 콘텐츠를 실행할 수 있다"며 "폭넓은 게임 콘텐츠 호환은 향후 게임시장 성장에 도움을 줄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PS5에서 플레이스테이션1·2·3 게임은 게임패스와 같은 ‘구독 서비스' 형태로 제공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닌텐도의 경우 8비트 패밀리컴퓨터와 16비트 슈퍼패미컴용 게임 콘텐츠를 자사 온라인 회원들에게 한해서만 제공하고 있다.

과거 게임 자산을 구독 서비스로 제공하면 경쟁 플랫폼 대비 더 많은 콘텐츠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것은 물론,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만들어낼 수 도 있다.

◇ 5G+스트리밍으로 게임 시장 확대

차세대 게임 플랫폼 전쟁에서는 ‘클라우드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도 각 사의 중요한 무기가 될 공산이 크다.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려 언제 어디서든 고품질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면 마니아의 영역에 머물렀던 게임 플랫폼을 모바일게임으로 대표되는 일반 게임 소비 영역으로 확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엑스클라우드 시연 장면. / IT조선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에 있어 유리한 위치를 점한 것은 MS다. MS의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 엑스클라우드는 2019년 10월, 한국·미국·영국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MS 데이터센터에 설치된 커스텀 엑스박스원S 하드웨어를 통해 게임 콘텐츠가 스트리밍되는 방식이다. MS는 평촌과 부산 등 세계 55개 지역의 애저(Azure) 데이터센터를 통해 140개 국가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MS는 국내 엑스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해 SK텔레콤과 손을 잡았다. MS는 시범 서비스 확대에 맞춰 ‘배틀그라운드’, ‘검은 사막’,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등을 추가했다. 한국 게임 이용자를 위해 국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85개 게임 중 40개 타이틀에 한국어 자막과 음성을 제공하는 등 현지화에 힘썼다. MS와 SK텔레콤은 시범 서비스 체험 기회를 확대하고 게임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해 파트너십을 지속적으로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소니의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 ‘플레이스테이션 나우'는 2014년 서비스 출범 이후 아직도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한국 등 많은 나라에서 아직 소니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 독점 콘텐츠 전략은 다소 퇴색됐지만 여전히 유효

게임 사업에 있어 ‘독점 콘텐츠'는 플랫폼의 승패를 가름짓는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차세대 게임기에 있어서는 독점작의 의미가 일정부분 퇴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게임 콘텐츠 시장이 하나의 플랫폼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여러 플랫폼에 동시다발로 진행되는 ‘멀티플랫폼' 전략이 기본으로 자리잡고, 플랫폼의 경계를 넘어서는 ‘크로스플레이'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MS는 멀티플랫폼과 크로스플레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인다. 필 스펜서 마이크로소프트 게임사업 부문 대표는 E3 2019 게임쇼를 통해 "게임 업계는 과거 20년간 지구상의 게이머를 3배 증가시켰다"며 "게임업계가 플랫폼이라는 경계를 허물고 이용자에게 게임을 즐기게 해주는 것이 더 큰 기회를 낳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MS와 반대로 소니는 멀티플랫폼과 크로스플레이에 소극적이다. 요시다 켄이치로(吉田憲一郎) 소니 CEO는 2018년 9월 독일에서 열린 IFA에서 포트나이트 크로스 플레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PS4로 게임을 즐기는 것이 게임 이용자에게도 최고의 체감이다. 이는 타협해서는 안된다"라고 말한 바 있다.

글로벌 900만개 이상 판매된 ‘마블 스파이더맨'. / 소니 제공
소니(SIE)는 2019년 8월 미국 게임 제작사 인섬니악게임스(Insomniac Games)를 2억2900만달러(2915억원)에 인수하는 등 독점작 확보에 힘을 쏟는 모습도 보였다. 인섬니악은 세계시장에 900만개 이상 판매된 히트작 ‘마블 스파이더맨'을 제작했다.

소니는 인섬니악을 편입시킨 게임 개발사 ‘월드와이드스튜디오스(WWS)’를 중심으로 PS5용 독점작을 개발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MS 역시 독점작 전략을 위해 다수의 게임사를 흡수했다. MS는 2018년 ‘언데드 랩스’, ‘플레이그라운드 게임스(Playground Games)', '닌자 시어리(Ninja Theory)', '컴펄슨 게임스(Compulsion Games)', ‘이니셔티브(The Initiative) 등의 게임 제작사를 인수해 자사 게임 개발 스튜디오인 ‘MS스튜디오스'에 편입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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