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빈에게 비트코인 보낸이 누구"… 수사 시간 걸리지만 빠져나갈 구멍 없다

입력 2020.03.24 16:52

미성년자 성착취 등으로 텔레그램 n번방이 전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n번방에서 사용된 암호화폐에 관심이 높다. 이미 경찰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를 중심으로 수사 협조를 하는 등 관련자 색출에 힘을 쏟고 있다.

관련업계는 불미스러운 사건에 암호화폐가 사용돼 자칫 암호화폐에 안좋은 인식이 생길까 노심초사하는 눈초리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이에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한다. 특히 온라인 사기와 다크웹 온상으로 여겨지는 암호화폐가 이번 기회를 통해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24일 암호화폐 거래소 업계에 따르면 빗썸과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는 경찰로부터 수사 협조공문을 받았다. 이들 거래소는 경찰이 제시한 수사 항목에 따라 n번방 운영자 조주빈에게 암호화폐를 송금한 관련인들의 개인정보와 송금정보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TV조선 갈무리
수사협조 받은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적극 협조하겠다"

경찰에 따르면 조주빈은 하드방, 고액후원자방, 최상위등급방 등 3개로 나눠 유료 대화방을 운영했다. 입장비와 후원금 등은 암호화폐로 받았다. 입장료는 각각 25만원과 60만원, 150만원으로 받은 암호화폐는 비트코인과 모네로 등이다. 그는 이 방에서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찍은 동영상을 유통했다.

암호화폐를 직접 채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대다수 암호화폐는 거래소를 통해 거래된다. 국내 거래소 이용 시 이용자는 최소한의 개인신원확인(KYC) 절차를 거친다. 거래소가 수사에 협조한다면 이들의 신상정보와 입출금 기록 등 명확한 증거를 파악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경찰은 n번방 운영자 조주빈이 사용한 암호화폐 지갑 주소와 여기에 입금한 일부 텔레그램방 회원 명단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를 기반으로 빗썸과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에 신상정보와 송금 기록, 입·출금 기록 등을 확인 중이다.

거래소 관계자들은 "경찰 수사인만큼 세부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면서 "이번 사건이 전국민적 공분을 산 만큼 수사에 적극 협조하려고 한다"고 입을 모았다.

코인원 관계자는 "경찰에서 요구한 항목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고객 가입 여부와 개인 계정 확인, 송금 규모 등 확인 절차를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n번방 회원 중 고객신원확인(KYC)이 필요하지 않은 해외 거래소를 이용했을 경우도 있어 추적이 불가능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업계는 그럴 가능성이 높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거래소 한 관계자는 "n번방 회원은 개인당 100만원 수준으로 암호화폐를 송금했다"며 "소액의 경우는 해외 거래소를 통해 지능적으로 분산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암호화폐 특성을 제대로 모르고 조주빈에게 넘긴 사람들이 대다수로 알려졌다"며 "국내 거래소 협조만 잘 이뤄져도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익명성만 따진 조주빈…목덜미 잡힌다

관련업계는 조주빈이 암호화폐를 고집한 이유로 익명성과 금융권을 거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꼽는다. 암호화폐는 기존 금융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도 가치 송금이 가능하다. 혹시라도 경찰 수사를 받더라도 돈을 주고 받은 정황을 불명확하게 남겨 수사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한 셈이다.

신용카드나 휴대전화 결제, 계좌 송금 등 기존 금융권을 활용해 송금할 경우 범죄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반면 암호화폐는 서비스하는 거래 사이트별로 운영 방식이 다르고 각각 거래소에 수사협조를 요청해 계좌를 확인해야 하는 만큼 수사가 복잡하다. 따라서 거래소가 얼만큼 협조를 했는지 여부가 빠른 수사를 좌우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조주빈이 비트코인 외에 선택한 모네로(Monero·네트워크 내 온체인 거래의 경우 추적이 불가능해 마약류 거래나 사이버 범죄자 사이에서 결제수단으로도 종종 활용되는 다크코인)가 자칫 수사에 어려움을 줄 수도 있다고 내다본다. 개인정보보호와 100% 익명성을 보장하는 프라이버시 코인이기 때문이다. 이 코인들은 추적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해외 거래소를 거치거나 개인 지갑에서 모네로를 송금한 경우가 아니라면 추적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거래소에서 모네로를 구입해 송금한 경우는 추적이 가능하다"며 "거래소에서 개인정보를 보유하기 때문에 내역 확인 등 정보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모네로는 현재 국내서 빗썸과 후오비 코리아만 취급하고 있다.

거래소를 활용하지 않고 암호화폐 구매 대행업체를 쓴 경우도 수사에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경찰은 해당 대행업체를 압수수색하고 관련 명단과 이체 정보 등을 확보했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가상자산을 가지고 그 어떤 자금도 익명으로 거래되지 않도록 하는게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의 의무다"라며 "적극적으로 대응해 암호화폐를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가 하루 빨리 근절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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