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탄력받는 빅데이터 경제

입력 2020.03.25 06:00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빅데이터 연구와 활용이 탄력을 받는다. 확진자 추적 과정에서 일부 확인한 빅데이터의 힘을 전염병 예측과 확산 방지까지 활용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엉뚱하게도 코로나19가 그간 온갖 규제로 인해 억눌린 한국 데이터 산업과 경제를 활성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KT와 6개 대학 및 연구소가 만든 ‘코로나19확산 예측 연구 얼라이언스' 관계자들이 모여 연구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KT 제공
KT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코로나19 확산예측 모델을 개발하는 연구기관들과 ‘코로나19 확산예측 연구 얼라이언스’를 구축한다고 24일 밝혔다. KT는 서울대를 비롯해 ▲건국대 ▲한양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등 6개 기관에 필요한 빅 데이터를 제공한다. 6개 기관은 과기정통부와 행안부가 공동 추진하는 ‘국민생활안전 긴급대응연구’ 사업의 코로나19 확산예측 모델을 개발중이다. 얼라이언스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수리 모델링 등을 활용해 코로나19의 국내 유입 및 지역 내 확산을 예측하는 연구를 공동으로 수행한다.

코로나19 확산예측 연구는 과기정통부(인공지능기반정책관)가 운영 중인 ‘데이터 안심구역’에서 철저한 보안 관리하에 이뤄진다. 데이터 안심구역은 민감할 수 있는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데이터를 안전한 보안 환경에서 연구분석에 활용하도록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KDATA)에 조성한 공간이다. 얼라이언스는 지난 18일 사전 모임에서 연구에 활용할 데이터와 향후 연구성과 공유 등 운영 방식을 논의했다.

이에 앞서 SK텔레콤은 23일 빅데이터 기반 실시간 유동인구 분석 서비스인 ‘지오비전’을 경북경찰청에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경찰청과 이를 전국 모든 경찰서로 확대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종결을 선언할 때까지 지오비전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오비전은 빅데이터와 공간 데이터를 분석하는 서비스다. 휴대폰과 기지국 간 통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권 분석, 인구통계 작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한다. 전국 유동인구를 5분 단위로 확인할 수 있다. 한 기지국의 통신 반경을 10m 단위로 잘게 쪼개 관리하는 ‘피셀’(pCell) 기술을 적용해 기존 ‘셀 ID 측위 방식’ 대비 다섯배 이상 정밀한 위치 정보를 제공한다.

경찰청은 SK텔레콤의 공간 분석 데이터로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주민 안전에 활용한다. / SK텔레콤 제공
경북경찰청은 지오비전 데이터를 활용해 인구 밀집도가 높은 지역을 확인, 실시간 ‘핀 포인트’ 순찰을 해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고 주민의 체감안전도도 높인다.

의료 데이터 활용 움직임도 포착된다. 명지병원과 의료용 AI 전문기업 피노맥스는 폐 CT와 X-레이 영상 데이터를 통해 코로나19 진단 속도와 정확성을 높이는 ‘코로나19 인공지능 서비스 연구개발 및 임상시험을 위한 상호 업무협력’ 협약을 맺었다. 양사는 최근 이탈리아의 의료데이터를 위탁받아 개발을 시작했다. RT-PCR 검사 양성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영상촬영 데이터와 표준화한 미국 NIH데이터(폐 X-레이 표준 데이터 모듬)군과 비교해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학습토록 설계한 코로나19 침범지수 개발에 착수했다.

외국도 빅데이터 활용에 부쩍 관심이 높아졌다. 북미 국가는 감염병 예측 시스템의 실효성을 뒤늦게 확인했다. 방역이 뚫리자 예측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했다면 더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 한다.

캐나다 '블루닷'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감염병 예측 시스템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2019년 12월 31일 고객들에게 "중국 우한 지역에서 발생한 감염병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보다 1주일, 세계보건기구(WHO)보다는 열흘이나 빨랐다. 전염병 모니터링 업체인 미국 ‘메타비오타 역시 태국, 한국, 일본, 대만에서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보고되기 1주일 전에 이 국가들에서 바이러스가 나타날 위험이 가장 높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진원지 중국은 초기 방역에 실패해 자국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을 곤경에 빠뜨렸다. 중국은 최근 안정세에 접어들자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와 빅데이터를 접목해 사태 진정과 재발 방지를 꾀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개인별로 등급을 부여하고 각 개인의 이동을 이 등급에 따라 제한하는 '디지털 건강 코드' 시스템을 중국 전역에 시행한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그룹이 동참했다.

'알리페이' 앱 이용자가 자신의 건강 상태를 입력하면 중국 정부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이 사람의 최근 여행 경력과 코로나19 감염자와 접촉 여부 등을 파악, 개인별로 '녹색', '황색', '적색'의 세 등급을 매긴다. 등급별로 색깔이 다른 QR코드를 부여한다.

녹색 등급을 받은 사람은 지하철역, 식당, 쇼핑몰 등 공공장소에 접근할 수 있지만, 황색 등급과 적색 등급을 받은 사람은 각각 7일, 14일간 금지된다. 공공장소에 있는 방역 요원들이 이들의 QR코드를 스캔해 출입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 중국에 널리 퍼진 알리페이, QR코드 인프라를 활용하는 셈이다.

디지털 건강코드를 시내버스를 탈 때에도 활용한다. 탑승 전 기사에게 스마트폰 앱으로 ‘건강 코드’를 먼저 보여줘야 한다. 기사는 모든 승객의 체온을 재고 이상이 없는 사람만 태운다. 25일 봉쇄를 해제로 운행을 시작할 후베이성 시내버스에도 당장 적용한다.

중국 정부가 도입한 또 다른 온라인 플랫폼은 기업주가 종업원 주민등록정보를 입력하면 이 종업원이 최근 14일 이내에 코로나19 의심 환자나 확진자와 밀접하게 접촉했는지 여부를 알려준다.

둘 다 통제가 일상인 사회주의 국가 다운 접근법이다. 개인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곧바로 적용하기 곤란하다. 그러나 ‘코로나19’와 같은 초비상 사태는 앞으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이 기술을 이용한 전염병 예방과 확산 방지책에 중국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빅데이터는 전염병 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 해결 방안을 찾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 기존 산업은 이를 이용해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으며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다만 빅데이터가 결국 개개인에게서 나오다보니 수집부터 활용까지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이 지속된다. 개인 프라이버시 보장과 데이터 활용 활성화를 양립할 절충점을 찾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공공데이터를 활용할 길을 정부가 열어 줘 민간에서도 활용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민간에서도 데이터 경제가 더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규제뿐만 아니라,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인) 거부 반응을 줄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