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 관련 업체가 재조명 받는다. 코로나19 구호활동에 암호화폐와 관련 기술이 효과적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그간 사기의 온상으로 떠오른 암호화폐와 암호화폐에 가려 빛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블록체인 기술 인식에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쏠린다.

26일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일부 비영리기관과 코로나19 관련 프로젝트 등은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를 활용해 구호 작업에 나서고 있다.

./픽사베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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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굴 잠시 멈출게, 치료제 스크리닝하세요"

몇몇 암호화폐 기업은 기존 약물 중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는 약물을 찾아내는 ‘폴딩앳홈’ 프로젝트에 채굴에 쓰이던 컴퓨팅 파워를 지원한다.

폴딩앳홈은 스탠포드대학 주관 아래 진행되는 프로젝트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단백질 작동 방식을 알아보는 ‘단백질 시뮬레이션’을 통해 FDA 승인을 받은 약물 중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하고 증상을 완화하는 약물을 찾는다. 치료제 스크리닝에는 인터넷에 접속된 다수 PC를 연결해 어렵고 복잡한 컴퓨팅 문제를 해결하는 분산 컴퓨팅 기술을 이용한다.

이 프로젝트를 전폭 지원한 업체는 미국 최대 이더리움 채굴 업체 코어위브다. 코어위브는 하루 약 500만원 어치의 이더리움을 채굴하고 있다. 이들은 채굴을 잠시 멈추고 평소 채굴에 활용되던 GPU 6000개를 폴딩앳홈에 지원한다. 이로써 폴딩앳홈이 치료제를 스크리닝할 때 활용하는 네트워크 연산력은 2배로 늘어났다. 보다 효율적으로 치료제 스크리닝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다른 암호화폐 채굴 기업과 일반 암호화폐 업체도 폴딩앳홈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예컨대 블록체인 플랫폼 테조스는 최근 자사 코인 수백 개를 상금으로 걸고 폴딩앳홈으로 컴퓨팅 파워를 모아주는 캠페인을 벌였다. 회사는 이번 달 30일까지 폴딩앳홈에 참여하는 응모자 가운데 최고 성과를 거둔 한 명에게 상금을 수여할 예정이다.

관련업계는 이번 기회로 암호화폐 업체와 채굴 사업 인식이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암호화폐 채굴기업과 자체 코인 발행 기업에 대한 인식은 그리 좋지 않았다. 2017년부터 자체 코인 가격 펌핑에 암호화폐 기업들이 가담한 데다가 암호화폐 채굴 기업의 경우 채굴기 다단계 투자 등 사기 행각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외신은 암호화폐 업체들이 코로나19 사태 지원에 나서면서 "수익화에 눈 멀어 각종 사기를 꾀한다는 인식이 이번 코로나19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며 "암호화폐와 관련 기술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암호화폐 기부 문화 확산…내 기부금 어디 사용되나

신뢰할 수 있는 기부 문화도 확산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현재까지 약 7000명의 사망자를 낸 이탈리아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이용한 기부 캠페인이 한창이다. 이탈리아 적십자는 3월 12일 블록체인 기부 플랫폼을 지원하는 블록체인 스타트업 헬퍼빗과 로마 지역 기관인 콜린 알바니 위원회 도움으로 코로나19 관련 암호화폐 모금 캠페인을 벌였다. 시작 3일 만에 1차 목표액인 1만 유로(약 1300만원)를 달성했다.

곧장 진행한 2차 캠페인도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이탈리아 적십자사는 2차 캠페인에서 목표액으로 잡은 2만6000유로(약 3467만원)를 확보했다. 헬퍼빗으로 모인 이 기부금은 코로나19 관련 의료장비 지원과 의료 기지 설립 등에 활용된다.

이탈리아 적십자사의 이 같은 성과에 다수 비영리기관은 블록체인 플랫폼 업체 등과 손잡고 암호화폐를 기부 캠페인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 비트코인 후원금 캠페인에 나선다고 밝힌 네덜란드 적십자가 있다.

암호화폐를 통한 기부 문화가 성공적으로 확산되는 이유로는 ▲중개자 없이 이뤄지는 송금과 ▲기부 사용내역 확인 등 투명성 등이 꼽힌다.

통상 기부 활동을 하더라도 기부자는 내 기부금이 어디에 활용되는 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기부단체가 기부금에서 떼어가는 수수료 비율과 기부단체에 들어가는 운영비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점 때문에 그간 기부 문화는 점차 입지를 잃어갔다.

블록체인이 활용될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중개인을 거치지 않고 공급자와 소비자 간 직접 거래가 이뤄질 뿐 아니라 내 기부금 사용내역과 사용 경로 등을 블록체인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명한 기부 문화가 조성되는 셈이다.

이탈리아 적십자 모금 활동을 주관한 이탈리아 콜린 알바니 위원회의 브루노 피에트로산티 위원장은 "비트코인같은 혁신적인 모금 수단은 역사적으로 전례 없던 위기 상황에 큰 힘이 되고 있다"며 "모든 국가에서 몇 분 안에 기부 활동에 참여할 수 있고 심지어 은행 접근이 어렵더라도 기부를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매개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