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명 토종 게임사, 글로벌 공룡 즐비한 '오토배틀러' 시장에 도전장

입력 2020.03.27 06:00

글로벌 대형 게임사가 장악한 오토배틀러 장르에 총 인력 66명 뿐인 토종 게임사가 도전장을 내민다. 오토배틀러 장르는 공격, 스킬 사용 등 모든 전투 과정을 자동으로 진행하는 게임이다. 이용자는 게임 내 전투를 조작하는 대신 자원을 관리하고, 유닛을 사서 모으고 조합·배치하는 방법으로 다른 이용자와 겨룬다. 승부를 가르는 요인은 어떤 전략을 짜느냐에 달린 만큼 전통적인 게임 방식과 차별화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리니지2 개발을 총괄했던 남궁곤 패스파인더에이트 부사장은 새로운 오토배틀러 게임 에픽체스를 만들었다. 에픽체스는 다른 오토배틀러 게임과 달리 4:4 팀전 등 새로운 재미 요소를 가미해 ‘완성형 재미’를 선사하는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오토배틀러 장르 게임의 인기는 ‘주춤’한 만큼 에픽체스 입장에서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에픽체스 이미지. / 패스파인더에이트 제공, 편집=오시영 기자
장르 잠재력 알아본 라이엇, 밸브, 블리자드, 텐센트 등 해외 기업 경쟁에 뛰어들어

오토배틀러는 2019년 1월 4일 거조다다 스튜디오가 ‘도타2’ 이용자 제작 게임모드(유즈맵)로 처음 공개한 ‘오토체스’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오토배틀러 장르의 가능성을 알아본 다수 게임사가 제작에 뛰어들었다.

거조다다 스튜디오가 ‘오토체스’를 도타2에서 독립해 별도로 실행하는 버전으로 선보인 이후, ‘스팀’을 운영하는 게임 개발사 밸브가 ‘언더로드’를, 라이엇게임즈가 ‘리그 오브 레전드 전략적 팀 전투 모드’를 차례로 선보였다. 중국 거대 게임기업 텐센트도 ‘체스러시’를 선보였다. 블리자드는 카드 게임 ‘하스스톤’에 ‘전장’이라는 모드를 별도로 추가했다.

총 66명으로 구성된 한국 게임사 패스파인더에이트는 세계 기업이 경쟁하는 오토배틀러 장르에 도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2020년 상반기 최신 ‘언리얼 엔진4’를 활용한 오토배틀러 게임 ‘에픽체스’를 게임 유통플랫폼 스팀을 통해 선보인다. ‘리니지2’ 개발을 총괄했던 남궁곤 PD가 에픽체스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에픽체스 개발에는 디펜스·RPG 장르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개발자 25명이 참여했다. 개발 기간은 1년쯤이다.

아이템 골드 구입, 4:4 대전 모드 등 기존 게임과 차별점 마련

에픽체스 개발팀은 경쟁작와 차별화하기 위해 게임 내 행운 요소를 줄이는 대신 전략성을 강화했다. 게임 시작 전 단계부터 영웅과 룬을 세팅해 전략을 짠 후 게임 플레이 단계에서 전략을 완성하도록 했다. 이는 아무것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게임을 진행하는 다른 오토배틀러 게임과 차별화한 요소다.

아이템을 획득할 때 골드를 활용한다는 점도 다른 점이다. 특정 라운드에 도달하거나 몬스터를 잡아 무작위 아이템을 얻는 것이 아니라 골드로 아이템을 사고 강화할 수 있도록 했다. 몬스터가 떨어뜨리는 아이템을 획득하거나 일정 레벨에 도달한 후 무작위로 아이템을 받는 다른 게임과 다른 형태다.

에픽체스 개발을 총괄한 남궁곤 패스파인더에이트 부사장 겸 총괄PD. / 패스파인더에이트 제공
에픽체스는 '대장전', '공유슬롯 시스템' 등 새 규칙을 적용한 4:4 팀전 모드도 마련했다. 패스파인더에이트 한 관계자는 "오토배틀러 장르 게이머를 대상으로 포커스 그룹 테스트(FGT)를 진행한 결과 e스포츠에 적합할 것 같다는 평가를 다수 받았다" 고 말했다.

에픽체스는 4월 9일부터 13일까지는 스팀을 통해 비공개테스트(CBT)를 진행한다. 개발팀은 테스트를 통해 게임의 안정성을 점검하고 이용자 의견을 받아 게임의 완성도를 높인다. 테스트 참여자는 게임이 정식으로 서비스에 나설 때 게임 내에서 아이템 보상을 받는다.

남궁곤 패스파인더에이트 부사장 겸 개발 PD는 "기존 오토배틀러 게임이 오토배틀러 쟝르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에픽체스는 전략게임으로서의 재미와 커뮤니티 기능을 보완한 완성형 재미를 선보일 것이다"이라며 "한국 게임 회사의 일원으로 글로벌 게임 회사와 멋진 ‘한판’을 벌이고 싶다"고 말했다.

크로스플레이, 서비스 안정화는 과제…오토배틀러 장르 ‘주춤’

하지만 패스파인더에이트의 경쟁 상대가 쉽게 넘어설 수 있을 만큼 만만한 곳은 아니다. 해외 경쟁작은 이미 각자의 자리에서 영역을 확장하고 서비스를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다. PC(스팀) 플랫폼에서 출시하는 에픽체스는 아직 타 플랫폼으로 개발할 구체적 계획이 잡히지 않았다.

라이엇게임즈는 3월 20일 전략적 팀 전투(TFT) 모바일 버전을 출시했다. 전략적 팀 전투는 모바일·PC버전 간 크로스플레이를 지원한다. 하스스톤 ‘전장’ 모드는 출시 시점부터 크로스플레이를 지원했다. 밸브의 도타 언더로드는 잦은 주기로 게임 업데이트를 진행하면서 게임을 이리 저리 바꾸며 다양한 시험을 거쳤다. ‘영웅’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하고, 유닛 능력과 종족 특성을 자주 바꾸며 새 재미를 주려고 노력한다. 최근에는 ‘도시 탐험’ 등 매력적인 콘텐츠도 선보였다.
에픽체스 예고 영상. / 패스파인더에이트 유튜브 채널
다른 오토배틀러 게임에 대한 관심이 다소 줄어든 상황에서 에픽체스가 차별화된 재미를 줄 수 있다면 흥행 가능성도 충분하다. 전략적 팀 전투 시스템의 경우 2019년 6월 첫 선을 보인 후 트위치 시청자 수 13만명을 기록하는 성적을 내며 ‘포트나이트’를 제치고 시청자 수 1위를 여러 번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그 열기가 다소 식었다.

밸브의 언더로드는 출시 초기 최고 동시접속자 수 20만명을 달성할 정도로 인기 있었으나, 1월 기준으로는 이용자 수가 당시의 1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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