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륜구동(4WD) 전성시대다. 사륜구동은 더 이상 SUV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거친 비포장도로를 주파하거나 가파른 경사로를 오르기 위한 솔루션의 개념을 넘어섰다. 일상주행 속 안전성을 높이는 데 사륜구동이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최근 대부분의 고급 대형 세단에서 사륜구동차를 찾는 게 어렵지 않은 일이 된 이유다.

사륜구동은 이름 그대로 엔진의 힘이 네 바퀴에 모두 전달되는 방식을 말한다. ‘네 바퀴가 굴러가지 않는 자동차가 어디 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흔히 ‘전륜구동', ‘후륜구동'으로 부르는 차들은 엔진 동력을 앞바퀴 또는 뒷바퀴에만 전달한다. 나머지 바퀴들은 쉽게 말해 차가 달리는대로 따라갈 뿐이다. 엔진에서 발생하는 토크가 직접 각 바퀴에 전달되는 차는 사륜구동뿐이다.

사륜구동의 역사는 19세기 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가 흔히 아는대로 오프로드 주행을 위해 개발됐다. 승용차에 사륜구동을 적용한 것은 올해로 딱 40년째다. 아우디 기계식 사륜구동의 대명사 ‘콰트로'가 주인공이다. 아우디는 "아우디가 곧 콰트로다. 아우디와 콰트로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사륜구동 기술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승용 4WD의 시초, 아우디 Ur-콰트로
1980년 제네바모터쇼에 첫 등장

아우디는 1980년 제네바모터쇼에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기계식 사륜구동 시스템을 출품했다. 승용차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작고 가벼운 사륜구동 시스템 ‘콰트로'다. 최고출력 200마력에 다양한 주행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움직임이 가능했던 ‘Ur-콰트로’는 1991년까지 양산차 라인업에 유지될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다.

사륜구동의 특징 중 하나가 차등기어 잠금기능(디퍼렌셜 락)이다. 센터 디퍼렌셜을 잠그면 좌우바퀴가 동일한 힘과 속도로 움직인다. 한쪽 바퀴가 헛 돌아도 다른쪽 바퀴에 힘이 충분히 전달돼 험로탈출에 용이하다.

초기 콰트로는 디퍼렌셜 락을 수동으로 작동해야 했다. 그러다 아우디는 1986년 가변적으로 토크를 분배하는 토센 방식의 양산화에 성공했다. 크고 무거운 사륜구동 시스템의 ‘다이어트'도 이어졌다. 1999년 콤팩트 세그먼트로 분류되는 A3와 TT에도 콰트로를 탑재하는 데 성공했다.

콰트로의 핵심은 네 바퀴를 모두 상시(풀타임) 기계적으로 완벽히 제어한다는 점이다. 콰트로 시스템에 탑재된 내부 가속 차동장치(inter-axle differential)가 앞뒤 차축의 속도 차이를 보정하고, 노면 상태에 따라 자동으로 최적의 구동력을 배분한다. 이를 통해 급격한 코너링이나 젖은 노면, 가파른 경사로를 오를 때에도 차가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

아우디, 전체 판매의 절반이 사륜구동
전동화 시대 맞아 전기모터 4WD도 개발

2019년 말 기준 아우디가 생산한 사륜구동차는 누적 1000만대를 넘어섰다. 회사는 지난해에만 80만대 이상의 ‘콰트로'를 출고했다. 지난해 전체 생산대수의 45%엥 달하는 숫자다. 소비자는 현재 콤팩트 A1을 제외한 아우디의 모든 제품군에서 콰트로를 선택할 수 있다.

1982년 월드랠리챔피언십(WRC) 우승을 시작으로 아우디는 모터스포츠에서 콰트로의 우수성을 입증해왔다.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달려 승자를 가르는 혹독한 레이스 ‘르망 24시'에서는 하이브리드를 활용한 사륜구동 시스템으로 세 차례나 종합 우승을 달성했다.

지금도 회자되는 ‘스키대' 광고는 아우디 콰트로를 대중들에게 널리 알린 계기가 됐다. 1986년 전문 랠리 드라이버 헤럴드 데무스(Harald Demuth)가 아우디100 CS 콰트로를 몰고 핀란드의 카이폴라(Kaipola) 스키점프대를 거슬러 오르는 광고는, 이후 출시된 아우디 신차 광고는 물론 타 브랜드에서도 벤치마킹할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사륜구동은 내연기관차를 거쳐 전동화 시대에도 중요한 기술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아우디 역시 올해 전동화 기술을 동반한 ‘콰트로 2.0’을 선포했다. 수백분의 일초 내에 각 바퀴에 전달하는 동력을 정확히 제어하는 기술로, 엔진이 아닌 전기모터를 통해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올해 제네바모터쇼에서 아우디 e-트론 S 프로토타입 등을 통해 소개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모터쇼가 취소되며 실차 공개는 아쉽게 미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