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의 불안 요소를 없애는 것이 회사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 특성상 온라인 화상회의 등으로 충분히 업무 관련 소통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원격 근무 경험이 장기적으로 회사 구성원에게 더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김효택 자라나는씨앗 대표는 3월부터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생각했던 고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총 직원 수 14명의 소규모 게임사 자라나는씨앗은 5월 ‘MazM 페치카’ 게임 출시를 준비 중인 회사다.

김 대표는 "그동안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재택근무를 진행한 적이 없었으나,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직원 건강 등을 우려해 재택근무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김효택 자라나는시앗 대표가 재택근무를 하는 모습. / 자라나는씨앗 제공
김효택 자라나는시앗 대표가 재택근무를 하는 모습. / 자라나는씨앗 제공
자라나는씨앗은 이야기게임 브랜드 ‘MazM(맺음)’을 서비스하는 게임 기업이다. 좋은 소설을 읽었을 때 얻을 수 있는 감동과 경험을 게임으로 전하는 것이 목표다. 오페라의 유령, 지킬 앤 하이드 등 작품을 게임으로 구현해 호평받았다.

‘조선인의 따뜻한 난로(페치카)’라고 불리던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제작한 'MazM 페치카'는 5월 출시를 앞뒀다. 김 대표는 "게임사는 출시 직전이 가장 바쁜데, 일도 많고 소통할 일도 많아 처음에는 걱정했다"며 "직원이 모두 재택근무에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며 놀라웠다. 신작 출시에는 큰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김효택 대표를 포함한 직원 모두는 생소한 재택근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재택근무 시행 1주일 뒤 회의를 진행해 의견을 모았다.

그 결과 ▲PC 등 회사 장비를 집에서 사용 ▲환경 탓에 집에서는 도저히 일할 수 없는 사람에 한해 사무실 근무(1명) ▲월요일 오전, 금요일 오후에 전직원 주간 회의 화상 방식으로 진행 등 개선안을 정했다. 화상 회의에는 구글 ‘행아웃’과 ‘줌’을, 업무 공유는 주로 ‘슬랙’을 활용한다.

자라나는씨앗만의 독특한 재택문화가 있다. 회의가 없어도 모두가 화면을 띄운 상태로 소리를 끄고 일을 하는 것이다. 소통도 적극적으로 한다. ‘재택 출근’, ‘퇴근’ ‘외근’ 등을 서로 알리는 편이다. 김효택 대표는 "소통하지 않으면 서로 존재를 알기 어려워 슬랙 등 업무툴을 활용해 재택근무 중에도 서로 소통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런 독특한 문화는 회의 과정에서 직원들이 먼저 건의해 만들어졌다. 회의 과정에서 한 직원이 ‘혼자 일하는 느낌’이 불편하다는 의견을 내자, 이를 들은 직원들이 이것저것 건의해서 문화를 만들어갔다. 김 대표는 "만약 대표인 내가 제안했다면 서로 불편한 상황이 될 수도 있었겠다"는 우스갯소리를 건넸다.

자라나는씨앗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진행하는 모습. / 자라나는씨앗 제공
자라나는씨앗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진행하는 모습. / 자라나는씨앗 제공
김 대표는 재택근무를 진행해보니 장점을 여럿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출퇴근에 소요하는 이동 시간을 줄일 수 있어 효율적이고, 체력·식단 관리도 비교적 쉬워 좋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회사에 허락을 받고 업무시간에 1, 2시간 정도 개인 업무를 본 뒤 저녁에 이어서 일을 하는 등 유연하게 근무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집에 있을 때 가족들이 빨래, 설거지, 쓰레기 버리고 오기 등 집안일을 자주 도와달라고 요청해서 처음에는 힘들었다"며 "업무 중이라 오랫동안 해야하는 집안일은 할 수 없지만,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돌리는 정도는 도와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김효택 대표는 이번 재택근무로 향후 기업이 일하는 모습이 어느 정도 달라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꼭 한정된 공간에 모여서 일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협업을 돕는 도구 덕에 모든 작업물을 온라인으로 손쉽게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재택근무를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장에서 얼굴을 보며 교감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도 되새겼다. 김 대표는 "서로 신뢰하는 것과 자신의 일을 처리하는 책임감도 중요하다"며 "특히 사람과 사람 간의 신뢰,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관계의 깊이는 재택근무 만으로는 만들어질 수 없는 영역의 일이라는 점은 꼭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