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세계로 확산하면서 자택에 대기하거나 자가격리하는 사람이 급증했다. 글로벌 게임사들은 갇혀 지내는 사람의 지루함을 달래고 외출 자제를 독려하는 ‘집에서 대기해라(Stay at home)’ 캠페인의 일환으로 다양한 게임들을 무료로 배포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게임 출시 당시 ‘대작 급’이었던 게임이나 마니아들 사이에 유명한 왕년의 명작 게임을 잇달아 무료로 배포하는 등 스케일이 확장 중이다.

에픽게임즈가 27일부터 1주일 동안 무료로 배포하는 ‘월드워 Z’의 소개 이미지. / 에픽게임즈 제공
에픽게임즈가 27일부터 1주일 동안 무료로 배포하는 ‘월드워 Z’의 소개 이미지. / 에픽게임즈 제공
에픽게임즈는 자사의 온라인 게임 플랫폼 에픽스토어를 통해 인기 게임 ‘월드워 Z(World War Z)’를 포함한 게임 3종을 무료로 배포한다고 27일 밝혔다. 4월 2일까지 무료로 구매할 수 있고, 기간이 지나도 영구 소장이 가능하다.

동명의 영화를 바탕으로 세이버 인터랙티브가 개발한 ‘월드워 Z’는 2019년 4월 출시 후 한 달 만에 전 세계 판매량 200만장을 기록한 인기 게임이다. 서울, 뉴욕과 예루살렘, 모스크바, 도쿄 등 전 세계 15개 도시를 배경으로, 영화에서 본 것처럼 동료들과 함께 끊임없이 몰려드는 좀비 군단을 효과적으로 물리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출시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3만5000원에 인기리에 판매됐는데, 인기 게임을 무료로 배포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월드워 Z에서 상대하는 좀비 군단이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결과물임을 고려하면 이번 무료 배포는 제작사가 노리고 진행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에픽게임즈는 20일 3만3000원인 ‘와치 독스(Watch Dogs)’를 1주일 동안 무료로 배포하며 화제가 됐다.

스팀을 통해 무료 배포 중인 ‘고트 오브 듀티’의 티저 이미지. / 라이저 게임즈 제공
스팀을 통해 무료 배포 중인 ‘고트 오브 듀티’의 티저 이미지. / 라이저 게임즈 제공
파격적인 할인율로 유명한 밸브의 온라인 게임 플랫폼 스팀(Steam)도 무료게임 비중을 늘리고 있다. 게임 개발 및 배급사 라이저 게임즈(Raiser games)는 최근 자사의 패러디 슈팅 게임 ‘고트 오브 듀티(Goat of Duty)’를 3월 17일부터 31일까지 스팀을 통해 무료로 배포한다. 인기 FPS(일인칭 슈팅) 게임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패러디한 이 게임은 사람 대신 염소를 조작해 다양한 전장에서 기상천외한 무기로 상대방과 대결을 펼치는 게임이다.

회사 측은 스팀 내 공지를 통해 "이탈리아 출신 개발사이자 스페인의 배급사인 우리는 그만큼 (코로나19로 인한) 지금의 상황이 전 세계에 어떻게 확산할 지 잘 안다"라며 " 2주 동안 스팀을 통해 게임을 무료로 배포하는 것은, 이러한 때일수록 여러분 모두를 즐겁게 해드리기 위해서다"라고 무료 배포 이유를 밝혔다.

그 외에도 스팀에서는 액션 어드벤처 명작 시리즈의 리부트 작품인 ‘툼레이더’, ‘라라 크로프트와 오시리스의 사원’ 등 2종을 지난 24일까지 무료로 배포하기도 했다.

유비소프트가 무료 배포 중인 ‘차일드 오브 라이트’의 패키지 이미지. / 유비소프트 제공
유비소프트가 무료 배포 중인 ‘차일드 오브 라이트’의 패키지 이미지. / 유비소프트 제공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로 유명한 유비소프트도 자사 스토어를 통해 ‘차일드 오브 라이트(Child of Light)’를 무료로 배포한다. 동화를 연상케 하는 배경과 스토리를 수채화 또는 수묵화처럼 그려낸 독특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2014년 선보인 턴 방식 역할수행게임(RPG)이지만 출시 당시 평단으로부터 꽤 괜찮은 평을 받았다. 적당한 난도로 남녀노소 누구나 어렵잖게 즐길 수 있고, 플레이 시간도 최소 10시간 이상이어서 자택 대기 중 시간 보내기에 적당하다.

폴란드의 게임 개발사 CD 프로젝트가 운영하는 고전 게임 전문 ESD ‘GOG’도 ‘집에서 대기해라’ 캠페인에 동참했다. 27개에 달하는 게임을 30일까지 무료로 배포해 관심을 끈다. 그중 대다수가 ‘울티마’ 시리즈를 비롯, 1980년~1990년대에 출시된 DOS 시절 고전 명작 게임이다. 당시 한창 게임을 즐기던 현재 40대 이상 게이머들을 노렸다. 최신 윈도에서 바로 실행할 수 있도록 이식 및 제공해 누구나 간편하게 과거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다.

이처럼 무료로 배포하는 게임의 상당수는 당장 설치하거나 플레이하지 않아도 본인 계정에 등록만 하면 영구적으로 소장할 수 있다. 이번 게임사들의 무료 게임 확대는 왕년의 인기 게임타이틀을 수집하는 마니아는 물론, 큰 비용 부담 없이 자택 시대 즐길 거리를 찾는 이들 모두에게 솔깃한 제안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