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과 달리 코로나19로 인빌딩 투자 지연
전체 일정 지연에 투자 연기와 축소 우려도
과기정통부 "업계 투자 집행 도울 방안 찾겠다"

‘민관 공동 위기극복 프로젝트 성사될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3대 통신사업자들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자고 도출한 상반기 4조원대 투자 프로젝트가 난관에 부닥쳤다. 인프라 투자로 경기 활성화를 돕겠다는 취지로 마련했지만, 정작 코로나19로 집행 자체가 막힌 것.

정부와 업계는 당초 2조7000억원으로 잡힌 투자 규모를 50%나 증액한 4조원으로 수정했다. 업계는 지난해 대대적인 5G 투자로 수익성이 악화했음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제안에 통신업계가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달 5일 최기영 장관과 박정호(SKT) 구현모(KT) 하현회(LG유플러스) 대표와의 긴급 간담회 결과다. 문제는 코로나19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구현모 KT 사장(모니터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이 영상회의로 투자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 과기정통부 제공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구현모 KT 사장(모니터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이 영상회의로 투자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 과기정통부 제공
통신사업자들은 지난해 도로 또는 건물 옥상 등 외부 5G 인프라(중계기) 투자를 거의 마쳤다. 사업자마다 차이가 있지만 80여개 주요 도시 외부에 90% 가량 투자를 마무리했다.

올해 5G 투자를 집행될 곳은 건물 내부인 ‘인빌딩’이다. 사무공간 등 건물안에서도 스마트폰으로 5G 인터넷 이용이 가능하도록 인빌딩에 본격 투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잦아들지 않으면서 인프라 구축에 어려움을 겪는다.

현재 인빌딩 투자는 10% 안팎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와 같은 대형 건물에는 이미 구축했지만 대부분의 건물에는 설치하지 못했다.

3사는 각각 5G 인빌딩 중계기를 설치한다. 10층 건물이라면 3사 합해 50~60개 가량을 설치한다. 당연히 건물 안에 들어가야 하며, 층마다 이동하면서 설치해야 한다. 때로는 사무 공간 내부에 설치하기도 한다.

따라서 ‘건물주’ 허락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에 혹시나 하는 감염 우려로 통신사들의 설치 의뢰에 대해 건물주 측은 연기를 요청한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지금 건물에 들어가 장비 설치를 한다면 반길 곳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진정한 후에도 투자 지연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단번에 밀렸던 투자를 집행하는게 쉽지 않다. 설치해야 할 건물들이 이곳저곳 퍼져 있는데 구축 인력은 한정됐다. 하루 설치 개수를 대폭 늘리는 게 불가능하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전례를 보면 투자가 지연되면 일정도 줄줄이 연기된다"며 "설치대수를 늘리기 위해 새로운 인력을 투입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장비 부품 등을 생산하는 협력사는 올해 투자 자체가 연기되거나 축소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한다. 중소 협력사 관계자는 "일정이 밀리면서 사업 자체가 축소되거나 때론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통신업계는 투자계획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당장 건물주를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허락되는 곳 위주로 바로바로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도 일정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도울 계획이다. 권은태 과기정통부 통신회계품질기반팀장은 "코로나19로 인빌딩 투자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본다"며 "통신업계가 위기극복 동참 차원에서 의욕적으로 집행하는 투자인만큼 경기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