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는 세계 통신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바로 ‘세계 최초 5G시대’ 구현이다. 한국 통신 기술 경쟁력 수준을 한단계 높였다. 우리에게는 기회다. 높아진 통신 강국 위상을 활용해야 한다. 5G 인프라뿐 아니란 관련 장비부품 글로벌화의 기회다. 잠재력은 충분하다. 수많은 통신부품장비 기업이 글로벌 시장 개척을 준비해왔다. IT조선은 통신 강국 코리아 명성을 높일 통신장비부품 강소기업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편집자주]

"외산 기업이 주도하는 네트워크 시장을 되찾기 위해 묵묵히 원천 기술을 개발해왔습니다"

권희웅 펌킨네트웍스 대표는 창립 20주년을 맞이한 소감을 이같이 전했다. 공학박사인 권 대표는 수년간 네트워크 업계에 몸담은 전문가다. 사원번호 1번인 창립멤버로 시작해 기술 개발에 매진하다 대표 자리에 올랐다.

펌킨네트웍스는 국산 기술로 네트워크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주력 제품은 애플리케이션 딜리버리 컨트롤러(ADC)와 L4 스위치다. 펌킨네트웍스에 따르면 미국 기업이 주도하는 ADC 시장에 자리 잡은 국내 기업은 2곳에 불과하다.

펌킨네트웍스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권희웅 펌킨네트웍스 대표. / 장미 기자
펌킨네트웍스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권희웅 펌킨네트웍스 대표. / 장미 기자
펌킨네트웍스는 5G 시대를 맞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다. 민·관에서 ADC를 필요로 하는 대형프로젝트가 증가하는 것도 호재다. 트래픽의 양이 늘면서 이를 처리하기 위한 인프라에 대한 투자 규모가 커지고 있다.

권 대표는 "기업과 기관들의 컴퓨팅 환경이 클라우드 기술 쪽으로 발전하면서 수십 대, 많게는 수백 대의 ADC가 필요한 대형 프로젝트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대표는 펌킨네트웍스의 경쟁력으로 ‘유연성’을 꼽았다. 규모가 큰 회사는 아니지만, 그만큼 상황에 맞게 유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필요한 제품을 제때 적용할 수 있도록 모듈화해 설계 유연성을 높였다. ‘가격 대비 성능’을 높인 비결이기도 하다.

80GB급 장비 출시도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일환이다. 펌킨네트웍스는 대용량 ADC 시장에 진출할 때가 됐다고 판단해 작년부터 이 제품을 개발해왔다. 기존 제품인 10GB·20GB급 장비 판매를 늘리는 한편 대용량 신제품으로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클라우드 전환에 필요한 핵심 네트워크 기술인 WAN 가속 분야 진출도 검토 중이다. 이러한 원천 기술이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네트워크 관련 서비스와 연관돼 있다는 판단이다. 권 대표는 "현재 국내에는 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기업이 많지 않다"며 "펌킨네트웍스가 솔루션 개발을 병행하며 이 분야의 중요성과 시장성에 대한 화두를 던지려고 한다"고 밝혔다.

펌킨네트웍스 장비. / 장미 기자
펌킨네트웍스 장비. / 장미 기자
향후 파트너 네트워크 강화에도 힘쓸 계획이다. 이 분야에서 협력은 생존 전략이다. 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국내 기업들은 서로 손잡고 시장 개척에 나선다. 코로나19 사태처럼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도 ‘합종연횡’이 도움이 된다.

권 대표는 "코로나19 발발 이후 밴더들과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함께 머리를 맞대고 뭉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기업 간 건전한 경쟁을 통해 시장이 성장한 독특한 분야"라며 "펌킨네트웍스는 파트너 생태계를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해외 진출은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지로 시장 진출을 검토해왔으나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ADC는 해외 진출 시 원활한 현지 기술 지원이 필수다. 펌킨네트웍스는 현지에서 안정적으로 ADC를 공급하기 위해 파트너를 통한 현지 시장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권 대표는 "시장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특히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크고 있다"며 "국내 기업도 수출을 늘려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펌킨네트웍스는 2020년을 맞이해 기업과 브랜드에 ‘젊음’을 더할 계획이다. 원팀(ONE TEAM)을 구호로 삼아 부서와 직급 경계를 넘어 하나의 팀으로 기민하게 움직이겠다는 목표다.

권 대표는 "네트워크 분야에서 원천 기술로 골리앗 같은 거대 외국 기업과 경쟁하며 국내 기업, 공공 시장에서 자리를 지켜왔다"며 "국내 토종 기업이 갖는 이점을 앞세워 앞으로도 시장에서 위상을 높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