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성대’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다. 분명 신라시대에 중요한 국책 프로젝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당시 사람들은 ‘프로젝트’라는 뜻으로 어떤 용어를 사용했을까. 역사? 과업? 그 당시 프로젝트 관리는 어떻게 하였고 어떻게 가르쳤을까? 우리 조상 중에 프로젝트의 달인은 과연 누구였을까?

프로젝트(Project)라는 외래어는 15세기경 ‘앞으로 던져진 것(proiectum)’ 또는 ‘앞으로 던지다(proiectus)’ 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되었다. 현대의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프로젝트란 ‘특정 물건 또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활동’ 또는 ‘정해진 기간, 비용, 조건 하에서 수행해야 하는 일련의 연관된 작업’을 의미한다.

반면에 ‘일한다’란 ‘생계나 벌이를 위해 육체적 정신적 노동을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돼 있다. 고대 대규모 건설분야에서 시작된 프로젝트 개념을 공학분야에 적용하기 위해 프로젝트 관리기법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 1950년 무렵에 불과하다.

불과 70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는 단순히 ‘일한다’를 넘어 각자 자신의 개인적인 프로젝트 또는 자신이 속한 조직의 프로젝트를 하면서 날마다 살아가고 있다. 세상의 모든 정보가 내 손안에 있다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우리는 프로젝트의 정글 속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수 천년 전 소수의 천재들에 의해서만 진행되던 프로젝트라는 개념이 이제 모든 일반인의 일상 속으로 깊이 들어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라는 단어는 아직 많은 사람의 머릿속에 대충 느낌으로만 이해되는 또 하나의 ‘버즈워드’(Buzz Word)가 되어있다. 그렇다면 ‘프로젝트 시대’에 ‘일한다’라는 의식 수준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는지 살펴보자.

지난 60년간 우리 사회의 군중 무의식에는 변하지 않는 성공방정식이 있었다. 그것은 "성공하려면 성과를 내야 하고, 성과를 내려면 능력을 갖추어야 하며, 능력을 갖추려면 좋은 학교를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즉, 좋은 학교는 능력을 의미하고, 좋은 직장에서 시간이 흘러 성과를 내면 소정의 성공에 도달할 수 있다는 집단무의식이다. 그 결과 평균적인 한국인의 일생은 ‘공부한다’와 ‘일한다’라는 2개의 동사로 요약된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온 덕택에 전쟁의 폐허에서 세계 10위 경제국이 되었다. 조기퇴직과 수명 연장으로 요즘은 ‘소일한다’라는 동사 하나가 더 추가되었다. 그러나 ‘청소년 자살률 세계 1위’와 같은 심각한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학생들은 좋은 학교를 가기 위해 밤낮 없이 공부해야 한다. 강남 8학군 집값은 떨어지는 법이 없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이제는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어렵다. 중소기업에 간신히 취업을 해도 다니던 회사가 금세 어려워 진다. 청년들은 공무원이 되기 위해 다시 학원을 다닌다. 정부는 공무원 채용을 늘린다고 화답한다.

‘공부한다’를 살펴보자. 왕조적 교육관으로 무장한 부모와, 배움은 있어도 익힘이 부족한 성적 위주의 교육은 오늘도 창의적 인재보다는 문제 푸는 산업시대적 일꾼을 양산한다.

‘일한다’에는 더욱 심각한 문제가 있다. 연공서열 위주의 기업문화 속에서 아직도 ‘일’이란 생계나 벌이를 위해 정신적 육체적 노동을 제공하는 것 쯤으로 생각하고 있다. 결국 글로벌 패러다임의 급속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위주의 산업 구조과 교육 정책으로 말미암아 우리사회는 창의 인성 자기주도성을 근간으로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확실한 변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만일 당신이 2시에 삼성동에서 있을 어느 중요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출발했는데, 알 수 없는 이유로 길이 막혔다고 하자. 지체가 생각보다 길어진다면 이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생각하기 시작할 것이다. 목표와 일정이 명확한 세상의 모든 일이 프로젝트이다.

그러나 ‘프로젝트’라는 단어를 날마다 쓰면서도 정작 ‘프로젝트’에 대해서 제대로 교육을 받거나 훈련을 받지 못한 채 사회에 나온다. 명확한 목표와 일정이 전제되었을 때 비로소 기대치와 현실 사이에 갭이 발생하며, 우리는 이 것을 ‘문제’라고 인식하게 된다.

즉, 목표 또는 일정이 명확한 프로젝트를 하게 될 때 문제해결 능력도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이 간단한 프로젝트의 정의를 ‘공부한다’와 ‘일한다’에 결합해보자. 학생이 스스로 목표와 일정을 세우고 교과활동을 해 나간다면 자기주도학습이 된다. 독서·동아리·봉사 등의 비교과 활동 역시 스스로 목표와 일정을 세우고 추진해 나간다면 자유학년제의 취지와 정확하게 일치하게 된다.

‘일한다’와 프로젝트 개념을 결합하면 자신이 소속한 팀의 목표와 일정을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의미가 바뀌게 된다. 일이 아니라 프로젝트를 생각할 때 소통과 공유 그리고 협업의 중요성 역시 자명해진다.

즉, 공부와 일을 프로젝트 개념으로 접근하는 순간, 창의와 인성, 자기주도성이 자연스럽게 개발되고 발휘되며, 개인, 조직, 사회, 나아가 국가의 글로벌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마법 같은 변화가 가속된다.

초연결 융복합을 추구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중요한 능력은 개인의 IQ, EQ가 아니다. 디지털 정보와 도구를 활용하여 사고하고, 소통하고, 관리하며, 학습하는 입체적인 능력, 즉 개인의 디지털 프로젝트 역량(PQ: Project Quotient)인 것이다.

이를 개발하고 발휘하기 위해 타자기 수준의 워드프로세서가 아니라 좌뇌와 우뇌를 동시에 사용하는 ‘비주얼 맵핑(Visual Mapping)’과 ‘비주얼 씽킹(Visual Thinking)’ 도구의 사용이 매우 중요하다.

노벨상은 더 이상 우리 교육과 사회가 갈망할 성공의 아이콘이 아니다. 이제 한 명의 걸출한 천재나 영웅이 아니라 ‘프로젝트’의 개념을 이해하고 ‘프로젝트’ 관점에서 학습과 업무활동을 해나가는 다수의 대중이 중요하다.

PQ는 개인의 IQ와 EQ를 조직과 사회의 IQ와 EQ로 전환하는 열쇠가 된다. 세계 최강의 디지털 인프라를 갖추고 훌륭한 조상의 유전자를 고스란히 간직한 대한민국. 이 곳은 이미 훌륭한 인재로 가득 차 있다. 슬기로 헤쳐온 지난 100년의 역사만 돌아보더라도 이제 대한민국의 새 여정에 필요한 것은 전 세계 어느 나라도 하지 못한 대중의 ‘디지털 프로젝트 역량(PQ)’ 배가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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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교(사진) 심테크시스템 대표는 한양대학교 산업공학과와 오리건 주립대학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심소프트(SimSoft)사 컨설팅 담당 부사장을 역임했다. 1991년 귀국한 저자는 심테크시스템 대표이사를 지내며 국내 첫 그래픽 시뮬레이션 시스템 ‘심플러스(SimPlus)’를 개발했다. 이 업적으로 신소프트웨어 대상(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받았다. 정 대표는 이외에도 한국 시뮬레이션학회 부회장, 대전대학교 겸임 교수, 마인드맵 국제 공인지도사, 마인드프로세싱, 프로젝트 Quotient 이론 창시, 국내외 170개 생산 시스템 시뮬레이션 프로젝트, 씽크와이즈&마인드맵퍼 96개국 수출 등을 수행했다. 2014~2015년에 올해의 기업영향력 500인으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