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추격자’서 ‘개척자’로 진화 노리는 韓 ②기술 적용은 ‘눈앞’ 제도 정비는 ‘먼 미래’ ③‘AI 판단 믿어도 될까’ 윤리 딜레마

IT조선은 다가오는 자율주행시대 현황과 과제를 3회에 걸쳐 보도했다. 시리즈에서 언급했듯이 ICT 접목이 반드시 필요한 자율주행은 ICT 강국 우리에게는 분명 기회다. 이를 어떻게 활용해 새로운 먹거리로 만들어야 할지 핵심을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찾아본다.

"이통사는 자율주행 산업의 조연…고객 불안감 해소 역할"
V2X 표준 놓고 ‘웨이브 vs 셀룰러’ 진영 공방 치열
"자율주행 서비스 연동 객체에 따라 웨이브·셀룰러 방식 공존 필요"
KT, C-ITS 사업 플랫폼 해외 수출도 검토

자율주행차의 완전 상용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덕목은 ‘안전’이다. 사람이 운전하는 차 보다 인공지능(AI)의 판단이 더 안전하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다. 시장 선점 경쟁을 펼치는 테슬라, 웨이모, GM 등 자율주행 업체들이 최근 상용화 목표 시점을 늦추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안전성 측면에서 정보통신기술(ICT)과 자율주행 기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5G 기반 통신 기술은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을 이끄는 플레이어들이 안정적인 자율주행 시스템을 구현하도록 지원한다. 각국의 통신 인프라 수준에 따라 자율주행 기술 경쟁력에 차이가 생길 수 있는 셈이다. KT 자율주행 사업을 이끄는 최강림 커넥티드카 비즈센터장(상무)은 통신사가 자율주행 불안감을 해소하는 산업의 조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강림 KT 커넥티드카 비즈센터장. / KT 제공
최강림 KT 커넥티드카 비즈센터장. / KT 제공
최 센터장은 모빌리티와 통신이 이미 밀접하게 결합 중이며, 완성차 업체와 이통사가 향후 자율주행 분야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 특징을 지닌 5G 기술 상용화로 완성차 업체는 기존에 구현하지 못한 새로운 자율주행 사업 모델을 만들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통사가 자율주행 산업의 주연은 아니지만 비중있는 조연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자율주행이 불안하다고 느끼는 고객에게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역할이다.

최 센터장은 "고객은 자율주행 신뢰성이 90%인 차를 구매하지 않는다. 10%의 불안감이 있어서다"라며 "고도화 한 통신 인프라의 도움으로 자율주행차 신뢰성과 완성도를 높이면 고객 구매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자율주행 산업 경쟁력을 높이려면 자율주행 관련 표준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자율주행차 제작에 앞서 관련 통신 인프라에 대한 표준을 정립하지 않으면 기술적 완성에 이르기까지 많은 자율주행 업체들이 소모적 경쟁을 벌일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최 센터장은 "서로 경쟁하면서 진화하는 기술이 있고 표준이 정립해야 상용서비스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며 "많은 정부 산하기관들이 표준 제정에 대한 연구를 이미 하고 있지만 올해는 민관 합동으로 표준 제정 활동을 가속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자율주행 업계에서는 V2X 표준을 두고 정부가 근거리 전용 고속패킷 통신시스템(DSRC·웨이브)과 이동통신 기반 차량사물통신(C-V2X·셀룰러) 중 어떤 방식을 택할지에 관심이 높다. DSRC는 기존 국내 주요 도로에 구축한 V2X 통신 표준이다. 5G가 등장하면서 C-V2X 표준 사용에 대한 목소리가 커진다.

중국은 시작부터 C-V2X로 노선을 확정했다. 미국도 2019년을 기점으로 변화의 움직임을 보인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2019년 말 DSRC 용도로 분배한 5.9㎓ 대역의 용도 변경을 결정했다. 총 75㎒ 폭 가운데 45㎒ 폭은 비면허 대역, 20㎒ 폭은 C-V2X로 분배한다.

우리나라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토교통부 등 정부 관계자로 구성된 ‘범정부 V2X 공동연구반’을 꾸렸지만 각 진영 간 공방이 치열하다. 과기정통부는 2021년까지 5.9㎓ 대역 통신 방식을 결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지난 10년 이상 DSRC를 표준으로 간주해 정책을 만들고 관련 생태계를 조성했다. 완성차 업체도 DSRC 방식에 맞춰 연구 개발을 지속해왔다. 하루 아침에 다른 방식으로 바꾸기엔 어려움이 있다.

최 센터장은 범정부 V2X 공동연구반이 올해 중 표준을 하나로 확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자율주행 시대 과도기를 맞아 두 가지 규격의 공존 방안을 확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차량과 차량 간에는 DSRC를, 차량과 보행자(휴대폰)의 경우 C-V2X와 연동이 유리하다"며 "서비스 특징이나 연동의 객체가 무엇이냐에 따라 상당 기간 DSRC와 C-V2X 방식을 혼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KT는 각 지역별 차세대 지능형교통시스템(C-ITS) 테마에 맞춰 실증사업을 진행 중이다. 서울 상암에서는 도심에서 교통 변화와 안전한 자율주행을 목표로, 제주는 렌터카를 사용하는 방문객 대상 안전한 교통환경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울산, 광주, 대구에서도 C-ITS 사업 확보가 목표다. KT는 C-ITS 사업에서 쌓아올린 강점을 기반으로 안전한 자율주행을 실현하고, 관련 플랫폼을 해외로 수출한다는 로드맵까지 세웠다.

최 센터장은 "2020년은 정부가 주도해온 C-ITS 대한 청사진을 KT가 구체화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우리가 구축한 C-ITS 실증 사업 결과물이 나오고, 정부 차원에서 해외 수출에 대한 방향을 구체화 하면 KT도 참여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KT는 올해를 완전자율주행 상용 서비스의 원년으로 만들 계획이다. 클라우드 기반 자율주행 기술 개발로 비용을 절감하고 자율주행 원격관제 시스템인 '5G 리모트 콕핏'을 차량에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최 센터장은 "자율주행의 비용 효율성과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네트워크 안정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자율주행실증 규제자유특구에서 운송 서비스 실증을 통해 상용화 여부를 판가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