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영상 플랫폼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CJ ENM·JTBC의 OTT(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탄생 소식에 이어 케이블TV 업체 현대HCN이 매물로 나왔다. IPTV 업계는 최근 케이블TV 1·2위 업체인 LG헬로비전과 티브로드를 인수했는데, 5위 사업자인 현대HCN까지 매물로 나오며 IPTV 중심의 유료방송 시장 재편이 속도를 낸다.
최근 유료방송 시장은 모바일 대중화와 코로나19 확산 여파 등으로 IPTV와 OTT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한다. 넷플릭스, 웨이브 등 플랫폼 중심의 영향력이 갈수록 확장하는 추세다.
세계 OTT 기업 승승장구…웨이브 이어 CJ ENM 토종 OTT 경쟁 합류
넷플릭스는 2019년 4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876만명의 가입자를 추가로 모았다. 매출은 54억6700만달러(6조9732억원)에 달한다. 한국 가입자 수는 2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발주자 디즈니플러스의 기세도 상당하다. 2019년 4분기(11월) 서비스를 시작한 후 불과 3개월만에 가입자 2650만명을 모았다.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계를 강타했다. 각국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외출제한 조치를 내렸다. 집에서 영화와 드라마, 교육 방송 등을 보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OTT의 성장세는 더욱 두드러졌다. 미국 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3월 미국 정부의 외출 금지령 실시 이후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OTT의 미국 신규 가입자 수는 47~300% 늘었다.
3월 CJ ENM은 OTT 사업부문 티빙을 물적 분할한 후 JTBC와 함께 OTT 플랫폼을 만든다. LG유플러스는 U+TV를, KT는 시즌(Seezn)을 각각 OTT 플랫폼으로 운영 중이다.
OTT 공습 대비하는 IPTV, 케이블TV 인수로 몸집 불려
케이블TV 업계는 최근 방송시장 변화에 긴장한 모습을 보인다. OTT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케이블TV 가입자 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IPTV의 영향력 확대에 총 가입자 수가 밀렸는데, OTT까지 경쟁 상대로 급성장한 것이다.
미국 케이블TV 업계는 2017년 OTT 등장 후 코드커팅 현상으로 고충이 크다. 미국 콘텐츠 기업 로쿠는 2024년까지 미국 가정 열곳 중 다섯 곳이 케이블TV를 설치하지 않거나 가입을 취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E마케터는 2022년 5510만명에 달하는 미국 가정이 케이블TV 가입을 철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통3사 중심의 IPTV 업계는 케이블TV 인수를 통해 가입자 및 점유율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선다. 현대백화점그룹은 5대 케이블TV 업체인 현대HCN의 매각에 나선다고 밝혔다.
현대HCN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4%쯤이다. KT(스카이라이프 포함 31.31%)와 LG유플러스(LG 헬로비전 포함 24.72%),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포함 24.03%) 등 3자 중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시장 구도가 변화한다. 박빙의 점유율 차이로 2~3위에 위치한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중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2위 자리가 바뀐다.
현대HCN은 매년 400억~500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내는 실속있는 기업이다. 방송 권역은 강남 등 노른자 지역이다. 현대HCN 인수전 여파는 지지부진한 딜라이브의 M&A 환경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
이통3사는 주주총회에서 케이블TV 인수전에 뛰어들거나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작법인 및 웨이브 가입자수를 합하면 1000만명에 달한다"며 "추가 투자 확보, 세계 기업과의 제휴로 한국 콘텐츠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넷플릭스와 경쟁하겠다"고 밝혔다.
KT 역시 신임 구현모 대표 체제 하에서 유료방송을 포함한 미디어 사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KT 관계자는 "송출수수료 등 수익이 있는 유료방송, 미디어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며 "기업 인수합병과 자체 투자, KT스카이라이프와의 공조 등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