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나노 입자의 '3차원 증명사진' 촬영에 성공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연료전지, 신약 개발 등 다양한 분야 활용이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이 지원한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 입자 연구단 박정원 연구팀이 나노 입자의 3차원 구조를 0.02㎚의 정확도로 분석할 수 있는 기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3차원 증명사진 촬영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IBS 박정원 연구팀. 윗줄 왼쪽부터 김성인, 김병효, 박정원 교수, 허준영, 강도훈(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자료 삼성전자
'3차원 증명사진 촬영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IBS 박정원 연구팀. 윗줄 왼쪽부터 김성인, 김병효, 박정원 교수, 허준영, 강도훈(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자료 삼성전자
나노 입자는 수십에서 수백 개의 원자로 이루어진 1㎚ 이하 물질이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연료전지 촉매, MRI 조영제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널리 사용된다. 원자 배열의 미세한 변형이 디스플레이 색 순도와 연료전지의 촉매 성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구조를 면밀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정원 교수 연구팀은 백금(Pt)을 이용해 나노 입자의 3차원 원자 배열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나노 입자의 크기나 전체적인 형상 등 2차원 정보만 관찰 가능할 뿐 나노 입자의 원자 배열 등 3차원 정보 확인은 불가능했다.

연구팀은 나노 입자가 액체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회전하는 현상에 주목, 회전하는 나노 입자를 연속으로 촬영할 수 있는 특수 용기인 '액체 셀'과 3차원 데이터 구성을 위한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자체 개발했다. 액체 셀에 나노 입자를 담아 투과전자현미경으로 초당 400장의 이미지를 촬영한 뒤 서로 다른 2차원 평면 이미지를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이용해 3차원 데이터로 재구성했다.

'3차원 증명 사진'으로 확인한 나노 입자의 구조적 차이. 원자가 잘 정렬된 나노 입자(왼쪽)와 내부에 결함이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는 나노 입자(오른쪽) / 삼성전자 제공
'3차원 증명 사진'으로 확인한 나노 입자의 구조적 차이. 원자가 잘 정렬된 나노 입자(왼쪽)와 내부에 결함이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는 나노 입자(오른쪽) / 삼성전자 제공
연구는 나노 입자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결정짓는 나노 입자의 표면 구조 상태와 변화 요인을 규명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QD디스플레이의 색 순도와 휘도 향상, 석유화학 산업과 연료전지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촉매의 성능 개선, 단백질 구조 분석을 통한 신약 개발 등 여러 분야에서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원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방법을 활용하면 수많은 종류의 나노 입자 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분석할 수 있다"며 "나노 입자의 3차원 구조 분석 기술은 나노 입자뿐 아니라 단백질과 같은 생체 분자에도 적용이 가능해 새로운 융합 연구에도 활용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호주 모나쉬대학교,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학계에서 난제로 여겨졌던 나노 입자의 표면 구조와 변화 요인을 규명한 성과를 인정받아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 3일 자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