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올바른 손씻기와 사회적 거리두기 노력이 무색하게도 벌써 세계 확진자만 94만명을 향해 간다. 이에 세계 정부는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기 위해 마스크에 눈을 돌린다.

1일(현지시각)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WHO는 지역사회 차원에서 코로나19 전파를 통제하기 위해 더 많은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을 계속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마스크는 다른 보호 조치와 결합할 때 (전염 방지)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서양 국가들도 마스크 착용이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는 지 살피고는 이를 의무화하는 쪽으로 정책을 선회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당초 의료진을 제외한 일반인은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쉽사리 진압되지 않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픽사베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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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착용 여부로 인종 가리던 서양 국가

그간 미국과 유럽 등 서양 국가는 마스크의 중요성을 간과했다. 일반인이 마스크를 착용해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다는 증거가 없다며 올바른 손씻기와 사회적 거리두기에 집중하라고 권고한 세계보건당국(WHO)의 권고 때문이다. 특히 북미에서는 마스크가 ‘동양인이나 쓰는 보호장비’라는 인종차별적 인식이 퍼지면서 마스크에 거부감이 배로 늘어났다.

서양 국가들의 인식은 이제서야 달라진다. 자국 내 감염자와 사망자가 폭증하면서다. 이에 각국 정부는 무증상 감염 가능성을 두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쪽으로 정책을 선회한다.

확진자만 22만명 가까이 발생한 미국은 현재 일반인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지침을 검토 중이다.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등 외신에 따르면 로버트 레드필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디렉터는 "당국은 일반인에게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권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을 모두 놓고 공격적인 태세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에서는 이미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했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 갈 때는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며 "비록 마스크 착용이 우리 문화는 아니지만, 감염병 확산을 줄이기 위해선 이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는 오스트리아보다 이틀 앞선 3월 30일 트위터를 통해 "미국도 체코 방식으로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다"며 "단순한 천 마스크를 쓰는 것만으로도 바이러스 확산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도 마찬가지다. 독일 정부는 최근 브리핑 자리에서 "마스크 사용은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출구다"라며 현재 동부에 위치한 튀링겐주(州) 도시 예나를 시작으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독일 정부는 공공장소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마스크는 ‘갑옷’…사스 때 감염 위험성 70% 낮춰

해외 바이러스 전문가들은 그간 마스크를 ‘감염 차단 일등공신’이라며 치켜 세웠다. 실제 세계 보건·의료 분야 데이터베이스 ‘코크란 리뷰’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 패밀리인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병 당시 마스크를 꾸준히 착용했을 때 감염 위험성이 70% 가량 감소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스콧 고틀립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총재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모두의 이익을 위해서는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장려해야 한다"며 "마스크는 외출 시 보호막이다"라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않는 것을 두고 ‘큰 실수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지 가오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소장은 미국 과학진흥회에서 발간하는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 "미국과 유럽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는데, 이는 크나큰 실수다"라며 "마스크 착용은 무증상 포함 모든 감염자들로부터 일반인이 감염되는 위험성을 대폭 낮춰준다"고 설명했다. 결국 감염자던 비감염자던 모두가 사용해야만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30일(현지시각) "그간 건강한 일반인들의 마스크 착용에 무용론 등을 주장하던 일부 과학자들도 마스크 착용을 통해 코로나19 전파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하기 시작했다"며 "마스크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을 끝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