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진의 ICT 확대경] '온라인 개학'을 미래 교육 환경 준비 기회로 삼기를

  •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입력 2020.04.03 06:00

    교육부가 코로나19 기세가 꺽이지 않자 ‘온라인 개학’이라는 고육지책을 내놨다. 확진자가 일 100명 안팎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멈추기 부담스러운 방역 당국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사실 온라인개학은 방역 당국의 요청 말고도 학부모들의 엇갈린 요구, 학사 일정의 제약, 집단 감염 위험, 정치적인 눈치보기 사이에서 나온 어정쩡한 결정으로 보인다. 온라인교육을 전반적으로 시행한 적이 없다.관련 연구개발은 물론이고 본격적인 예산을 투입해 본 적도 없다. 이런 상태에서 일괄적으로 시작하겠다고 하니 과감한 건지, 무모한 건지 이해하기 힘들다.

    온라인교육은 결코 임시방편이 아니다. 여러모로 강점을 가진 새 교육 방식이다. 다만 많은 준비와 투자를 필요로 한다.

    이제 정년 1년 앞 둔 한 대학교수 얘기다. 요즘 하루 네 시간을 잔다고 한다. 두 과목을 영상수업으로 한다. 자료를 세팅하고, 피드백하고, 질문을 처리하고, 본부에 신고하느라 종전보다 시간이 서너 배는 걸린다. 본인도 서투르다보니 끊임없이 연습하면서 적응한다.

    그는 입학식도 없이 온라인으로 만난 신입생들을 보면 ‘짠하다’고 했다. 학생이 여럿인 집안이나 애플리케이션(앱)이 실행 안 되는 학생들이 안쓰럽기도 하다. 컴퓨터를 사줄 수는 없고, 본인도 부족한 몇 가지 장비들을 준비하는 중이라 했다.

    그런가 하면 얼마 전 정년을 맞은 교수는 이 상황에서 벗어난 것이 감사하다며 농담을 하기도 한다. 대학이 이 정도라면 초중고 현장에서 벌어질 아수라장은 안 봐도 뻔하다.

    온라인교육을 위해 고려하고 준비할 사항이 너무 많다. 교육 당국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준비를 빨리 시작해야 한다. 보통 교육의 관점에서 무엇보다도 우선 소외계층, 소외지역, 장애아 등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인터넷강국이라고 하지만 초고속 인터넷이 연결 안 되는 산악, 해안, 도서 지역과 가정이 아직도 많다. 인프라 부족으로 클라우드나 영상회의를 원활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공공기관도 아직 많다는 현실을 알아야 한다. 이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우선 인프라의 점검과 투자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국가가 제공할 온라인교육 플랫폼과 기본이 될 공통의 교육 컨텐츠를 제공해야 한다. 이 기반 위에 교사, 교수 개개인이 추가로 온라인교육 자료를 개발할 스튜디오 등의 시설도 갖춰야 한다. 특히 실험 및 기자재를 이용한 수업이 가능하도록 세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교육은 입으로만 이루어지는게 아니다.

    교수, 교사, 그리고 학생이 활용할 디바이스와 필요한 소프트웨어 및 앱을 정하고 준비하는 일 또한 만만찮다. 경제력이 있어 이미 이를 갖춘 경우를 상정했다면 교육행정 당국은 큰 비난을 면치 못 할 것이다. 경제력이 없거나 자녀가 여럿이거나 장비가 낡은 경우, 특히 장애가 있는 경우를 대비한 특수 장비들을 어떻게 준비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하는 사람(교수, 교사)의 준비이다. 적절한 훈련을 받고 온라인교재를 준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비율이 얼마나 될 것인지 가늠할 수 조차 없다. 개개인의 준비와 능력에 따라 온라인으로 교육을 시행하라고 교육당국이 일방적으로 발표만 한 것이라면 너무 무책임한 일이다.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 지금이라도 철저한 계획과 준비를 해야 한다.

    전체 교육을 온라인으로 한다는 것은 엄청난 투자를 수반하는 일이다. 재난지원 대상인지 아닌지도 애매해 대상을 정하느라고 혼란을 야기할 바에야 차라리 온라인 교육을 위한 인프라, 플랫폼, 컨텐츠, 소프트웨어 및 앱, 온라인교육 기자재, 단말 등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면 미래 대비라도 될 것이다.

    온라인교육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교육을 할 수 있기에 효율적이다. 많은 사회 교육과 사이버대학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교육을 할 수 있는 이유이다.

    또 교육 격차를 해소할 좋은 수단이기도 하다. 세계은행과 UN같은 국제기구가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 방식으로 온라인을 연구하고 확대하는 이유이다. 좋은 교육장소와 능력있는 교사 확보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유효한 수단으로 검토한다. 우리나라도 산간벽지 학교가 비효율적이라고 통폐합 만 할 것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소수를 대상으로 교육 질을 높일 수 있는 대체보완 수단을 개발하여야 한다.

    최근에는 물리적으로 제한된 교육장소 한계를 넘고, 교육의 질과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온라인 교육을 시행하기도한다.. 가장 혁신적인 온라인교육 모델로 미네르바 대학을 들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본교를 둔 이 대학은 2012년에 설립됐다. 8년 밖에 안 됐는데 경쟁률이 100대 1로 하바드대학보다 입학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처음 1년은 샌프란시스코 메인 캠퍼스에서, 나머지 3년은 서울을 비롯한 세계 6대 도시에서 숙식하며 모두 온라인으로 교육한다.‘액티브러닝포럼’이라는 비디오 채팅이 미네르바의 교실이다.

    입학사정부터 교육 전 과정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진다. 온라인으로 토론하고 녹화되고 재생해 다시 볼 수 있으며 교수들은 피드백을 한다. 수업료, 숙식, 서비스 다 포함 연간 3만 달러 이하로 비용도 저렴한 편이다. 학생의 82%가 장학금을 받는다. 다양성과 창의성을 높이는 교육으로 평가를 받는다.

    코로나19 사태로 얼떨결에 ‘온라인 개학’을 맞이했다. 준비없이 시작했지만 이제라도 미래 온라인교육 환경을 준비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교육 현장의 혼란도 나중에 돌이켜보면 수업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는 KT 사장을 지냈으며 40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김홍진의 IT 확대경’ 칼럼으로 그의 독특한 시각과 IT 전문지식을 통해 세상읽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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