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조항·갑질…잡음 끊이지 않는 트위치 코리아, 2년째 '묵묵부답'

입력 2020.04.09 06:00

스트리머 ‘뜨뜨뜨뜨·릴카’ 영구정지 사건으로 트위치코리아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구설수에 오른지 2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달라진 게 없다. 회사측의 명확한 해명이 없다보니 감정의 골만 더 파인다. 급기야 정부가 개입할 움직임도 있다.

트위치는 세계적인 게임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이다. 게임 분야 유튜브라고 보면 된다. 뜨뜨뜨뜨와 릴카라는 두 한국인 스트리머는 2017년 12월까지 트위치에서 방송을 진행했다. 그런데 2018년 1월 1일 트위치로부터 시청자 수 조작 프로그램 ‘뷰봇’을 사용했다는 통보를 받고 돌연 계정을 영구 정지당했다. 사전 경고도 없었다.

. / 편집=오시영 기자
뜨뜨뜨뜨와 릴카는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줄곧 억울함을 호소하고, 수 차례 유튜브에서 직접 수집한 카카오톡 대화, 트위치 본사와 대화 내용 등을 근거로 다수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트위치 코리아가 사건 초기 ‘본사에 문의해보라’는 대답을 내놓았을 뿐, 지금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런 논란은 플랫폼 측에도 유리할 것이 없다. 스트리머나 시청자의 신뢰가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국산 플랫폼은 2016년 스트리머와 한 차례 대립한 이후 다수의 스트리머가 타 플랫폼으로 옮기겠다고 선언해 논란의 중심에 선 적이 있다. 도대체 두 스트리머와 트위치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소명 기회 없이 계정 정지…공정위 "불공정 조항 수정 마무리 단계"

확실한 것은 두 스트리머가 소명할 기회를 전혀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릴카, 뜨뜨뜨뜨는 뷰봇을 사용하지 않았다며 한결같이 억울함을 주장하는데도 별도의 경고 없이 곧바로 영구 정지 처분을 받았다.

뷰봇은 트위치 계정을 다수 만들어 실시간 시청자 수를 조작하는 프로그램이다. 스트리밍 방송에서 시청자 수는 해당 채널이 얼마나 영향력을 지녔는가를 판단하는 척도처럼 쓰인다. 실제로 180차례 총 6600만원 쯤을 받은 대가로 꾸준히 방송 시청자 수를 조작했던 A씨(만 23세)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돼 2019년 11월에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는 사례도 있다.

그런데 뷰봇은 스트리머 본인이 아니라 제 3자가 음해할 목적으로 악의적으로 쓰일 수도 있다.스트리머 역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두 스트리머는 2018년 한 차례 트위치 본사에 중재를 신청했다. 하지만 트위치 본사는 오히려 이들이 선임한 로펌 변호사에게 ‘중재한다면 남소(濫訴, 소송 남용)로 맞고소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트위치 약관 중 일부. / 트위치 홈페이지 갈무리
트위치 측은 약관을 들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약관은 ‘몇몇 사례에 더해 사측이 합리적이라 생각할 때 재량에 따라 언제든지 통지 없이 사용자의 트위치 서비스 이용에 대한 라이선스를 종료하고, 사용자 추후 서비스 접근을 차단하거나 금지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했다. 트위치는 스트리머가 이 약관을 받아들였으니 임의로 계정을 해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약관만 놓고 보면 트위치의 계정 삭제 조치가 별다른 흠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한국법인인 트위치코리아의 일처리다. 두 스트리머는 트위치코리아가 친소관계에 따라 일처리를 한 탓에 자신들이 억울하게 제재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소명 기회마저 박탈됐다고 주장했다.

갑질·편애 의혹, 소통 채널 부족…트위치 코리아 운영 방식 논란
스트리머 ‘릴카’가 3일 유튜브에 게시한 ‘트위치 코리아의 갑질과 내부고발자의 폭로로 드러난 영구정지 사건의 전말’ 영상. / 릴카 유튜브 채널
뜨뜨뜨뜨와 릴카는 그 장본인으로 前 트위치 운영자 A씨를 지목했다. A씨가 당시 약혼자(현 배우자.1월 결혼)인 스트리머 B씨를 밀어주기 위해 경쟁자로 꼽히던 자신들을 무리하게 축출했다고 주장했다. 두 스트리머는 "실제로 영구 정지를 집행한 것은 본사가 아닌 A씨이며, 본사 방침은 뷰봇 사용 혐의를 받는 스트리머가 고의로 시청자 수를 조작한 것인지 우선 알아보는 것인데 이를 어기고 임의로 계정 정지 처분을 했다"고 입을 모아 주장한다.

이들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A씨는 평소에도 2016년 트위치에서 방송을 시작한 B씨에 대한 호감을 표현했다. 이에 더해 B씨의 평균 시청자가 74명이던 시절 평균 시청자 수 5000명에 달하던 스트리머로 하여금 시청자를 보내는 기능인 ‘호스팅’을 활용해 B씨를 돕도록 종용한 정황도 있다. 릴카는 3일 공개한 영상에서 한 내부 고발자의 입을 빌려 ‘스트리머 B씨가 트위치와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뷰봇 사용 의혹을 제기한 장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릴카에 따르면 트위치코리아에는 공식 항의 창구가 없어 국내 운영자와 개인적으로 연락해야 한다. 이 탓에 운영자와 친한 스트리머는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적절한 보호를 받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릴카의 주장에 따르면 A씨는 뜨뜨뜨뜨에게 연락처를 주는 것조차 거부했지만, 친한 스트리머와에겐 문제 해결 방법을 알려주거나 사건 진행 상황을 공유했다. 다른 스트리머에게 릴카, 뜨뜨뜨뜨 등 특정인을 욕하기도 했다. 릴카는 "트위치코리아 운영자로부터 ‘유일한 연락처’라고 소개 받아 보낸 메일에 아직도 답장이 오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런 주장에 트위치코리아는 ‘묵묵부답’이다. 트위치코리아 측은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A씨는 2018년 트위치를 퇴사했다. B씨는 스트리머를 그만 둔 상태다.

IT조선은 트위치코리아 입장을 듣기 위해 대표 전화번호로 여러 번 전화를 걸었고, 소셜미디어로 A씨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前 홍보대행사와 트위치는 계약이 얼마 전 해지됐다. 강남구 트위치코리아 사무실을 방문하려 했으나, 현재 재택근무 중이다.

온라인 스트리밍 방송 소프트웨어 회사인 스트림엘리먼트에 따르면, 트위치는 2019년 상반기 스트리밍 방송 시청 시간의 72.2%를 차지한다. 독점적 지위를 누린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런 거대 플랫폼에서 각종 의혹에 해명을 하지 않는 탓에 스트리머와 시청자들 사이에 의혹만 커지는 상황이다.

플랫폼업체와 개인 스트리머간의 싸움이 지속되면서 이제 약관을 둘러싼 문제로 번진다. 정부가 곧 개입할 전망이다. 공정위는 한 차례 논란이 일었던 2019년 6월 약관 불공정 조항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트위치 불공정 계약 조항 사안은 마무리 단계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두 스트리머의 중재를 맡았던 김익태 법무법인도담 미국변호사는 "두 스트리머가 아직 사회 경험이 적고, 개인 신분이고, 비용도 만만치 않아 모기업 ‘아마존’을 업은 트위치와 맞서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며 "가장 최근 방송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지만 두 스트리머가 과거에 증거를 수집해 공개한 영상은 대부분 사실에 입각했다"라고 말했다.

정용수 한국소비자협회 소비자연구원장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본적으로 계약할 때 약관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계약을 할 때 한 쪽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항이 포함됐다면 공정거래위원회에 약관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뜨뜨뜨뜨, 릴카는 트위치코리아에 거듭 해명을 촉구하는 한편, 차라리 자신들을 고소하라며 ‘링 위로 올라오라’는 입장을 밝혔다. 트위치코리아는 입을 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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