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안 업계 ‘쪼개기 전략’이 두드러진다. 이들은 차세대 보안 사업 분야에 적극 뛰어들고자 사내 특정 사업 조직을 분사, 법인으로 독립한다. 기술 전문성과 조직 유연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고 사업 도전에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실제 이같은 분사 전략이 여러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어 업계 이목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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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보호·모빌리티 등 新 사업 성공 목표

10일 보안 업계에 따르면 소프트웨어(SW) 기업 지란지교소프트는 4월 1일 개인정보보호 사업에 주력하던 개인정보보호센터 사업부를 ‘지란지교데이터’로 분사했다. 지란지교소프트가 지분 100%를 보유하는 물적 분할 방식이다.

지란지교소프트 모회사인 지란지교의 오치영 CDO(Chief Dream Officer)는 "이번 분할은 지란지교의 철학과 문화를 그대로 유지하되 자회사가 각자 특기를 살려 독립성을 갖고 사업에만 집중할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라고 분사 배경을 설명했다.

지란지교는 1994년 지란지교소프트로 시작해 보안 솔루션 기업 지란지교시큐리티와 스마트 스쿨 플랫폼 기업 지란지교컴즈를 잇따라 분할하며 사업 영역을 넓힌 선례가 있다. 지란지교데이터는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해 리얼 프라이버시 케어(Real Privacy Care)를 지향하고자 분사한 경우다.

앞서 정보보안 기업 펜타시큐리티는 2019년 8월 자동차 보안 사업부을 분사해 ‘아우토크립트'를 세웠다. 2007년부터 해당 분야 기술 개발에 뛰어든 지 12년만에 새로운 도전에 나선 사례다. 모빌리티 보안 산업의 가능성을 엿봤기 때문이다.

김의석 아우토크립트 대표는 "미래차(모빌리티) 보안은 사물인터넷(IoT) 보안 중에서도 인간 생명과 직결되기에 중요성이 높다"며 "미래차 보안 시장이 급변하는 만큼 사업 진행에서 유연성을 높여야 했기에 분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보보안 기업 파수도 2018년 5월 자사 애플리케이션 보안 사업본부를 별도 독립 법인인 ‘스패로우'로 분사했다. 회사가 보유한 사업 전문성을 높이면서 경영 효율을 극대화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추진하기 위해서였다. 파수 역시 1999년 IT 서비스 기업인 삼성SDS 사내 벤처포트로 출발해 2000년 분사한 곳이다.

분사 전략, 유의미한 성과 들려…글로벌 시장에서 활약

보안 업계의 이같은 쪼개기 전략이 시장에서 여러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 스패로우는 분사한 지 2년 만에 한국 정적분석 도구 시장 1위에 올라섰다.

올해는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소식이 들린다. 스패로우는 3월 31일 글로벌 통신장비 기업인 화웨이에 시큐어코딩 도구를 공급해 자사 최대 해외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큐어코딩은 SW 소스 코드의 보안 취약점을 개발 초기 단계에서 분석하는 기술이다. 그밖에 일본 시장에서도 연간 라이선스 형태로 서비스를 내놓은 상태다.

장일수 스패로우 대표는 "해외 시장에서 연간 라이선스 판매 비중을 높여 고객 확보와 매출 증대가 가능했다"며 "올해는 중국과 일본뿐 아니라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아시아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우토크립트도 분사 후 사업 성과를 얻고 있다. 4월 7일에는 세계 최대 자동차 기술 콘퍼런스가 주관하는 ‘TU-오토모티브 어워즈(Automotive Awards)’에서 올해의 자동차 기술 기업 최종 후보에 선정됐다. 또 다른 후보 기업은 퀄컴이다. 결과는 8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발표된다.

아우토크립트는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등 다양한 모빌리티 환경에서의 보안 기술력과 경험을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은 것이다"라며 "세계 자동차의 49%가 생산되는 아시아 지역에서 유일한 자동차 보안 회사로서 경쟁에 나선 만큼 한국 자동차 기술 위상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지란지교데이터는 해외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 민감 개인정보보호 솔루션과 유해물 차단 SW 등의 제품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민감정보 보호 교육과 법률·비즈니스 컨설팅 등 유관 사업에도 뛰어든다. 영상 콘텐츠 저작권 보호와 비정형 데이터 보호 사업도 함께다.

조원희 지란지교데이터 대표는 "그간 개인정보보호 솔루션이나 서비스가 고유식별정보와 데이터 보호 활동에만 치우쳐 있었다"며 "지란지교데이터는 기존 활동을 포함하면서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개인의 사생활 보호 영역으로 진출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