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이내로 짧게 구성한 영상 ‘숏폼(Short form)’에 세계 콘텐츠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미국에서 숏폼을 앞세운 스트리밍 서비스 ‘퀴비(Quibi)’가 서비스 개시 전 2조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업고 당당하게 출범해 주목을 받았다. 퀴비는 8일(현지시각) 서비스 첫날 30만건 이상의 콘텐츠 다운로드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 / 로이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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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언어 장벽으로 인해 방탄소년단의 음악과 관련 콘텐츠를 즐기는 데 어려움을 겪는 글로벌 팬들이 쉽고 재미있게 한국어를 학습할 수 있도록 기획 된 숏폼 콘텐츠 ‘런 코리안 위드 BTS'를 최근 선보였다.

숏폼 콘텐츠는 국내에서 카카오M을 중심으로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투자사 앵커에퀴티파트너스로부터 21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진짜 사나이’의 김민종 PD,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문상돈 PD,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박진경 PD 등 인기 제작자를 영입해 숏폼 독점작 제작에 나섰다.

숏폼 콘텐츠 시장은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등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기존 OTT 시장과 달리 절대 강자가 없어 기회의 땅으로 평가받는다. 방송과 OTT 콘텐츠가 TV에 최적화된 것과 달리 숏폼은 모바일에 최적화돼 있기 때문이다.

기존 숏폼 영상이 재미와 완성도 면에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한 가운데, 고품질 콘텐츠를 지향하는 퀴비의 과감한 행보와 국내 스타PD들의 숏폼 콘텐츠에 대한 도전은 관전자인 시청자는 물론이고, 콘텐츠 업계 종사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국내 콘텐츠 업계는 숏폼 콘텐츠 시장이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시각이다. 이제 막 적극적인 투자와 제작자 투입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카카오M 한 관계자는 "스타 PD가 합류한 것이 3월말부터다. 독점 숏폼 콘텐츠는 하반기 등장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숏폼 콘텐츠 시장은 이제 막 열린 시장이다"며 "스마트폰의 폭발적인 보급으로 콘텐츠를 5060세대 마저 모바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등 시장환경은 조성됐다고 본다. 지금부터는 시청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고품질에 차별화된 숏폼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국내 콘텐츠 업계 한 관계자는 "숏폼 시장 활성화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디지털 세상에 국경이 없는 만큼 숏폼 콘텐츠는 글로벌 시장이 하나의 마켓으로 돌아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품질 콘텐츠는 숏폼 플랫폼 운영에 필수 전략으로 손꼽힌다. 무료 영상이 난무하는 디지털 세상에서 틱톡과 유튜브와 승부해 승기를 거머쥐기 위해서는 스타 감독과 PD 영입이 시청자를 잡는 미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도 퀴비가 제시한 월 5달러(6000원)의 이용료에 대한 정당성을 재미난 고품질 콘텐츠에서 찾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퀴비는 CES 2020 기조연설을 통해 독점 고품질 숏폼 콘텐츠 175개를 필두로 총 8500여개 영상을 서비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SF거장 스티븐 스틸버그 등 스타 감독도 끌어들였다.

카카오M 등 국내 제작사가 만든 숏폼 콘텐츠도 해외 플랫폼 진출 가능성이 높다. 숏폼 콘텐츠 소비가 확대되면 넷플릭스, 디즈니+ 등 기존 OTT에서도 유통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콘텐츠 업계 관계자들은 OTT의 치열한 경쟁과 숏폼 콘텐츠의 대두로 ‘시장이 격변의 시대에 도래했다"고 입을 모은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