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비티는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은 게임 개발사다. 그라비티가 2002년 처음 선보인 PC게임 ‘라그나로크’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국내·외에서 꾸준히 사랑을 받았다. 김진환 그라비티 비즈니스디비전 사업총괄이사는 "우리는 퍼블리셔이자 개발사지만, 앞으로 개발에 다시 무게를 둬 궁극적으로는 ‘개발 잘하는 게임 개발사’로 확실하게 자리 잡고 싶다"고 말했다. IT조선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김 이사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스타 2019 행사에 참여한 김진환 그라비티 이사의 모습. / 오시영 기자
지스타 2019 행사에 참여한 김진환 그라비티 이사의 모습. / 오시영 기자
20년간 꾸준히 성장한 그라비티…비결은 인재 관리

김 이사는 지난 20년 동안 그라비티가 꾸준히 성장해 ‘우상향하는 그래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20년간 게임 사업을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로 ‘사람’을 뽑았다. 뛰어난 인재를 관리한다는 점이 그라비티의 IP 파워 등과 맞물려 2016년부터 4년 연속 흑자 및 매출 상승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김 이사는 "사업 도중 어려운 시기도 있었으나, 좋은 인재를 영입·육성해서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품질을 개선하며 이를 이겨냈다"며 "회사는 핵심 인재가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일과 삶의 균형’을 챙기거나 ‘편안한 근무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게 배려한다"고 말했다. 그라비티는 전체 직원이 직급 대신 '님' 호칭을 사용한다. 유연 근무제, 퇴근 시간을 앞당기고 자리를 정돈하는 행사 ‘클린데이’, 출퇴근 버스 등 복지제도를 운영한다.

또한 "향후 20년에는 빠르게 변화하는 게임 플랫폼에 맞추면서 게임 서비스를 계속할 것으로 본다"며 "그라비티의 간판 지식재산권(IP) 라그나로크를 다양한 플랫폼에 선보여 브랜드 파워를 확장하고, 라그나로크에 버금가는 새 IP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년이나 사업을 이어온 탓에, 2000년대 초 그라비티 게임을 즐기던 이용자는 어느새 나이가 들었다. 그라비티는 게임을 개발할 때 이미 라그나로크 IP를 잘 아는 이용자를 위해서는 해당 IP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아직 라그나로크에 익숙하지 않은 새 이용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다양한 국내외 게임 박람회에 참여하거나 라그나로크 음악회를 개최하는 등 브랜딩에 힘쓴다.

2019년 9월 대만에서 진행한 라그나로크 온라인 게임 음악 콘서트. / 그라비티 제공
2019년 9월 대만에서 진행한 라그나로크 온라인 게임 음악 콘서트. / 그라비티 제공
김 이사는 "우리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가 만족하고 즐기는 모습을 보면 게임 사업을 하는 보람을 느낀다"며 "실제로 출퇴근 길에 그라비티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를 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뿌듯하다"고 말했다.

경쟁으로 게임 사업 어려워…‘재미’라는 가치에 집중

김 이사는 한국 시장에서 게임 사업을 진행할 때 가장 어려운 점으로 ‘치열한 시장 경쟁’을 꼽았다.

그는 "게임 시장을 활성화하려면 과거 PC 온라인게임 전성기 때처럼 회사, 개발자, 소비자 각 주체가 서로 긍정적인 시너지를 내는 토대를 갖춰야 할 것으로 본다"며 "특히 신생 개발사나 인디 개발자가 시장에 발 붙여 시장을 다양화 할 수 있도록 선도 기업과 정부가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한국 시장에 중국 게임이 물밀 듯이 들어오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김 이사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재미’라는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개발사와 한국 개발 인력의 차이는 '규모'에서 나온다. 중국은 인력이 많아 게임 개발 속도가 매우 빠르다"며 "하지만 한국은 기획력이 좋다. 이용자가 어떤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는지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강점이 있으므로 이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한 "경우에 따라 라이벌을 파트너로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며 "무조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라이벌이었던 회사와 손잡고 협업해 시장을 확장하고 IP 파워도 키우며 ‘윈윈’하는 관계로 만드는 전략도 있다"고 말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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