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강모씨(41)는 2009년식 크루즈 오너다. 아내와 29개월 된 딸을 태우는 건 괜찮지만, 가끔 뒷좌석에 타는 부모님이 좁은 공간 때문에 불편했던 모습이 마음에 걸린다. 그는 최근 11인승 타다 카니발 차량이 중고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카니발은 부모님과 아내, 딸을 모두 태워도 공간이 넉넉하다는 장점이 있다. 구입을 권유하는 아내와 달리 강씨는 고뇌에 빠졌다. 연식 대비 주행거리가 상상 이상으로 길어서다. 구매 시기가 적절한지, 적정가격이 얼마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승합차 호출서비스 타다에 쓰인 카니발이 중고차 매물로 속속 나오고 있다. 3월 29일 IT조선 단독보도 이후 카니발을 택시처럼 편하게 이용한 고객은 물론 가족 전용 차량을 저렴하게 장만하길 원하는 소비자 관심이 뜨겁다.

앞서 타다 운영사인 VCNC는 10일을 끝으로 베이직 서비스를 무기한 중단했다. 11일부터는 타다 로고를 붙이고 영업 중인 흰색 카니발의 모습을 볼 수 없다.

경매에서 낙찰 받은 타다 카니발 중고차량. / 행복한자동차 김과장 제공
경매에서 낙찰 받은 타다 카니발 중고차량. / 행복한자동차 김과장 제공
11일 중고차 업계에 따르면 중고차 매매 업체들이 경매로 낙찰받은 가격은 최저 1500만원대부터 최고 1700만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컨디션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 고객 판매용 타다 카니발은 1800만~2000만원 수준의 시세를 형성 중이다.

SNS와 커뮤니티 등에서 고객 반응은 싸늘하다. 대량의 매물이 나왔고, 주행거리도 10만㎞ 내외로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택시 부활차’로 분류되는 만큼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11인승 이상 승합차 규정상 최고 속도 110㎞ 제한이 걸린 것도 치명적 단점이다. 일부 고객은 출고가(3400만원) 기준 반토막 아래인 1500만원대가 적정하다는 견해를 내놓는다.

중고차 업체들의 생각은 다르다. 영업용으로 사용한 만큼 오히려 더 자주 관리하고 점검한 차량이며 오토 슬라이딩 기능과 전동 시트, 룸미러 하이패스 옵션까지 장착해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다.

중고차 딜러 ‘행복한자동차 김과장’의 김용석 부장은 최근 경매에서 타다 카니발 6대를 낙찰 받았다. 그는 타다 카니발 물량이 늘더라도 시세가 1800만원 내외에서 크게 변동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김용석 부장은 "11인승 카니발 중고 렌트카 가격이 2000만원에 조금 못 미치는 시세임을 감안하면 타다 카니발은 1800만원이 적정 수준이라고 본다"며 "애초 매매업자가 낙찰 받는 가격이 1600만원 이상이고 명의 이전 등 부대비용이 발생하는데 1500만원대로 가격이 떨어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고차 매매 시장은 타다 매물이 한꺼번에 풀려 시세가 큰폭으로 낮아질 것이란 소비자의 기대 심리와 다르게 움직인다. 타다가 카니발 가격이 급락하지 않도록 매주 적정 대수만 경매장에 출품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타다 매물을 한꺼번에 경매에 넘기는 대행업체가 매주 150대가량을 처리해주고 수수료를 받고 있다. 현재 300대 정도를 경매장에 출품한 것으로 안다"며 "물량 조절의 이유도 있지만 차량 각각의 정비·검사 등 행정 절차도 고려한 것"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타다가 경매에 내놓는 물량은 1400대 전량이 아닌 1000대가량"이라며 "나머지는 쏘카에서 활용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귀띔했다.

타다 카니발 매물에 대한 고객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거래 시 주의를 요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실상 택시처럼 운행해왔기 때문에 일반 중고차처럼 주행거리로 단순히 차량 컨디션을 판단하기 어려워서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타다의 차량 유지·관리 매뉴얼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며 "겉보기엔 멀쩡해 보여도 차량 관리 상태는 천차만별일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