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환 변호사의 IT on IP] EU 온라인 플랫폼 규칙과 배달의민족 수수료 사태

  •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
    입력 2020.04.15 06:00

    과거 물건을 사거나 팔려는 사람은 정기적으로 열리는 ‘시장’에 나가 판매자를 찾고 소비자를 찾았다. 이런 소비환경은 온라인 시대에 맞춰 변화했다. 이제는 과거 시장 역할을 민간의 ‘온라인 플랫폼’이 한다. 판매자는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해 소비자와 거래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최근 배달의민족 수수료 사태에서 볼 수 있듯,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입점한 업체들의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졌다. 이에 따라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P2B) 사이의 불공정 논란이 제기된다. 특히 입점업체 대다수가 중소기업이고 온라인 플랫폼이 거대기업화 되면서 남의 플랫폼에 입점이라는 구조적 쏠림에다 부(富)라는 경제적 쏠림까지 겹치면서 불공정 논란은 사회문제로 부각된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만 불거진 문제는 아니다. 세계가 공통적으로 겪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 정부는 다양한 시도를 한다. 이 중 배달의민족 수수료 사태로 민낯을 드러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사이의 불공정 논란을 풀어가는 데 하나의 해결책으로 참고할 만한 곳은 유럽이다.

    유럽연합(EU) 정책결정기구인 이사회와 입법부인 의회는 2019년 2월 온라인 플랫폼 규칙(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공정성 및 투명성 강화를 위한 2019년 EU 이사회 규칙)을 발표했다. 세계 최초의 온라인 플랫폼 입법례다.

    EU 온라인 플랫폼 규칙은 불공정 논란을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성과 불투명성으로 접근한다. 구체적으로 8개 사항으로 정리했다.

    첫째, 계약조건 등이 포함된 약관의 임의적 변경이다. 약관 변경은 허용되지만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는 최소 15일 이전에 고지해야 한다. 이를 어긴 경우 해당 약관조항은 무효다.

    둘째, 임의적인 상품공급의 제한·유보·중단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는 상품공급 제한·유보·중단 사유를 반드시 약관에 기재해야 한다. 제한·유보·중단 결정시 그 사유를 입점업체에 명확하게 고지하고 입점업체가 그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셋째, 임의적인 온라인 플랫폼 노출 순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는 상품 등 우선순위 결정 변수를 약관에 명시해야 한다. 특정 업체의 경제적 대가 지급이 노출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이를 약관에 명시해야 한다. 다만 노출 알고리즘 자체를 공개할 필요는 없다.

    넷째, 임의적인 부가 상품 제공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플랫폼 이용서비스 외에 부가 상품 등을 제공하는 경우 반드시 약관에 명시해야 한다.

    다섯째, 특정 입점업체의 차별적 대우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특정 입점업체를 차별대우하는 경우, 약관에 그 근거가 되는 주요 경제·상업·법적 고려사항을 기재해야 한다.

    여섯째, 불리한 약관조항의 소급적용과 입점업체의 계약해지 금지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는 불리한 약관사항을 입점업체에 소급적용해서는 안된다. 입점업체의 계약해지권에 관한 사항은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일곱째, 입점업체의 정보 접근을 막는 행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는 입접업체의 거래정보나 소비자의 개인정보 등의 접근권한을 약관에 명시해야 한다.

    여덟째, 입점업체가 다른 유통경로보다 더 싸게 온라인 플랫폼에 상품을 공급해야 하는 의무다. 이른바 MFC(Most-Favored-Consumer Clase) 조항이다. 이런 의무를 부과하는 건 허용되나 반드시 약관에 그 근거가 되는 경제·상업·법적 고려사항을 기재해야 한다.

    EU 온라인 플랫폼 규칙 특징은 실체적인 해결 방법보다는 절차적이고 계약적인 해결 방법을 제시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문제되는 수수료 인상폭의 실질적인 해결책은 제시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고려해 향후 우리나라에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정책이나 규제가 나온다면 EU 온라인 플랫폼 규칙보다는 보다 더 실체적이고 강행적인 해결 방법을 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는 서울대 전자공학과에서 학·석사를 했고, 조지워싱턴대 국제거래법연수를 마쳤습니다. 사법연수원 제36기를 수료하고, 국회사무처 사무관(법제직)과 남앤드남 국제특허법률사무소(특허출원, 특허소송, 민사소송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위원회 위원을 거쳤습니다. 현재는 방위산업기술보호위원회 위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개인정보보호 최고전문가과정 강의, 지식재산위원회 해외진출 중소기업 IP전략지원 특별전문위원회 전문위원, 한국인터넷진흥원 민원처리심사위원회 위원 등 다양한 분야에 조정 자문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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