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원의 오덕이야기] (119)건담 성공 발판만든 '잠보트3·다이탄3'

입력 2020.04.18 13:40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1977년작 ‘무적초인 잠보트3(無敵超人ザンボット3)’와 1978년작 ‘무적강인 다이탄3(無敵鋼人ダイターン3)’는 ‘기동전사 건담’시리즈로 유명한 선라이즈와 토미노 요시유키(富野由悠季) 감독이 탄생시킨 슈퍼로봇 작품이다.

무적초인 잠보트3 일러스트. / 선라이즈 제공
‘이노우에 코우이치’ 당시 선라이즈 기획실 실장에 따르면 두 무적로봇은 ‘콤바트라V’ 등 한 때 토에이(東映)와 함께 슈퍼로봇을 함께 제작했던 선라이즈가 ‘마징가Z' 같은 오리지널 로봇을 추구하는 과정 속에서 탄생됐다. 잠보트3란 이름에는 회사 이름인 ‘선라이즈'와 3대의 로봇이 합체한다는 의미가 녹아있다.

잠보트3는 ‘인간폭탄' 연출 등 잔혹한 표현과 권선징악을 깨부수는 등 로봇 애니메이션의 상식을 깨부순 작품으로도 평가받는다.

토미노 감독은 잠보트3에서 당시 애니메이션 업계에 만연한 ‘해피엔딩' 관행을 깨뜨리기 위해 외계인이 인간을 폭탄으로 만들어 인류를 몰살하고, 주인공을 제외한 대부분의 등장인물을 가차 없이 죽여버리는 등 충격적인 결말을 그렸다. 인간폭탄 등 토미노 감독의 잔혹한 표현은 이후 등장하는 ‘전설거신 이데온(伝説巨神イデオン)'에서 정점을 찍는다. 이후 감독에게는 ‘몰살의 토미노’란 별명이 붙게된다.

토미노 감독은 도쿄신문 등 현지 매체 인터뷰를 통해 "잠보트3 마지막편이 방송되고 난 다음 프로덕션, 광고사, 스폰서 담당자들의 얼굴이 새파래졌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잠보트3는 1970년대 어린이를 대상으로 만들던 로봇 애니메이션의 상식을 깨부쉈다는 의미다.

무적초인 잠보트3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잠보트3는 주인공 소년 ‘진 갓페이'가 지구를 침공한 정체모를 우주인 ‘가이족쿠'에 맞서 싸운다는 내용을 담았다. 갓페이등 진씨 일가는 가이족쿠에게 멸망한 비아르 행성의 생존자다. 주인공은 선조가 남긴 요새 ‘킹비알'과 거대 합체로봇 ‘잠보트3’로 가이족쿠에 대항한다.

하지만, 잠보트3와 적 로봇 메가부스트의 싸움으로 일본이 초토화되고 지구인은 외계인보다 잠보트3를 조종하는 진씨 일가를 두려워하게 된다. 지구인이 진씨 일가를 이해하게 될 무렵 가이조쿠는 인간을 폭탄으로 활용하는 전법으로 진 패밀리와 지구인을 공포와 절망으로 몰아붙인다.

주인공 갓페이는 가이족쿠와의 싸움을 통해 외계인의 실체가 가이족쿠 행성인이 아닌 컴퓨터 시스템과 사이보그라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는다. 주인공은 가족들의 목숨을 바친 특공작전으로 어렵게 지구로 살아돌아오지만, 그를 맏이한 것은 한때 진씨 일가를 저주했던 수많은 지구인이었다.

잠보트3의 과격하면서도 처참한 결말은 당시 애니메이션을 시청했던 시청자와 마니아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하지만 스폰서에 너무 휘둘리지 않고 감독 자신의 이야기와 연출을 풀어갔다는 점, 권선징악 탈피로 성인층을 로봇 애니메이션으로 포섭할 수 있었던 점은 기동전사 건담 등 이후 등장한 로봇 애니메이션 작품에 큰 영향을 줬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무적초인 잠보트3. / 유튜브 갈무리
상업적인 측면에서 잠보트3는 콘텐츠 판매에서 성공하고, 장난감 판매에서는 고전했다. 1977년 출시된 잠보트3 레이저디스크(LD) 박스는 오리콘 집계로만 7319개 판매되는 등 호조세를 보였다. 하지만 장난감은 당시 슈퍼카와 무선조종(RC) 자동차 붐으로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 당시 장난감 업계지 토이저널의 평가다.

무적초인 잠보트3 포스터. / 선라이즈 제공
참고로, 로봇 애니메이션에서 권선징악 스토리를 배제한 선구자는 나가하마 타다오(長浜忠夫) 감독이다. 그는 ‘콤바트라V’, ‘볼테스V’, ‘투장 다이모스' 등 나가하마 로망로봇 3부작을 통해 1970년대 중반까지 슈퍼로봇 애니메이션의 스토리 라인이던 권선징악에서 탈피해 적과 아군 캐릭터 속에 사랑과 갈등, 혈연과 숙명 등을 넣었다. 어른이 봐도 괜찮을 만큼의 깊이 있는 인간 드라마를 슈퍼로봇 애니메이션에 녹여냈다.

토미노 감독은 ‘용자 라이딘' 제작 당시 나가하마 감독 밑에서 일했다. 토미노 감독은 나가하마 로망로봇 시리즈 제작을 통해 ‘애니메이션 제작 기법'과 ‘감독의 자리에서 작품 전체를 컨트롤하는 법'을 배웠다고 밝힌 바 있다.

◇ 개그 요소로 전작의 어두운 분위기에서 환골탈태한 후속작 ‘다이탄3’

잠보트3의 후속작인 ‘무적강인 다이탄3(無敵鋼人ダイターン3)’는 전작 대비 개그와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부각시켜 처참하고 어둡기만했던 전작의 분위기에서 탈피한 것이 특징이다.

무적강인 다이탄3 DVD패키지 일러스트. / 아마존재팬 갈무리
다이탄3는 인류의 우주진출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란(破嵐創造) 박사가 화성 개척을 위해 사이보그 기술을 완성시키고, 실험과 연구를 위해 자신의 처와 아들을 사이보그로 만들고 만다. 하란 박사의 손에 의해 사람에서 사이보그로 다시 태어난 자들은 자신들이 인류보다 우수한 존재라며 폭주하고, 자신들을 ‘메가노이드'라 부르며 전인류를 대상으로 반란을 일으킨다.

하란 박사의 아들인 하란반죠(破嵐万丈)는 어머니와 형의 희생을 엎고 거대로봇 다이탄3에 대량의 금괴를 싣고 지구로 탈출한다. 주인공은 탈취한 금괴를 바탕으로 거점을 만들고 여주인공 산조 레이카 등 파트너들과 함께 메가노이드의 인류지배를 막기 위해 맞서 싸운다.

다이탄3 주인공. / 야후재팬 갈무리
다이탄3 애니메이션은 로봇 애니메이션의 고전적인 포맷인 1화완결 스타일을 취하면서도 40화에 걸친 전체 스토리를 이어나가는 구조를 채택했다. 애니메이션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오락성을 추구하면서도 진중한 내용을 풀어나갔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마지막화가 강한 여운을 남기는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애니메이션 업계는 다이탄3가 토미노 감독의 고심이 엿보이는 작품이라 평가한다. 개그 요소와 캐릭터 제작에 대한 감독의 후회, 급박하게 돌아가는 제작환경에서 그림 재사용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토미노 감독은 현지 매체 인터뷰 등을 통해 "개인적으로 점수를 매긴다면 80점에 가깝다"며 다이탄3 작품 완성도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무적강인 다이탄3 DVD 패키지 일러스트. / 아마존재팬 갈무리
다이탄3는 전작 대비 장난감 판매가 호조세를 보였다. 토이저널에 따르면 슈퍼카와 RC자동차 붐에서 로봇 장난감으로 돌아온 수요층을 업고 잠보트3 대비 150% 매출상승을 기록했다.

일본 애니메이션·장난감 업계는 잠보트3와 다이탄3의 상업적인 성공이 ‘기동전사 건담' 제작진에게 창작 자유도를 안겨줬다고 분석했다. 건담 장난감의 성공은 당시 스폰서였던 클로버의 사옥이 가건물에서 빌딩으로 바꾸는데 큰 역할을 했다.

◇ 마징가Z 대비 6.6배 더 큰 슈퍼로봇 ‘다이탄3’

잠보트3와 다이탄3는 ‘거대'라는 말이 어울릴만큼 다른 로봇에 비교해 크기가 크다. 잠보트3의 크기는 높이기준 60미터에 달한다. 마징가Z 크기가 18미터인 점을 고려하면 3배 더 큰 셈이다. 잠보트3는 무게는 700톤이며, 출력은 3000만마력에 달한다. 1977년 출간된 TV매거진 잡지에서는 무게 10만톤, 출력 10만마력으로 소개됐으나 이후 수정됐다.

무적강인 다이탄3 포스터. / 선라이즈 제공
다이탄3의 크기는 더 크다. 선라이즈에 따르면 다이탄3는 높이 기준 120미터, 무게 800톤, 출력 6000만 마력에 달한다. 마징가Z와 비교하면 6.6배, 잠보트3와 비교하면 2배나 더 큰 셈이다.

다이탄3는 어마어마한 크기에도 불구하고 ‘태양광 에너지'를 동력원으로 사용한다. 로봇은 ‘D알파(Dα)’라 불리는 철강 소재로 만들어졌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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