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지난 3월 신형 아이패드 프로와 함께 선보인 전용 ‘매직 키보드(Magic Keyboard)’가 실물이 공개됨과 동시에 구설에 올랐다. 5월 정식 판매에 앞서 실물을 먼저 받은 해외 주요 웹진 및 전문 리뷰어들이 대체로 부정적인 평을 내리면서 기대감이 혹평으로 바뀌고 있다.

아이패드 프로용 신형 ‘매직 키보드’는 발표 당시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독특한 2중 힌지(경첩) 구조에 맥북 프로 16인치 제품과 같은 신형 가위식 스위치를 채택했다. 아이패드용 키보드 최초로 맥북과 같은 트랙패드(터치패드)를 기본으로 탑재했다.

커뮤니티 등에서는 업데이트된 새로운 아이패드OS 13.4와 더불어 아이패드 프로를 진짜 맥북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실제 사용해 보니 트랙패드와 키보드의 성능 및 기능은 아이패드 프로를 맥북처럼 쓰기에 충분하다는 평이다.

2020년형 아이패드 프로와 전용 매직 키보드(왼쪽) / 애플
2020년형 아이패드 프로와 전용 매직 키보드(왼쪽) / 애플
하지만 ‘무게’가 공개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애플 관련 전문 웹진 나인투파이브오맥에 따르면 12.9인치 아이패드 프로용 매직 키보드의 무게는 무려 710g에 달한다. 기존 아이패드 프로용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407g)’는 물론, 본체인 아이패드 프로(641g)보다 무겁다.

본체와 결합하면 총 무게는 1.351㎏로 껑충 뛴다. 함께 발표한 신형 13인치 맥북 에어(1.29㎏)보다도 무겁고, 13인치 맥북 프로(1.37㎏)와 비슷한 수준이다. 전체 두께도 맥북 프로보다 더 두꺼워진다. 특유의 2중 힌지 구조를 지탱하기 위한 디자인에 금속 소재를 사용하면서 부피와 무게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11인치 아이패드 프로용 매직 키보드의 무게만 601g에 달한다. 본체와 결합하면 1.071㎏이다. 애플은 새로운 매직 키보드를 발표하면서 무게는 공개하지 않았다. 때문에 다수의 커뮤니티에서는 "무게가 예상보다 더 무겁다 보니, 애플이 일부러 (무게 정보를) 밝히지 않은것 같다"라는 의견도 나온다.

특유의 2중 힌지 구조도 실제 사용시 상당히 불편한 것으로 드러났다. 스탠드 역할의 메인 힌지는 최대 약 80도~85도로만 세울 수 있고, 화면 각도를 조절하는 두 번째 힌지도 최대 약 130도까지 화면을 눕힐 수 있다. 가동 범위가 너무 좁아서 모든 사용 환경에 완벽히 대응이 어렵다는 평이다.

디터 본(Dieter Bohn) 더 버지 편집인은 매직 키보드 제품 리뷰에서 "최대 130도까지의 각도는 충분한 수준이 아니다"라며 "특히 무릎 위에 놓고 사용할 때 일반 랩톱(노트북)보다 화면을 기울일 수 있는 각도가 좁다고 느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형 아이패드 프로용 매직 키보드의 가동 범위 영상 / 유튜브

활용성도 오히려 제한된다. 특히 기존 아이패드용 커버 겸 키보드 제품들과 달리 360도 회전을 지원하지 않아 온전한 태블릿 형태로 쓸 수 없다. 태블릿 형태로 사용하려면 매직 키보드를 분리해야 한다.

단점이 부각되면서 발표 당시 지적됐던 비싼 가격(44만9000원)도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12.9인치 신형 아이패드 프로(129만9000원)와 함께 구매하면 신형 맥북 에어(132만원)보다도 비싸기 때문이다.

관련 커뮤니티 등에는 새로운 매직 키보드 대신 가격이 절반 수준인 로지텍 등 서드파티 제조사의 호환 키보드를 쓰겠다거나, 아예 더 얇고 가볍고 저렴하지만 작업하기는 더 편한 신형 맥북 에어를 사겠다는 등의 의견이 속출하고 있다.

본 편집인은 "예상보다 조금 두껍고 무겁지만, 매직 키보드는 아이패드 프로를 훌륭한 노트북으로 바꾸어 준다"라며 "그러나 아이패드의 본질은 ‘노트북이 아닌 것’과 그로 인해 얻은 고유의 장점에 있다. 아이패드를 아이패드답게 쓰려면 매직 키보드 없이 쓰는 게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