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을 5월 5일까지 연장했지만, 4월 30일(부처님오신날)부터 5월 5일(어린이날)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 기간 여행을 계획한 이들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4월 30일 김포에서 제주로 향하는 항공기 거의 전편이 손님으로 꽉 찼다. 제주도 내 인기 호텔 대부분도 예약자로 넘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영향으로 겨우내 바짝 긴장했던 국민들이 연휴를 맞아 여행지로 한꺼번에 몰려들 예정이다.

여행의 즐거움은 대형 가방에 옷가지 등을 챙길 때부터 시작되며, 오랜만에 찾은 공항에서 항공권을 발권할 때는 그 기분이 더욱 증폭된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여행 소식을 전하는 이들은 심심찮게 자신의 여권과 항공권의 사진을 찍어 올린다.

SNS 검색창에 항공권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boardingpass’나 한국어 ‘#항공권’ 등 키워드를 입력하면, 그동안 SNS 회원들이 올린 비행기 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부러움 가득한 눈으로 항공권을 바라보는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항공권 사진을 올릴 때 ‘바코드’는 가리고 올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바코드에 무슨 정보가 담기길래 이런 지적을 할까? SNS에 올라온 한 항공권 사진을 토대로 유출되는 정보를 직접 확인해봤는데,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정말 조심해야 한다고 전하고 싶다.

A씨가 자신의 SNS에 올린 항공권 모습. 그는 인천에서 프랑크푸르트로 향하는 아시아나 항공기에 탑승했다. / 이진 기자
A씨가 자신의 SNS에 올린 항공권 모습. 그는 인천에서 프랑크푸르트로 향하는 아시아나 항공기에 탑승했다. / 이진 기자
아시아나항공 항공기를 타고 인천 공항에서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향할 예정인 A씨는 비행기 탑승 전 자신의 항공권의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 사진 속 항공권에는 세로로 긴 바코드가 담겼다. 이 바코드를 읽어 들이면 어떤 정보가 나올지 궁금해 바코드 프로그램을 돌려봤다.

A씨 항공기의 바코드를 읽어들인 결과를 보여주는 창. 바코드에는 예약자 영문 이름과 항공여행 관련 예약번호, 출발지·도착지·편명 등 정보가 담겼다. / 이진 기자
A씨 항공기의 바코드를 읽어들인 결과를 보여주는 창. 바코드에는 예약자 영문 이름과 항공여행 관련 예약번호, 출발지·도착지·편명 등 정보가 담겼다. / 이진 기자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바코드에는 탑승자의 이름과 출발지, 도착지, 편명 등 정보 외에 항공기 탑승 시 가장 중요한 ‘예약번호’가 있었다. 보통 항공편 예약은 ‘왕복’으로 하며, 예약번호는 돌아올 때 이용할 항공편 발권에도 사용한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A씨의 항공 예약 상황을 엉망으로 만들 수 있다. 예약 번호와 구매자 이름 등 관련 정보를 알면 항공 일정을 취소할 수 있고, 동행자 유무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예약번호, 탑승일, 출발지, 도착지, 예약자 ‘성’ 등 정보를 입력하면 항공권 예약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은 아시아나항공이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는 예약 조회 로그인 화면. / 아시아나항공
예약번호, 탑승일, 출발지, 도착지, 예약자 ‘성’ 등 정보를 입력하면 항공권 예약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은 아시아나항공이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는 예약 조회 로그인 화면. / 아시아나항공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1단계 수칙은 본인 스스로 보안 수칙을 지키는 데서 시작된다. 무심히 노출한 항공권 바코드는 금전적 피해는 물론 정신적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과거 SNS에 올렸던 항공권 사진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바로 삭제하자.

이진 기자 ji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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