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1986년작 애니 ‘머신로보 크로노스의 대역습(マシンロボ クロノスの大逆襲)’은 장난감 제조사 반다이의 변신로봇 시리즈 ‘머신로보'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정의의 로봇전사가 악의 무리에 맞서 싸우다는 점에서 ‘트랜스포머' 시리즈와 닮은꼴이라 평가할 수 있다.

애니 머신로보는 여주인공 ‘레이나' 덕에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은 작품으로도 평가받는다. 가냘픈 외모로, 약하지만 적에 맞서 싸우는 그녀의 모습은 당시 수많은 청소년의 시선을 끌어당겼다. 이런 그녀의 인기는 ‘레이나 검랑전설'이라는 스핀오프 작품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머신로보 크로노스의 대역습 설정집 일러스트 / 만다라케
머신로보 크로노스의 대역습 설정집 일러스트 / 만다라케
애니 머신로보는 기계생명체(초로봇생명체)로 구성된 ‘크로노스' 행성주민과 악의 제왕 가데스가 이끄는 갼도라 군단간의 전쟁을 그린 작품이다. 크로노스 행성에는 ‘영원한 생명'이라 불리는 에너지원 ‘하이리비드'가 매장돼 있고, 가데스 제왕은 이를 손에 넣기 위해 크로노스 행성을 공격한다.

머신로보 크로노스의 대역습 오프닝 영상 / 유튜브

애니메이션은 크로노스 족장의 아들 ‘롬 스톨'과 그의 여동생 ‘레이나', 전투기로 변신할 수 있는 제트족 족장의 아들 ‘블루 제트', 드릴 전차로 변신하는 배틀족 청년 ‘롯드 드릴', 슈퍼카와 헬리콥터 형태로 변신할 수 있는 트리플족 청년 ‘트리플 짐'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머신로보 부족들은 이야기 초반 자신들의 영역만 지키면 된다는 태도를 보이지만 주인공 롬의 활약으로 종족을 뛰어넘는 단결력을 바탕으로 갼도라 군단과 전쟁을 벌이게 된다.

애니 ‘머신로보 크로노스의 대역습’은 반다이의 변신로봇 장난감 ‘머신로보' 시리즈 판촉을 위해 기획된 작품이다. 애니메이션 제작은 1982년 ‘밍키모모', 1984년 ‘트랜스포머'를 만들었던 아시(葦) 프로덕션이 맡았다.

머신로보는 1982년 장난감 제조사 포피(현재 반다이스피리츠)가 선보인 장난감이 시초다. 600엔(6800원)대 저렴한 가격이지만 합금부품을 사용해 탄탄하게 만들고 변신도 가능해 당시 현지 어린이들 사이서 인기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머신로보 장난감 / 야후재팬
머신로보 장난감 / 야후재팬
인기 로봇애니 ‘모스피다'에 등장하는 바이크 변형 로봇도 머신로보의 바이크로보가 원형이다. 머신로보는 트랜스포머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 먼저 만들어진 뒤 미국에 수출됐다. 미국에서는 ‘고봇(GOBOTS)’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머신로보 크로노스의 대역습 / 야후재팬
머신로보 크로노스의 대역습 / 야후재팬
머신로보 애니메이션은 편집본을 뺀 44화 분량에서 제작을 멈춰 세워야만 했다. 장난감 판매에 추진력을 더하기 위해 제작됐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애니메이션 방영 이후 장난감 판매 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1987년 후속작에 속하는 ‘머신로보 배틀해커즈(マシンロボ ぶっちぎりバトルハッカーズ)’이 31화 분량으로 만들어졌지만, 전작과의 설정,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고 세계관도 달라 평행세계(패러랠월드) 작품으로 취급되고 있다.

초합금혼 머신로보 ‘바이칸푸' / 반다이스피리츠
초합금혼 머신로보 ‘바이칸푸' / 반다이스피리츠
머신로보 제작에 참여했던 오오바리 마사미(大張正己) 작화감독은 애니메이션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무기 공격보다 육탄전 연출과 특수촬영 드라마 등에서 사용되는 정지화 연출을 다수 사용했다고 잡지 월간아웃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 본편 보다 더 유명했던 외전 ‘레이나 검랑전설'

애니메이션 마니아 사이에서는 메카닉 머신로보 보다 여주인공이던 ‘레이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레이나는 일본 애니메이션 잡지 ‘애니메디아'에서 3년 연속으로 독자가 뽑은 ‘섹시 메카닉 캐릭터’ 1위 순위를 지켰으며, 또 다른 애니 잡지 ‘뉴타입'에서는 레이나를 소재로 한 연재 코너가 생길만큼 당시 남성 애니 팬들을 중심으로 높은 지지를 받았던 캐릭터다.

레이나 검랑전설 / 야후재팬
레이나 검랑전설 / 야후재팬
머신로보에서 조연에 불과했던 레이나를 주인공으로 앞세운 총 3편의 오리지널비디오애니메이션(OVA) ‘레이나 검랑전설(レイナ剣狼伝説)'은 당시 레이나의 인기를 확고히 하는데 공을 세운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애니 ‘레이나 검랑전설'은 세상의 정의를 위해 시공간을 여행하는 레이나가 지구 소녀들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 어둠의 지배자 ‘타이도 타이란트'에 맞서 싸운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레이나 검랑전설1 일러스트 / 야후재팬
레이나 검랑전설1 일러스트 / 야후재팬
레이나는 본편 머신로보에서 기계생명체였지만, 스핀오프 작품인 검랑전설에서는 ‘지구에서 환생한 16살 인간 소녀'란 설정이다. 레이나는 악을 멸하는 성검 ‘검랑'의 힘으로 비키니 아머를 연상시키게 하는 전투복 모습으로 변신한다.

주인공 레이나는 검랑전설 2편에서 B-1혹성을 무대로, 3편에서는 고향별 우르스혹성을 무대로 자르크와 바르툰 등 암흑의 마도사 세력에 맞서 싸운다.

일본의 미디어 평론가 히카와 류스케(氷川竜介)는 레이나 캐릭터에 대해 "레이나는 애니메이션 히로인의 주류에서 조금 벗어난 위치에 있다. 당시 여주인공 외모와 정반대인 작은 눈과 화려함이 없는 부드러운 헤어스타일, 심지가 곧은 성격 등이 특징이다"며 "일반적인 여주인공이 고양이 같다면, 레이나는 초식동물인 토끼에 가까운 캐릭터다. 레이나의 약한 모습은 매력 포인트로 작용했다"라고 평가했다.

레이나 캐릭터를 탄생시킨 ‘하바라 노부요시(羽原信義)’감독은 레이나에 대해 "섹시한 보디라인을 갖춘 것 치고는 어린 소녀의 얼굴과 약한 성격을 가진 캐릭터다"라고 애니메디아 잡지를 통해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레이나는 머신로보에서 전투에 참가는 하지만 오빠와 동료들에게 도움을 더 많이 받는 캐릭터다. 스핀오프 작품인 검랑전설에서도 레이나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어려운 캐릭터로 그려졌다.

레이나 검랑전설1 일러스트 / 야후재팬
레이나 검랑전설1 일러스트 / 야후재팬
레이나는 1988년부터 1989년까지 3편의 작품으로 구성된 ‘검랑전설' 외에도 1990년작 ‘라이트닝 트랩 레이나 & 라이카(Lightning Trap Leina & Laika)'로 또 한번 세상에 등장한다.

1990년 5월 23일 출시된 이 OVA는 검랑전설의 스핀오프 작품에 속한다. 애니 관련 서적에 따르면 기획 초기에는 ‘초음전사 보그맨'의 여주인공 ‘아니스'가 등장할 예정이었으나 제작 중간에 레이나로 바뀌었다. 이 작품에서 레이나는 납치된 여객기에 탑승한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이란 설정이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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