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점차 ‘업(業)’의 성격을 바꾼다. 완성차 업계는 최근 공유를 넘어 구독으로 서비스 진화를 꾀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기점으로 디지털콘택트(언택트) 소비가 증가하면서 이 같은 트렌드는 더욱 확고해지는 분위기다.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 등은 구독 서비스의 대표 사례다. 마찬가지로 자동차 구독 서비스도 매월 고정 구독료를 지불한 고객이 기간 내 원하는 차량으로 바꿔가면서 운행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정해진 기간 동안 일정 횟수만큼 여러 종류의 차를 탈 수 있어 2030세대를 중심으로 고객층을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테크내비오에 따르면 세계 자동차 구독 시장 규모는 2023년 78억8000만달러(9조64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 기아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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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 요금 내고 SUV부터 전기차까지 다양한 차량 이용

기아차는 지난해 구독형 서비스 ‘기아 플렉스 프리미엄’을 내놨다. 기아 플렉스 프리미엄은 월 129만원을 내면 K9과 스팅어 같은 최신 모델을 매월 1회씩 교체해 이용할 수 있다.

3월에는 전기차 전용 구독 서비스 ‘기아플렉스 EV 라인’을 선보였다. 기아플렉스 EV라인은 월 단위 요금 87만원을 지불하고 니로 전기차 또는 쏘울 전기차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업계 최초로 월 6만9000원에 전기차 무제한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옵션 상품도 마련했다.

현대차는 2019년 1월 구독형 프로그램 ‘현대 셀렉션’을 출시했다. 현대 셀렉션은 월 단위로 이용 요금 72만원을 지불하고 기간 내 주행거리 제한 없이 신형 쏘나타와 투싼, 벨로스터 중 월 최대 3개 차종을 교체해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 그랜드 스타렉스 리무진,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 중 한대를 매월 한 차례 48시간 동안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현대차는 G70에서부터 G90까지 제네시스 브랜드 라인업을 이용할 수 있는 ‘제네시스 스펙트럼’ 프로그램도 별도로 운영 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포르쉐, 캐딜락, 볼보 등 주요 완성차 브랜드도 이미 자동차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BMW는 아이콘(월 1099달러), 레전드(월 1399달러), BMW M(월 2699달러) 등 3가지 요금제로 구독 서비스를 운영한다. 보험료와 긴급출동 서비스를 포함하고, 무제한으로 자동차 모델을 변경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시그니처(월 1095달러), 리저브(월 1595달러), 프리미엄(월 2995달러) 등 3가지 요금제로 운영한다. 요금제별로 구독 가능한 모델을 다르지만 무제한 변경이 가능하다.

볼보는 월 600달러와 700달러 두 가지 요금제로 서비스를 운영한다. 24개월 약정 프로그램으로 1년에 한 번 자동차 모델을 변경할 수 있다. 이 회사는 2025년까지 생산 차량 중 50%를 구독 서비스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GM 메이븐앱 실행화면/ 메이븐 홈페이지
GM 메이븐앱 실행화면/ 메이븐 홈페이지
‘코로나 19’ 결정타…공유 서비스서 철수하는 완성차들

자동차 업계는 지난 몇년 간 야심차게 시작한 차량공유 서비스에서 차츰 손을 떼고 있다. 구독 서비스 대비 자율성이 떨어지는데다,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할 만큼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 한 점도 결정적 요인이다.

GM은 2016년부터 운영 중인 차량 공유서비스 ‘메이븐’을 최근 철수하기로 했다. 출시 1년 만에 미국 내 17개 도시로 서비스 범위를 넓힐 정도로 인기를 얻었지만 우버, 리프트 등 유사 서비스 등장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코로나19로 전체 매출이 급감하자 과감하게 해당 분야 사업을 접었다.

독일 자동차업체 다임러와 BMW는 지난해 말 양사의 합작 벤처인 ‘셰어나우’ 서비스를 미국·캐나다 등 북미지역과 영국 런던, 벨기에 브뤼셀,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중단했다. 현재는 유럽 18개 도시에서만 셰어나우를 제공 중이다.

양사는 2019년 2월 각사의 차량공유서비스인 카투고와 드라이브나우를 합병해 셰어나우를 설립했다. 10억유로를 투자해 2019년 내 90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출시하고 향후 900개 도시로 늘리겠다는 목표였다. 하지만 운영비용 증가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지자 결국 발을 뺐다.

포드도 2019년 1월 출·퇴근 버스공유서비스인 채리엇의 중단을 선언했다. 2019년 12월에는 5개 도시에서 운영한 의료 운송 서비스 ‘고라이드 헬스’ 역시 전면 중단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안전 가치가 커지면서 공유경제 모델은 점차 쇠락의 길로 향할 수밖에 없다"며 "다양한 차종 경험을 제공하는 구독서비스는 차량 소유와 별개의 수요를 창출하며 새 비즈니스 모델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