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O를 두자] ⑦ "한국은 디지털 전환 DNA 갖춘 유망주"

입력 2020.05.06 06:00

천석범 SAP코리아 부사장 인터뷰
새로운 생각과 전략, 도전 의지가 디지털 전환의 핵심 열쇠

"전에 없던 새로운 생각과 전략, 도전 의지가 디지털 전환의 핵심 열쇠입니다. 산업 생태계 전반에서 디지털 전환에 시동을 걸어야 추진 속도가 빨라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 환경은 디지털 전환에 적합한 체질입니다. 초기 성공 사례를 마중물로 만들면 도입 추세가 가속화 될 겁니다."

천석범 SAP코리아 부사장의 말이다. 글로벌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인 SAP는 지난 몇년 간 기업의 디지털 전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데이터 경영이 화두인 디지털 경제 시대를 맞아 데이터를 가장 잘 아는 SAP가 최적의 전략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천 부사장은 그런 SAP의 한국 지사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오피스 부문장을 맡고 있다. 최고의 디지털 전환 전문가 중 한명이다.

천석범 SAP코리아 부사장이 자사 사옥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SAP코리아
디지털 전환이 생존 법칙인 이유

천석범 부사장은 디지털 전환이 발견이 아닌 ‘발명’과 같다고 강조했다. 기존에 해오던 사업의 연장 선상에서 혁신을 이루기 보다는 새로운 차원의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 도전하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독일계 에어 컴프레서 기업 케서(KAESAR)는 설비를 판매하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공장마다 사용한 공기량을 과금한다. 코웨이도 정수기 판매가 아닌 필터 교체 등의 렌털(대여) 서비스로 탈바꿈해 도입 당시 큰 성장을 이뤘다.

천 부사장은 "과거 제조사는 공장에 장비를 납품하는 기계 판매가 생계수단이었다. 이제는 기계를 제공하되 고장을 예측하는 등의 유지·보수 사업을 한다"며 "제조에서 서비스로 비즈니스 모델이 아예 달라졌다"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 역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아닌 기존의 사업 영역에서 보다 나은 걸 찾는 일이라는 것이다.

천 부사장은 "독과점으로 잘 먹고 잘 살면 굳이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지 않아도 된다"며 "대개 산업군은 치열하게 경쟁하기에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 도입이 디지털 전환(?)…"착각이다"

코로나19 이후 본격적인 디지털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실제 우리 사회는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해야 한다며 디지털 전환에 관심을 기울인다. 문제는 디지털 전환을 하려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도입할지 막막해하는 기업이 많다는 점이다. 단순히 신기술을 들여오는 것만이 디지털 전환이라 여기는 기업도 존재한다.

천석범 부사장은 "실제 기업을 보면 인공지능(AI)가 화제니까 이를 도입하면 디지털 전환을 했다고 여긴다"며 "이는 디지털 전환이 아닌 ‘디지털라이제이션’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디지털 전환은 디지타이제이션과 디지털라이제이션 그리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 3단계로 진화한다. 디지타이제이션은 아날로그에 머물던 정보를 센서 등을 통해 디지털화 하는 걸 말한다. 디지털라이제이션은 디지털 정보를 자동화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다. 마지막 단계가 현재에 머무는 자동화를 넘어 미래를 예측·대응하는 디지털 전환이다.

천 부사장은 디지털 전환이 전에 없던 획기적인 사고에서 싹을 튼다고 강조했다. 기존에 잘하던 것을 더 잘 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이게 왜 필요하지?’라고 근본적인 의문을 품는 과정이다. 이 토대 위에 도전을 더하면 기업의 차별성과 경쟁력이 뒤따라온다.

그는 "일본은 최근까지도 기차 승차 시 개찰기에 표를 넣었다. 회사마다 개찰기 에러율을 줄이고자 공을 들였고 그 결과 한 대당 1억에 이르는 완벽한 제품을 만들었다"며 "그러던 중 한 회사가 아무도 생각치 않던 개찰기의 존재 이유를 고민한 덕분에 개찰기 대신 표 발권·수집을 디지털화했다"고 말했다.

CDO를 두자

이를 이유로 회사 대표부터 변화 의지를 분명히 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명한 설정 목표를 두고 중·장기적인 디지털 전환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고경영자는 전문 기술 분야를 모두 알지 못한다. 한해 실적 여부가 주가 등락을 좌우하다 보니 장 담그 듯 비전을 오래 숙성시키기가 어렵다. 기업마다 CDO가 필요한 이유다.

천 부사장은 "CDO와 최고기술책임자(CIO)를 혼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엄밀히 다르다"며 "CIO가 IT 기술을 도입한다면 CDO는 이를 넘어 장기적인 비전 위에 사업 전략과 모델을 구성한다"고 역할의 중요성에 방점을 찍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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