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넥스트칩 대표 “전문 인력과 자금, 산업 생태계 조성해야 시스템 반도체 성장"

입력 2020.05.04 06:00

"충분한 전문 인력과 자금 그리고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성장할 수 있습니다."

20여 년간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력을 쌓아 온 김경수 넥스트칩 대표에게 시스템 반도체 강국이 되기 위한 조건을 묻자 돌아온 말이다. 김 대표는 IT조선을 만나 넥스트칩이 보유한 기술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김경수 넥스트칩 대표 / 김동진 기자
―넥스트칩에 대해 소개해달라.
1997년 폐쇄회로 TV(CCTV)와 블랙박스용 칩 등을 개발하는 회사로 처음 출발했다. ‘시스템 반도체’만 23년 가까이 다룬 셈이다. 2015년에는 자율주행차 전용 반도체 칩과 솔루션 개발에 몰두했다. 2019년에는 오토모티브 사업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넥스트칩 지분 100%를 보유한 신설회사를 설립했다. 분할 존속회사는 앤씨앤(NC&)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출발, 기존 영상보안 사업 부문을 담당한다.

설립 당시 4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회사는 현재 직원 약 125명 이상의 독자 이미지신호프로세서(ISP) 코어를 보유한 업체로 성장했다. 전장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ISP 업체는 넥스트칩을 포함해 글로벌 2곳으로 추정하며, 그중에서 독자 ISP 코어를 보유한 업체는 넥스트칩이 유일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자율주행차 전용 반도체를 개발하기로 한 계기가 있나?

장기적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업 분야가 의외로 많지 않다. 그중에서 23년간 영상처리 분야 기술개발을 한 노하우를 살리면서 앞으로 더 커질 시장에 진입해야 미래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향후 자율주행 기술 수준은 센싱 카메라 기술 수준과 함께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자율주행 수준이 고도화될수록 주변 사물과 사람을 인식하는 센서(카메라, 라이다 등) 탑재수도 늘어난다.

자율주행 부품 시장 전망 / 넥스트칩
이 중에서 카메라 센서 시장은 2026년까지 매출 약 130억달러(15조85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다. 타 센서와 비교했을 때 가장 큰 규모다.

2016년 기준 가장 높은 등급의 차 한 대에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관련 센싱 카메라가 약 11개 들어간다. 완전 자율주행차 한 대에는 약 25개 이상 카메라가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전도유망한 시장이고 그간 쌓은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는 시장이어서 이 분야에 집중하기로 했다.

―넥스트칩 경쟁력은 무엇인가?

기존 후방 카메라 수준의 기술이 뷰잉(Viewing)이라면, 자율주행으로 나아가는 ADAS는 보행자나 사물을 감지하는 센싱(Sensing) 기술이다. 영상 처리뿐만 아니라 차량이나 보행자 감지가 가능하면서 카메라 센서 모듈 내부에서 검출 데이터까지 처리 가능하도록 설계한 ADAS Soc(시스템온칩)을 개발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독자 ISP 코어를 보유해 기술에 대한 전문성도 확보했다. 독자 ISP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값비싼 라이선스 비용을 지급할 필요가 없어 가격경쟁력도 지니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에 따라 높은 해상도를 요구하는 고객사가 많아 다양한 해상도(VGA~5M)를 지원할 수 있도록 제품을 개발했다. 해상도에 대한 여러 요구사항을 ISP 변경 없이 센서 변경만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제품을 구현해 경쟁력을 확보했다.

넥스트칩은 그간 영상처리 분야 기술개발과 제품 공급을 통해 기술 지원(AS) 노하우도 쌓았다. 제품 공급으로 끝나지 않고 다양한 상황에 따라 맞춤형 솔루션까지 제공할 수 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기까지 겪은 시행착오가 있다면?

사업 초기, 차량이 시장에 나오는 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개발 단계에서 실제 스펙이 정해져도 양산까지 약 5년이라는 시간이 걸리는 점 등이다.

자동차 제조업체에 있는 부서 중에서 센싱 카메라를 다루는 부서와 계약 관련 결정권자를 찾는 일도 어려웠다. 예컨대 A라는 업체의 자율주행 담당 부서를 찾아 제품을 제안해도 센싱 카메라를 다루는 부서가 아니거나, 부서에 계약 관련 결정권자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글로벌 기업일수록 자율주행 관련 계약을 승인하는 부서나 담당자를 찾기는 더욱 어려웠다. 결국 시간이 걸려도 꾸준한 마케팅이 답이라는 생각으로 홍보를 이어갔다. 그러자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업체들로부터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까다로운 제품 관련 인증도 변수였다. 예컨대 ISO 26262(자동차 기능 안전성 국제 표준)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선 제품 밑단부터 하나하나 인증을 받아야 했다. 안전이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에 인증 없이는 비즈니스 자체가 불가능했다.

8년간 이렇다 할 수익 없이 약 600억에 가까운 제품 개발과 마케팅 비용이 들었다. 인내의 시간이었다. 이제 기술력을 인정받아 그간 투자에 대한 결실을 거두고 있다.

김경수 넥스트칩 대표 / 김동진 기자
―시스템 반도체가 강한 나라가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자금과 전문 인력, 풍부한 생태계라고 생각한다.
넥스트칩의 경우, 1997년부터 영상처리 분야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품을 판매해 축적한 자금 덕분에 당장 수익이 나지 않아도 자율주행 분야에 투자를 지속할 수 있었다.

반면, 이제 막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력을 키우려는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는지 묻고 싶다. 이 분야에서 칩을 하나 만들기 위해서는 시제품 제작비만 100~300억원이 필요하다. 정부 지원과 투자자를 끌어모아도 자금은 턱없이 부족하다.

파운드리 분야 기업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반도체 설계자산(IP)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점도 문제다.

영국 글로벌 반도체 설계(IP) 기업 Arm, 미국 시놉시스 등은 SoC를 하기 위해 필수인 IP와 반도체설계자동화툴(EDA) 등을 보유했다. AI와 시스템반도체 성장을 위해선 이런 기초 생태계부터 튼튼하게 꾸려가야 한다.

전문 인력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시스템 반도체 기술개발 과정에서 전문 인력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최근 기업과 대학이 연계해 반도체 분야 전문 인력을 키우려는 움직임은 긍정적이다.

―넥스트칩의 목표는?

자율주행 전용 반도체 분야에서 넥스트칩이 나아갈 길은 아직 멀다고 생각한다. 야간에 가로등이 없는 조건에서 후방에 검은 옷을 입고 있는 어린아이를 인식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 개발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높은 수준의 기술을 구현하도록 R&D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솔루션에도 집중하려 한다. 넥스트칩을 칩 앤 솔루션 회사라고 소개하고 싶다. 이제 칩만 팔아선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환경과 조건에서도 고객사 요구에 부응하는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영역까지 나아가야 한다. 지금까지 쌓아온 영상처리 분야 기술력과 노하우를 통해 솔루션 제공에도 힘쓰겠다.

조만간 시장에 선보일 AI 내장 자율주행 이미지 엣지 프로세서, ‘아파치5’를 기반으로 글로벌 고객사를 확대해 시장에서 지위를 더욱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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